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r Economics Series #3] 가난한 사람들의 저축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대하여 : Saving brick by brick

2014. 4. 2. 1:20

Poor Economics는 빈곤 퇴치를 위한 여러가지 솔루션을 인간 본연의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실증적인 접근법으로 분석·평가한 연구서로, IBR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를 주제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저축 방식과 그것이 그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재정 관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타파해야 할 가난한 이들의 저축에 대한 오해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 농촌에서는,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는 말이 매우 흔했습니다. 소는 농사일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면서 동시에 그 소를 판 돈을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소값파동’ 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농촌가구들이 여분의 돈을 소에 투자한 까닭에 소값이 떨어지는 경우 상당히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인도의 농부들에게는, 여윳돈이 생길때마다 소를 사고 나중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 소를 파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Poor economics의 저자인 Duflo와  Banerjee 교수는 개발도상국가를 방문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이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집을 건축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집을 짓고, 돈이 없으면 쉬었다가 다음 기회에 여유돈이 생기면 집을 짓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집이 필요하면 한꺼번에 돈을 모았다가 집을 지으면 되는데 왜 이러한 방법으로 집을 짓는 것일까요? 충분한 돈이 마련되지 않으면 집을 완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비가 오게 되면 반쯤 지어진 집이 무너져버릴수도 있는데, 굳이 이러한 위험을 감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 방법이 저축의 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벽돌을 모아서 파는 것보다는 반쯤 완성된 집이 더 많은 값을 받고 팔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부족한 상황에 닥치면 건축 중인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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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온라인 은행, 수많은 ATM기기들에 둘러싸인 우리에게는 이러한 방법으로 저축을 하는 것이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얼마전에 방문한 캄보디아 마을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집을 지으면서 저축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하는 방식은 오늘날 한국에 사는 우리들의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얼마나 저축할 수 있을까요?  

저축은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은 저축을 하거나 미래를 위해서 경제적 준비를 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재 생활을 유지하기에도 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가축을 키우는 농부의 경우 규칙적으로 저축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Poor economics의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저축을 한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그들은 저축을 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근시안적인(myopia)사고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근시안적이라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서 저축하기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위해서 값비싼 물건을 사는 등의 소비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말하지만  대부분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 저축을 하기 보다는, 현재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서 비싼 물건들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입니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와 금융시스템이 발달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의 경우, 근시안적인 관점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원칙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축하는 것을 장려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을 하게 되면 그들이 교육과 의료서비스(또는 보건)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망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소득이 낮은 가난한 사람들이 근시안적 관점으로 인하여 더욱 저축을 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오랜시간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고, 여분의 돈이 생겨도 저축을 하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쾌락을 위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편견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만연하였으며, 특히 ‘인구론’을 집필한 경제학자 맬서스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소득증가로 쾌락을 즐기기 때문에 빈곤한 노동자들의 수가 증가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시켜서, 귀가 후 아무일도 하지 않고 수면을 취하게 해야만 더 이상 인구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구빈원’을 설치하여 가난한 노동자들을 한곳에 모아 최소한의 식량을 제공하고, 노역을 시켜야만 빈민구제기금을 줄일 수 있고, 빈민계층의 수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그 당시 지배계층은 가난한 사람들이 게으르고 참을성이 없어서 이들 스스로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강제적으로 노역을 시키고 최소한의 음식만을 제공하였습니다. 이 시기 출간된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보면, 구빈원은 엄격한 법적, 도덕적 원칙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제어하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고발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편견처럼 참을성이 없고 게으르며 소비의 유혹에 쉽게 빠져 미래에 대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낯설게 들릴지 몰라도, 가난한 사람들도 그 나름의 방법으로 저축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저축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가난한 농부들과 영세 사업가들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금융서비스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주된 이유로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은행이 많지 않다는 점과 더불어 은행이 많지 않은 돈을 가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계좌를 쉽게 개설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위험성이 크고 값비싼 다른 방법들을 찾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한 개인 뿐만 아니라 거시적 차원의 경제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두에 언급한 ‘소’입니다.
 

과연 농촌에서 소는 ‘훌륭한 저축원'인가?

Anagol, Alvin Etang, Dean Karlan 교수들은 북인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를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투자형태인지에 대한 연구(The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참고)를 실시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지역에서 소를 사는 것은 좋은 투자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소를 키우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평균적으로 소에게 먹이는 사료로 드는 비용은 1년에 10,000루피(달러환산160달러)나 됩니다. 만약 전염병이 유행하면 그 비용은 훨씬 증가합니다. 이러한 비용 때문에, 시골에서 소를 소유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64%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이러한 비용을 고려할 때, 소는 별로 권장할 수 없는 투자방법이라고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농부들이 소를 소유하는 주된 이유는 소비에 대한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북인도 지역에 위치한 모든 마을 중에서 7%만이 은행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식적인 저축 체계(savings mechanism)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을 할 경우 비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간단하게 침대 밑에 돈을 넣어두거나, 지역의 저축 클럽에 가입하거나, 또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소를 소유합니다. 소에 대한 수익율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소를 저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소는 비유동적인 자산(illiquid assets)이기 때문에 소에 투자한 돈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말로 중대한 일이 아니면 소를 팔기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지 아이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 텔레비전을 사기 위해서 소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비유동성 자산이라는 특성때문에 소를 팔아서 소비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구매자를 찾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판매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들이 다소 복잡하며, 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일단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를 하고 나면 이를 쉽게 유동성 자산으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비유동성 자산은 소비에 대한 한계성향(the 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이 유동성 자산에 비해 훨씬 작게 됩니다.

둘째, 개발도상국가에서 노동시장은 분절(segmentation)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실업율이 높으며, 여성을 위한 공식적인 노동시장은 존재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문화적 특성이나 사회적 규범으로 인하여 여성들이 유급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가축을 키우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실질적으로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를 소유하게 되어 소의 배설물(cow dung)을 모은 후 연료로 팔고, 우유를 짜는 등의 생산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생산활동은 여성들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그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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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Anagol, Alvin Etang, Dean Karla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투자의 목적으로 소를 기르기로 결정하면, 소의 생산성에 대해서 과도하게 확신(overconfidence)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동물들의 가치를 그들이 이전에 소를 샀을 때보다 훨씬 높게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소를 살 수 있는 가격은 5년전에 평균적으로 2,300루피였는데, 현재 사람들의 기대치는 각각 10,000루피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5년전보다 4배이상이나 더 높은 가격으로 소를 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고 해도 실제 판매 금액과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넷째, 소를 소유한 사람들은 수익에 대해서 양의왜도(positive skewness, 확률변수의 큰 값쪽으로 꼬리가 긴 비대칭 분포의 형태)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당첨될 확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Garrett and Sobel (1999)의 연구(Gamblers favor skewness, not risk 참고)에 따르면,  상금의 분포가 양의왜도를 가지게 되는 이유는 당첨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위험회피적(risk averse individuals) 성향을 지닌 사람들도 복권을 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를 소유함으로써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를 구매하는 것도 이와 같은 논리인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상위 20%의 소만 238% 가량의 큰 수익을 내고 하위 40%의 소는 상당한 손실을 가져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사람들이 속한 사회의 문화와 규범이 소를 소유하는 것을 장려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농촌에서 소를 소유하게 되면 가구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질 좋은  우유를 얻을 수도 있고 힌두교인 사람들은 영적인 만족(충족감)을 얻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저축을 위한 제언

가난한 사람들은 매일매일 그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저축과 투자를 하는 데에도 많은 제약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약을 극복함에 있어, 경제학적으로 소가 좋은 투자원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방법을 바로 제안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고민 끝에, Anagol, Alvin Etang, Dean Karlan 교수들은 보고서의 말미에서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소를 키워 투자수익를 얻을 수 있도록 ‘규모의 경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가구가 한 마리의 가축을 키우는 것은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위험성을 크게 만들기 때문에, 작은 규모로 가축을 키우는 가구들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노동비용도 줄이고 위험에도 보다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저축과 빈곤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과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히 가축을 나눠주는 원조 프로그램들은 직접적으로 소득을 창출하는(또는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비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가뭄이나 홍수, 질병으로 인하여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율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공식적인 금융체제에 대해 접근하여 저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소가 마이너스 수익율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면, 마이크로파이낸스, ROSCA(우리나라의 계와 비슷한 시스템) 또는 핸드폰 계좌같은 방식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바로 저축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필리핀말라위에서 시행된  ‘Commitment Savings Accounts’(CSAs:  마을의 각 가구들이 참여하고, 일정수준액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동의한 후 운영되는 마을 공동은행계좌 )제도는 가난한 가구의 저축율을 증대시키고, 의사결정의 방식과 행동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인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SAs와 비슷한 형태로, 영국의 Barclays사가 Plan UK, CARE International UK와 함께 11개 개발도상국가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Banking on Change라는 단체를 설립하였습니다. 실제로 가장 빈곤한 것으로 조사되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대출 서비스보다는 저축·예금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Barclays의 연구에 따르면, 비공식적인 영역에서는 빈곤층의 99%가 도난, 충동적인 소비, 갑작스러운 가축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그들이 저축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반면, 공식적인 영역에서는 그 비율이 15%로 급격히 감소합니다. 또한 빈곤층이 공식적인 영역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경우, 저축량이 3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The Guardian, Banishing Poverty Through Banking 참고). Banking on change는 이러한 문제 의식 및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빈곤층의 저축을 유도하여 이들이 공식적인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었습니다. Banking on Change는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쳐 빈곤층의 저축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자금모으기’로, 15-30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을 형성하여 그 구성원들이 저축 및 금융 관련 능력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합니다. 이들이 저축한 돈은 자물쇠로 잠글 수 있는 금고에 보관되며, 세 개의 열쇠를 세 사람이 각각 나눠서 보관합니다. 2단계는 ‘자금늘리기’로, 그룹이 충분한 양의 저축을 하면, 소규모 사업을 위한 돈을 빌려주는 것이 가능해지고, 빌려준 돈은 구성원들에 의해 합의된 이자와 함께 상환되며, 이러한 방식으로 60% 까지 증가된 저축액을 구성원들이 서로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마지막 3단계는 ‘공식적인 금융 서비스에 진입하기’로, 일정한 금액 이상을 저축한 그룹들은 공식적인 저축 계좌를 가질 수 있는 기회 뿐만 아니라 계좌에 대한 추가 담보 및 다른 금융 서비스들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Banking on change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저축량을 살펴보면, 각 개인 당 한 해에 평균적으로 58달러를 저축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 공식적인 금융서비스에서 배제된 25억 명의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한 해 1조 4천 5백억 달러가 저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빈곤층이 가진 돈이 그들의 집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금융 시장으로 나왔을 때,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Banking on Change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역시도 주변에 은행이 있거나 여윳돈이 있다고 해서 항상 충분히 저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근시안적이며, 현재의 만족을 위해서 소비를 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 역시 이러한 소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들이 사용 가능한 방법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보기에는 소를 사는 것이 좋은 투자방법은 아니지만, 현재로썬 비유동성 자산인 소를 통해 저축을 하는 것이 그들이 소비의 유혹에서 벗어나 저축을 할 수 있는 최선책입니다.

과거의 개발모델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저축할 여웃돈도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그 때문에 이들을 소비의 주체로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축과 관련된 금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CSAs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제도를 통해 필리핀에서는 1년동안 저축율이 82%나 증가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제공되는 금융관련 교육 및 서비스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증진되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의존적이지 않으며 스스로 재정을 관리하고 미래를 준비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이들의 필요와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에 미래를 투자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서는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작성자 : ISQ 윤남희,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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