정치와 사회공헌이 만났을 때 : 세계 유명 정치인들의 사회공헌 활동
2012. 4. 2. 14:00
모든 정치인은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이다
2012년 새해 첫날 신문을 펼쳐보았습니다. 여러 분야의 한 해 전망에 대한 특집 기사를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는 전면을 가득 채우는 세계지도 위에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중국, 대만 등 올해 대통령 선거 혹은 그에 준하는 정치 행사를 치르는 국가들을 보여주는 기사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요. 오히려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높은 상태인데요,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의정 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정책을 입안하거나 정부 활동을 감시하는 등의 일반적인 정치 활동이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손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선출된 대리인들이 공공선을 실현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넓은 의미의 필란트로피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인 중에서도 사회적 선과 공공 이익의 증진이라는 목표를 위해 기본적인 의정 활동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겠지요.
[올해 주요 선거를 치르는 국가들. 전세계를 관통하는 올해의 화두는 바로 정치] (출처 : 조선일보 디자인 편집팀)
임팩트스퀘어는 이미 셀란트로피스트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통해 연예인 및 사회 유명 인사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를 읽으신 분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타들의 상당수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을 텐데요. 저희가 소개해 드린 오프라 윈프리나 보노, 폴 뉴먼 같은 셀란트로피스트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기업가들의 사회 환원 및 공헌 활동 외에 이번에는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유명 정치인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째서 미국인가?
정치인들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 앞서 언급한 셀란트로피스트들과 통 큰 기부를 실천하는 유명 기업가들의 대부분이 미국인이라는 특징을 한번 짚어보고 싶네요. 시장 중심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국가인 미국이라는 나라가 실제로는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시민들 스스로가 주도하는 사회 공헌 및 비영리 분야의 중심이라는 점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미국만큼 사회, 경제, 문화 등 곳곳의 분야에서 시민들의 봉사활동과 기부가 활발히 일어나는 국가도 찾아보기 힘든데요, 실제로 미국의 비영리 분야는 미국 내 세 번째로 많은 민간 고용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국내 총생산의 2%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지만 봉사활동을 아예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어린 시절부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인드를 자연스럽게 키우기도 하구요. 이렇게 튼튼하고 넓은 저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사회는 자연스럽게 연예인과 기업가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본연의 의정 활동 이상의 사회를 위한 활동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지요.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는 그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미국은 현재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에 도전할 공화당 후보를 뽑기 위해 한창 주별 경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대권 주자로는 현재 세계적인 사모펀드의 CEO이자 매사추세츠 주지사 출신인 미트 롬니, 펜실베니아 주 상원의원이었던 릭 샌토럼,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하원의장을 지냈던 뉴트 깅그리치, 이 세 사람으로 좁혀졌는데요. 경선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작년 여름 즈음부터 미국 언론은 이들의 기부 내역과 재단 활동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만큼의 소득이 있었고, 어떤 조직에 얼마나 기부를 했는지, 그리고 그 조직은 어떤 활동에 후원금을 지출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후보들이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는 활동 이외에 그들이 아마도 무척이나 감추고 싶었을 사실들도 드러났습니다.
CEO 대통령이라고? 얼마나 잘하길래
먼저 이번 1월,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라는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롬니 후보를 살펴볼까요. 앞에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롬니는 베인 캐피털의 CEO 출신으로서 자신의 뛰어난 투자/경영 능력을 자산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롬니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올림픽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준비 위원회 의장을 맡아 흑자 운영을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과감한 주정부 예산 삭감 등으로 부채를 감소시킨 성과를 내기도 했구요. 화려한 커리어와 안정적인 의정 활동 경력을 모두 갖춘 롬니의 자산은 약 2억달러 정도로, 우리 돈으로는 2000억이 훌쩍 넘는 규모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롬니는 이러한 자신의 부와 능력을 사회를 위해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미국 언론이 추적한 롬니의 그간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은 다음과 같이 드러났습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의 세금 신고 내역에 따르면 롬니와 그의 아내는 자신들의 교파인 몰몬교(정식이름은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에 43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요, 이는 롬니 가문이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Tyler Charitable Foundation이라는 조직이 같은 기간 동안 지출한 전체 후원액의 79%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롬니의 신앙은 이미 유권자들 중 상당수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종종 이슈가 되었기에, 이렇게 특정 종파 조직에 편중된 기부를 했다는 사실에 미국 내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지요.
또한 본인의 재산을 직접 출연해서 세운 재단의 활동 내역에도 살펴볼 점이 있습니다. 롬니는 사실 1993년 매사추세츠 상원 의원직에 도전하면서 처음 정치에 발을 디뎠는데요, 이때 함께 아내와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 재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롬니가 당시 현역 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에 의해 패배하고 다시 베인 캐피털로 돌아가자, 이 재단의 활동 또한 급격히 감소, 1998년 자산 0달러를 신고하며 사실상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롬니가 올림픽 준비위원장을 맡으며 다시 정치 복귀를 준비하자, 롬니 부부는 자산 중 360만달러를 바로 출연시켜 재단명을 변경하고 부활시킵니다. 이 재단은 다시 문을 열고 이후 첫 2년간은 몰몬교 관련 단체에만 후원했는데요, 롬니가 전국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시기에 와서야 재단의 후원 단체 또한 아동, 건강 등의 코즈와 관계된 미션을 갖는 조직들을 포함하면서 활동 내용 및 지역의 다양성을 갖춰가기 시작합니다.
이름을 내건 자선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깅그리치 부부와 롬니 부부(출처 : 구글)
깅그리치, 전 소중하니까요.
깅그리치는 전직 하원 의장(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의장과 정당 원내대표를 합한 자리라고 할까요) 출신의 거물급 의원으로 약 30년에 달하는 의정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 그는 과연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왔을까요? 깅그리치의 활동 내역을 살펴보니, 매우 다양한 기업과 자선 조직이 탄생했다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997년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는 깅그리치가 설립하고 운영을 관리했던 여섯 곳의 자선 단체가 공화당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단체 활동이 남용된 것을 조사로 밝혀냈는데요, 미국 연방법은 면세 혜택을 받는 자선 조직이(미국 세법에서는 이를 501(c)(3) 조직으로 규정합니다) 정당 활동에 이용되는 일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일로 깅그리치는 30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하원 의원직도 함께 사임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이 자선 조직들의 자산 내역도 순식간에 0으로 감소했으며 이후 5년 동안은 이 단체들과 관련한 어떠한 세금 신고나 대외 활동 보고서를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5년의 공백 후 2003년 정계에 다시 복귀한 깅그리치는 이후 6년 동안 4개의 501(c)(3) 자격의 자선 단체를 세우는 것과 함께 Gingrich Productions, Gingrich Communications, Gingrich Holdings라는 세 개의 회사를 설립합니다. 깅그리치가 2003년 가장 먼저 세운 깅그리치 재단(Gingrich Foundation)은 부인 칼리스타가 대표직을 수행하며 예술과 교육 등의 코즈를 후원하고 있지만, 나머지 세 조직은 정치적인 활동과 연계되어 있으며 거의 깅그리치의 정치 활동과 이념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그 예로 깅그리치는 앞서 언급한 회사들을 통해 부인과 8개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23권의 책을 출판했는데, 2009년 깅그리치가 설립한 Renewing American Leadership(ReAL)이라는 조직이 그해 깅그리치의 DVD와 책을 구매하는데 22만 달러나 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07년 설립된 American Solutions이라는 조직은 깅그리치의 적극적인 펀드레이징 활동으로 4년동안 500만 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나 깅그리치의 전용기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등 계속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2011년 봄, 깅그리치가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며 깅그리치는 이 조직과의 관계를 어쩔 수 없이 정리하게 되었는데요, American Solutions은 결국 몇 달도 지나지 않아 8월에 파산 신고를 했다하니, 이쯤되면 깅그리치의 사회공헌 코즈는 깅그리치 자신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정치인 사회공헌, 이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나요
이제까지 롬니와 깅그리치의 사회공헌 활동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정치인의 사회공헌 활동은 그 사람의 정치적 커리어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중 이거나, 혹은 더 큰 정치 무대로 나아가는 시기에 재단과 비영리 조직에 들이는 노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에서 이를 알 수가 있지요. 물론, 개인의 영향력과 재무적인 상황이 커리어와 비례하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인지도 및 활동 무대가 올라갈수록 사회공헌 활동 또한 더 활발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이 정치 무대에서 물러났을 때 그간의 사회공헌 활동 또한 함께 중단된다는 점에서 사회공헌 활동의 지속성 및 진정성의 아쉬움을 남깁니다.
또한 깅그리치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재단 및 비영리 자선 조직의 활동이 사회적 이슈를 해소하거나 경감하는 올바른 임팩트를 창출하는데 맞춰지는 대신, 개인적인 홍보 및 정치 활동에 잘못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요. 또다른 경선 주자인 샌토럼 의원의 경우도 2000년에 Operation Good Neighbor이라는 단체를 직접 설립 했는데, 이 단체 또한 유치한 후원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샌토럼의 후원모금 골프 행사를 준비하는 용도로 지출하여 구설수에 올랐던 일이 있습니다. 이 단체 역시 샌토럼이 2006년 의원 재선에 실패하자 바로 문을 닫는 등, 앞서 보았던 아쉬운 점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사회공헌은 모두 이렇게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기만 하는 걸까요? 지속성, 진정성과 함께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가진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는 정치인은 과연 없을까요?
전세계가 사랑하는 대통령, 지미 카터
미국 제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출처: http://goo.gl/RSEIE)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재임했던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는 사실 재임 당시에는 침체된 내수 경제와 이란을 위시한 중동 지역국들과의 외교적 마찰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이유 등으로 그리 인기 있는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퇴임 이후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정책과 의정 활동을 통해 중점적으로 힘쓰던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코즈를 위해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보이며 미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대통령이 되었고, 2002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전세계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남겼지요.
카터 전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사회공헌 활동은 아마도 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해비타트 프로젝트일 것입니다. Habitat For Humanity International(HFHI, 이하 해비타트)라는 정식이름의 이 조직은 미국에서 1976년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주거환경의 제공을 목적으로 밀러드 & 린다 풀러 부부가 설립, 현재까지 5대륙에 걸친 3000여 지역에서 175만명의 사람들에게 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 전세계적 비영리 조직입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아내 로잘린과 함께 1984년부터 해비타트와 Jimmy & Rosalynn Carter Work Project라는 이름의 사업을 매년 펼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지역 내 소수의 봉사자들과 시작했으나, 카터 대통령의 적극적인 활동이 알려지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1990년대부터 해외로도 확장, 필리핀, 인도, 멕시코, 헝가리, 캄보디아 등에서도 매년 수천명의 봉사자들과 수백 가구의 집을 짓게 되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의 해비타트 프로젝트는 2008년에는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미시시피 주 걸프 해안, 2011년에는 지진이 났던 아이티에서 지역 복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계속 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집 짓는게 전부가 아니라구요
카터 전 대통령은 해비타트 외에도 부인 로잘린과 함께 직접 The Carter Center라는 재단을 세워 인권 신장 및 인류의 고통을 경감한다는 미션 하에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터 센터의 사업은 크게 평화 프로그램(Peace Programs)과 헬스 프로그램(Health Program)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첫 번째는 국가 간 분쟁 중재, 민주주의, 인권 등의 이슈에 초점을 맞춘 세부 사업들, 두 번째는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 지역 내의 예방 가능한 질병 및 질환의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사업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평화 프로그램의 활동 중에는 민주주의 보급을 위해 제 3세계의 선거를 감시하고 연구하는 프로젝트도 있는데요, 이제까지 36개국의 90여 건의 선거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치뤄지는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카터 센터의 헬스 프로그램 성과로는 메디나충증(guinea worm disease)이라는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거의 박멸한 사례가 있습니다. 위생 교육 프로그램의 캠페인 및 운영을 통해 1986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20개 나라에서 연간 350만 건의 발병 기록을 남겼던 이 질병은 2009년에 수단, 가나, 말리, 에티오피아만 남아 총 3,910건으로 급감했는데요. 카터 센터의 노력 덕분에 메디나충증은 백신이나 약을 쓰지 않고 퇴치한 최초의 기생충 질병으로 곧 의학사에 기록될 예정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카터 센터는 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제고와 연구 및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중 눈에 띄는 활동은 2010년 런칭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공공 건강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라이베리아는 2010년 세계은행 전체 조사 대상 180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179위를 기록한, 인구 400만의 아주 가난한 나라인데요. 14년 간의 내전 동안 강간, 성폭행, 폭력, 착취 등에 의해 수많은 여성과 아동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1명의 정신과 의사만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카터 센터는 라이베리아 보건복지부와 파트너십을 통해 병원을 설립하고, 조지아 주 공과대학의 Computing for Good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과 의사 및 상담 치료사를 전문적으로 교육 및 훈련함으로써 라이베리아의 의료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 대학 등을 아우르는 다자 협력 모델을 통해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다양한 의료/건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쯤되면 전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만한 참된 정치인이자 필란트로피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영부인이 매직키드 마수리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다면?
Joining Forces는 미국의 1%를 위해 백악관에서 직접 주도하고 운영하는 전국적 캠페인입니다. 이 1%는 과연 누구일까요? 바로 미국의 군인들입니다. 미국과 전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군인들 및 그들의 가족들을 지지한다는 코즈 하에 2011년 런칭된 이 캠페인은 이들의 교육과 고용, 건강 등을 돕기 위한 지원책 및 봉사활동 참여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군인 자녀들이 부모의 잦은 이동으로 인해 환경 적응 및 교육 등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또 배우자는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안정된 일자리 갖기가 어렵지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지원함으로써 그들을 응원하고 돕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취지입니다. 실제 바이든 부통령의 장남인 보 바이든은 아버지의 당선 직후인 2008년 말부터 약 1년 간 이라크에서 복무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나라를 위해 일하는 많은 미국의 아들, 딸, 아버지, 어머니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미국의 두 레이디,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부통령 부인인 세컨드 레이디 질 바이든이 전국과 세계를 돌며 직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요.
미셸 오바마가 직접 주도하는 군인 및 군인 가족 캠페인 Joining Forces(출처: http://goo.gl/6TFM8)
미셸 오바마의 Joining Forces 활동은 기존 정치인들의 캠페인 활동과 비교했을 때 보다 재미있고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미셸 오바마는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유명 인사들과 함께 Joining Forces의 코즈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데요. 이렇게 사회 유명인사와의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기에 매우 파격적인 방법도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올해 1월 미국 어린이 TV 채널인 니켈로디언의 인기 시트콤인 iCarly에 특별 출연했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매직키드 마수리에 영부인이 깜짝 등장한 것과 같다 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칼리는 군인 아버지와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사는 10대 소녀인데요, 미셸 오바마가 특별 출연한 “i Meet the First Lady”라는 에피소드는 아버지의 휴가가 급한 일로 돌연 취소되자 칼리가 친구들과 이를 돌이켜보려는 소동을 벌이다 결국 영부인까지 만나게 된다는 줄거리였다고 하네요. 미셀 오바마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칼리와 같은 군인 가족들에게 미국의 모든 국민이 얼마나 감사해 하고 있으며 그들을 자랑스러워 하는지 다정한 위로를 건네고, 이를 신나는 막춤으로 마무리 합니다.
매 에피소드를 전 출연진 댄싱 타임으로 마무리하는 iCarly, 퍼스트 레이디도 피해갈 수 없는 신나는 막춤 파티(출처: http://goo.gl/Tjx0g)
한 나라의 영부인은 그 나라의 어머니
영부인의 화려한 막춤 실력이 온 국민의 화제거리가 된 가운데, 미셸 오바마는 평소 두 딸과 즐겨 보는 시트콤에 자신이 출연하게 될 수 있어서 오히려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합니다. Joining Forces 활동의 일환으로 미셸 오바마는 이렇게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어린 두 딸의 어머니로서 자녀들 또래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또 그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활동을 몸소 보여주는 이런 모습, 참 소탈하고 멋진 것 같습니다. 미셸 오바마는 이밖에도 아동 비만 해결을 위한 영양/체육 교육 및 식단 개선 활동 등을 주로 하는 Let’s Move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 하고 있는데요. 유명 토크쇼에 나가 진행자들과 훌라후프, 줄다리기, 팔굽혀 펴기 등 다양한 종목 대결을 진지하게 펼치면서, 아이들에게 야채를 꼭 먹으라고 메시지를 남기는 깨알같은(!) 센스도 잊지 않고 있지요. 사실 이러한 그녀의 활동을 남편의 재선을 위한 일종의 친서민 행보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 한 나라의 퍼스트 레이디가 그 나라의 현명한 어머니로서 대개 가족, 아동, 교육 등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코즈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힘쓴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미셸 오바마는 기존의 어떤 퍼스트 레이디보다도 이러한 활동들에 활발히 참여하며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지요.
대통령의 연말정산 내역을 공개합니다.
정치인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살펴본 이번 포스트 어떠셨나요?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모습도 있는가 하면, 실제로 사회에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참신한 노력들까지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살펴보며 부러웠던 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모든 시민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한 미국의 사회 환경이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화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활동이 좋든 나쁘든 간에 관련 정보들에 대한 접근권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 있고 활동의 투명성 자체에 대한 사회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지는 긍정적인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았거든요.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과세 소득 신고 자료(출처: http://goo.gl/qEuik)
이렇기 때문에 정치인들 및 공직자들의 기부 내역 및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기본적 정보는 의원이나 대통령이나 동일하게 그 공개 원칙을 적용 받고 있습니다. 방금 위에 소개해 드린 이미지의 출처 링크인 백악관의 웹사이트에 가면 실제 오바마 대통령의 세금 환급 신청서, 즉 기부금 내역을 포함한 연말정산 신고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지요. 이렇게 대통령이라는 최고위 공직자의 자료도 어김없이 공표되고 또 누구나 검색 한번으로 쉽게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구글링을 몇 번 해보니 재미있는 자료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 세법의 역사, 관련 정보 및 연구물들을 온라인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Tax History라는 기관에서는 Presidential Tax Returns라는 웹페이지에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연말정산 신고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에 따른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매년 이 시기쯤 작성된 재산신고서를 심사한 뒤 결정된 내역을 행정안전부 등의 관련 부처가 발표하고 있는데요, 직계 가족에 대한 재산 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으로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 일정 시점의 재산 현황과 제한적인 납세 실적만 신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재산형성 과정에 따른 소득 흐름과 기부내역 등이 공개되지 않다는 점 또한 아쉽구요. 이러한 점에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통해 사회공헌에 참여하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기부 내역 공개 등 관련 법 개정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요구도 차츰 등장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2012년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공개가 있었는데요, 결과나 관련 제도가 궁금하신 분들은 뉴스 검색 또는 정부 공직자 윤리위원회 웹사이트 등의 방법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반짝 봉사활동은 이제 그만!
이제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연일 정치 쟁점과 함께 이에 대한 후보 및 정당 간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보도하기 바쁜데요. 이러한 혼란스러운 모습보다는 후보들의 정책 공약과 함께 그들의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해보고 또 이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을 함께 나누는 멋진 선거 캠페인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철마다 반짝 그치고 마는 어르신 방문, 김장 담그기, 연탄 배달 행사는 제외 하구요. 물론 이런 활동을 개인 또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지미 카터나 미셸 오바마의 사례처럼 개인이 정치인으로서 갖는 영향력과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활용하는 멋진 모습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보고 싶거든요. 곧 다가오는 선거날,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한 번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떠세요?
[임팩트 스퀘어의 이번 포스트는 다음 글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들의 재단/기부/사회공헌 활동을 집중 조명한 기사: http://goo.gl/GI47Q
현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납세자연합회 포럼 기사: http://goo.gl/utJ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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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SQ 박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