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와 비영리 조직의 변화
2011. 2. 9. 19:51
2010년 11월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 포스터 (출처 : Daum 영화)
Social Network
영화 <소셜네트워크>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제목만큼이나 “영화적이지 못한” 소재를 다룬 영화라 사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세븐>, <파이트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라 기대가 조금 더 크긴 했습니다.
영화는 알려진대로 마크 주커버그가 Facebook이라는 세계 최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와 창업 과정에서 일어났던 배신, 그리고 그 진실 캐기를 큰 줄기로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페이스북 회사와 이를 만든 기업가 주커버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영화 곳곳에는 현재 변화하는 사회의 배경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특히 비영리 섹터나 사회적 비즈니스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꼭 찾아보아야할 보석같은 코드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지난해 겨울, 영화 <아바타>에서 카메런 감독은 ‘판도라 행성’과 ‘나비족’이라는 허구적인 메타포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 코드를 관객에게 던졌고, 이를 본 관객들은 각자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들로 해석하는 즐거움으로 한 계절을 보냈습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코드를 좀더 현실적으로,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현재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의 배타적인 경계 안에서 위계적인 전통과 질서, 구조를 강조하는 ‘과거의 네트워크’와 개방적, 수평적, 사회적임을 지향하는 ‘미래의 네트워크’ 사이의 대결 구도가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주커버그와 법적 공방을 펼친 윙클보스 형제는 전통적 네트워크를, Facebook에 담긴 주커버그의 철학은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이미 우리 모두가 보고 있는 현실 그대로입니다. 비영리 섹터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The Networked Nonprofit
과거의 비영리 조직은 <소셜네트워크> 영화 속 ‘피닉스 클럽’이라는 엘리트 사교 모임 만큼이나 전통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강력하게 보여왔습니다. 사회적 사업 전문 집단으로서 비영리 기관은 제도적 장치(기부와 세금 혜택) 속에서 기부자, 자원봉사자, 수혜자들을 기관의 한 바운더리 안으로 모으고 이들 사이의 강력한 유대을 강조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연간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사업 홍보를 통해 기부자를 모으고, 선정된 수혜자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하여 모여진 사업 기금을 집행하고, 연말이면 기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일이 비영리 기관의 일반적인 1년 모습입니다. 폐쇄된 네트워크 안에서 사업 아이디어는 맴돌고, 기부나 홍보는 확장되는 데에 한계를 보이며, 투명성은 더욱 악화되기만 하였습니다. 비영리 분야가 확장됨에 따라 경쟁자가 늘어나는 최근에는 전통적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비영리 기관의 문단속은 더욱 심해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베이비붐어 세대가 이끌어온 산업화 사회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70년대말부터 8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한 시대에는 비영리 조직이 과거의 방식으로 살아 남기 힘들어 보입니다. 밀레니얼들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활용에 매우 강한 세대입니다. 이들은 어떤 조직에 소속된 자부심이나 충성심 보다는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소셜 네트워크 위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데에 더욱 열광합니다. 비영리 기관의 사업에도 스스로 참여하고 온라인을 통해 친구들에게 공개하고, 심지어 비영리 기관을 대신해 홍보에 나서기도 합니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본 젊은 대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과 사진을 남기고, 팔로워들을 모으고 리트윗을 하며, 포스퀘어로 체크인을 하는 데에 열심입니다.
이러한 밀레니얼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사회에 비영리 기관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개방하여 수평적 네트워크 속에 기관을 맡길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비영리 기관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최소한이지만 핵심적인 역할만을 담당하고, 자발적으로 활약하고자 하는 소셜네트워크 전사들이 자유롭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법적인 실체로서의 인프라들만 남기고 실질적인 사업 실행의 리더십은 단위가 되는 개인들과 더 작은 조직들에게 넘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밀레니얼들은 언제 왔다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자유로운 존재들이기 때문에, 비영리 조직이 폐쇄적인 경계 속에서의 성공만 집착한다면 소셜네트워크 사회에 살아남긴 힘듭니다. 조직을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외부 조직과의 협력은 물론 더 큰 생태계에 조직을 재조직화하여 내맡길 수 있어야 더 큰 구조 속에서 밀레니얼들과 호흡할 수 있게 됩니다.
Social? Social!
소셜 네트워크는 단어의 태생적 의미가 “사회적”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회적 연결, 그 이상 연결의 ‘사회적 이유(Cause)’를 부단히 찾습니다. 그 이유(Cause)를 가진 비영리 기관은 어떤 조직보다 소셜 네트워크 사회 속에 먼저 적응해야합니다.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부터 바꿀 수 있는 자기 반성은 물론, 현장에서 소셜네트워크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통하는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가까운 미래에 지속가능한 비영리 조직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