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다] 비로소 폐기물을 ‘빼’고, ‘줍’는 세상이 왔다

이번 IBT 4월호를 준비하며 제품이 아닌 서비스 영역에서 확장되고 있는 가치소비의 경로, 그리고 O4O 전략으로 중고거래의 저변을 넓혀가는 솔루션 흐름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주식회사 같다(대표 고재성)’는 폐기물 재활용/재사용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이면서 O4O 전략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인터뷰이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이미 생태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빼기’ 플랫폼 외에 ‘줍줍’이라는 서비스로 혁신을 이어나가는 같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글>

같다는 대형폐기물 수거 서비스 플랫폼 ‘빼기’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정식 론칭 이후 11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빼기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필자가 사는 작은 아파트 단지에도 빼기의 배출 코드가 심심찮게 발견되어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여러 번이었다. 같다의 성장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반가웠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같다는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폐기물 무료 나눔 서비스 ‘줍줍’이다. 

주식회사 같다의 고재성 대표 ©임팩트스퀘어

‘줍줍’, 무엇을 왜 줍는 것이죠?

‘줍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다가 ‘줍줍’ 이전에 론칭한 ‘빼기’ 플랫폼 서비스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빼기’는 과거에는 쓰레기라고 불렸던 대형폐기물이 좋은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플랫폼이다. 같다는 각 지자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수거, 폐기하던 대형폐기물을 몇 가지 대표적인 품목으로 구분하고 균일화된 배출 플랫폼 내에서 편리하게 배출, 수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나아가 각 품목이 어디에서 얼마나 나오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자 대형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목재 가구, 전자 제품 등 주요 대형폐기물들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 폐기 되는지, 구체적인 소재와 구성이 어떤지 파악이 되니 일정 규모 이상의 원자재가 필요한 기업들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파편적으로 배출될 때는 만들 수 없는 거대한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같다는 이 과정 자체로 지금껏 전국 70여 개 이상의 지자체와 MOU를 맺고 대형폐기물 수거 및 재활용 매커니즘을 만들어냈다. ’빼기’서비스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나자 고재성 대표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됐음을 직감했다. 

“최초에 사업을 시작할 때도, 지금도 같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성은 폐기물이 좋은 원자재,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포괄적인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에요. ‘빼기’를 통해 대형폐기물의 재자원화율을 상당 부분 높이고 있지만 폐기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자재로서 분해되어 사용되는 것이 최선이고, 그마저도 자원화가 안 되면 파쇄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빼기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자원화 되기 이전에 이미 그 자체로 재사용될 수 있는 제품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줍줍’서비스로 서비스가 확장되어야 한다고 확신한 순간입니다.”

중고거래를 하기엔 애매한 제품들이 있다. 구입 비용보다 용달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대형 가구,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생활 기스 혹은 구형의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다. 그런 경우 물건의 주인은 판매를 통한 수익보다 거래 과정에서 더 큰 시간적 비용 및 노력이 수반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눔보단 폐기를 결심하게 된다. 누구나 동네 분리수거 장에 멀쩡한 매트리스, 가구, 화장대 혹은 세탁기 등이 버려져있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재성 대표는 바로 이 점에서 기존엔 어쩔 수 없이 폐기되던 대형폐기물의 재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고, ‘빼기’ 플랫폼과 연계한 ‘줍줍’ 서비스를 고안하게 되었다. ‘줍줍’은 누군가 배출 스티커를 붙여 폐기한 ‘멀쩡한’ 제품을 일정한 시간 내에 자유롭게 주워갈 수 있도록 연계하는 서비스다. 

배출자는 평소처럼 빼기 플랫폼에 들어가 배출 스티커를 구매하는 단계까지 동일하게 진행한다. 이후 최종 배출 등록 전 ‘해당 제품을 줍줍 서비스에도 등록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동의하게 되면 해당 물품은 ‘줍줍 가능한 상품’으로 잠시간의 ‘폐기 유보 시간’을 갖게 된다. ‘빼기’ 가입자는 ‘빼기’를 통해 배출된 물건을 발견할 시, 별도의 거래 약속을 잡지 않고도 편리하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고 누군가 물건을 주워가면 물건을 배출한 고객은 사전에 구매했던 쓰레기 배출 스티커 구입 비용을 돌려 받게 된다. 

중고거래에 대상이 되기엔 상품성이 적지만 폐기물로 버려지기엔 아직 쓰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폐기물들은 그렇게 수명을 연장한다. 

당근은 하지 못 하는 도전이 같다에겐 가능했던 이유

당근 플랫폼 내에도 ‘무료 나눔’ 기능이 있다. ‘줍줍’의 서비스 매커니즘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혹 훨씬 큰 규모의 플랫폼인 당근에서 줍줍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될 수도 있지는 않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재성 대표는 “중요한 건 ‘판매 혹은 나눔 의지는 낮지만 누군가 가져가서 잘 쓴다면 뿌듯해할 것 같은’ 소극적 판매자를 아주 세부적으로 타겟팅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줍줍’은 당장 물건을 비우고 싶지만 거래를 위한 네고에이션 및 시간, 장소 조율 등이 귀찮은 사람들이 구매자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합법적으로 물건을 배출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물건을 가져가면 페이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극적 판매자의 거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더하여 앞서 말한 것처럼 ‘대형폐기물’ 특성상 중고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영역이라는 점도 줍줍 서비스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즉, 빼기 플랫폼 내에서 배출 스티커를 구입해 언제든 합법적으로 물건을 ‘우선 배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귀찮음 혹은 기대 수익이 낮아 중고거래 의지도 함께 낮아진 사람들마저도 폐기보단 재사용에 동참할 수 있는 세부 영역을 새롭게 열어내는 것이 다른 플랫폼은 따라할 수 없는 ‘줍줍’만의 차별적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재성 대표는 “‘줍줍’은 지금 당장 이용 고객 혹은 중고거래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빼기 서비스만으로는 커버하지 못 했던 대형폐기물 순환 영역을 다른 각도, 다른 차원에서 열어보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줍줍’,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갈 건가요?

‘줍줍’은 2023년 9월에 론칭해 이제 막 론칭 7개월 지점을 지나가고 있다. ‘빼기’ 전체 가입자수의 약 10% 정도가 줍줍 서비스로도 이용을 확장하고 있어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재성 대표는 아직 테스트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줍줍’ 론칭하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가설은 ‘스티커를 부착해둔 물품이 누군가 가져갈만한 가치를 지닌 물품이 될 수 있는가’였어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론칭 전 약 3년 간 테스트베드 기간을 가졌고, 줍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 설명 카테고리 및 줍줍 가능한 제품 노출 방식 등을 다듬어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이제 새로운 목표는 연세가 많으시거나 플랫폼 이용이 낯선 수거 관계자 분들도 보다 직관적으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 및 서비스 구성을 다듬는 것입니다. 또한 배출하는 분들이 줍줍 성사시 스티커 비용을 돌려받는 것 외에서 베네핏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고자 해요.”

‘같다’는 이 베네핏을 확장하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면 포인트로 돌려주는 ‘탄소중립포인트’와 같은 지자체 연계 포인트 제도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민간 기업이면서도 지자체와의 논의에 설득력을 갖는 것은 빼기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사회적 가치가 단순히 ‘같다’만의 성과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골머리썩던 대형폐기물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폐기물을 배출하고 자원 순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두 팔 걷어 나선 빼기만의 경쟁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폐기물 관련 명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 수립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자체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단단한 강점이 된다. 

같다, 그리고 고재성 대표가 꿈꾸는 가치소비의 세상

기업 철학, 비즈니스 외에 고재성 대표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소비 철칙 혹은 기준도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고재성 대표는 “‘재활용 물품이니까’ 혹은 ‘친환경 제품이니까’하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은 리빙페어에 갔다가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의자를 본 적이 있어요. 흥미를 가지고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표면이 너무 거칠고 마감이 엉성해서 금새 흥미가 떨어졌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미 완판한 제품이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다 팔렸을까 궁금해하고 있던 찰나에 인근 카페테리아에 거치된, 동일 제품에 앉은 소비자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거 생각보다 까끌까끌하다’라고 평하면서도 ‘근데 친환경 제품이래. 그래서 그런 것 같아’라는 대화를 나누고 계시더라고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퀄리티를 더욱 높이지 못 하면 100개의 제품은 팔 수 있어도 1만 개, 10만 개가 팔리는 제품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가치소비자이자 기업가로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늘 생각해요.”

그는 동일한 선상에서 같다의 서비스들도 ‘자원순환에 일조하니까’, ‘친환경 플랫폼이니까’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올 연말에는 자신의 가치소비 철칙에 맞추어 높은 품질의 친환경 제품을 선별해 빼기 플랫폼에서 소개하는 비즈니스를 연계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고재성 대표는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도 안 받고 소개할 예정”이라며 “제품 본질적 가치에 집중한 친환경 제품이 어떤 퀄리티로 만들어져야하는가를 함께 살펴보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그라운드는 연대로 채워진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흔히 그린 테크라고 말하는 자원순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라고 말했다. 협력, 협업이 익숙한 생태계에서 굳이 연대라는 표현을 주장하는 이유를 물었다. 

“협업은 기브 앤 테이크가 전제된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 그대로 ‘함께 업무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연대는 작은 범위더라도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만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시기에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가령 친환경이 막 부상할 때는 작은 파이를 쪼개어 나누먹는 듯한 갈급함, 치열한 경쟁이 표면을 장식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같다 역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달려온 순간도 있었지만 자원순환 영역이 성숙하면서 이제는 다음 Phase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경쟁을 위시한 산업의 경향성은 뒤로 미뤄두고 생태계 자체를 더욱 커지게 하는 연대를 함께해 나갈 그린테크 영역의 창업가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돕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그 형태는 작은 모임이 될 수도, 컨소시엄일 수도, 혹은 지자체 관련 제안을 함께 준비하는 형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혹 같다와의 연대를 희망하는 기업은 어떻게 컨텍할 수 있는지, 괜찮다면 고재성 대표의 메일 주소를 함께 게재해도 될 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아주 흔쾌히 응하며, “무엇이든 풀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주저않고 연락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린테크 영역의 새로운 혁신, 혁신적 연대를 기다리던 사람이라면 아래 메일 주소를 참고해주시기를 바란다. 

주식회사 같다 고재성 대표 james.ko@gatda.com


글, 사진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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