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한 로봇 #1 - 신체적 결함을 보완해주는 로봇
2014. 2. 13. 15:35
Willow Garage의 PR2 로봇 (출처: 위키미디어)
현대 로봇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본 글은 '인류를 위한 로봇'을 주제로 하는 2부작 시리즈 중 첫번째 포스트입니다.
인류를 위한 로봇1 – 신체적 결함을 보완해주는 로봇
인류를 위한 로봇2 – 로봇의 감성 터치,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
미용실에서 보자기를 두르고 앉아 머리를 자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 때 콧등 위로 머리카락조각이 떨어져 나를 몹시 간지럽힌다. 코를 찡긋거려보지만 떨어지지 않는다. 커다란 보자기를 두르고 있어 손을 쓸 수도 없다. 간지러워 미쳐 버릴 것 같은데 바로 뗄 수 없을 때의 짜증스러움과 무력함. 그런 무력함을 헨리 에반스는 한 시간에 2~3번씩 무려 10년을 느끼며 고통 속에 살아왔다.
잘 나가던 CFO 헨리 에반스의 삶을 바꾼 뇌졸중
헨리 에반스(Henri Evans)는 지난 2002년 8월 29일까지 아메리칸 드림 같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학위를 취득하고, 사랑스러운 부인과 네 명의 멋진 아이들을 키우며, 실리콘벨리 한 기업의 CFO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뇌졸중이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마흔이라는 창창한 나이에 사지불구 벙어리가 되었고, 그의 삶은 한 순간에 변하게 되었다. 스스로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의사 표현을 하는 것도 제한적이었다. 그에게 삶의 희망을 다시 찾아 준 것은 가족들의 지지와 첨단 기술들이었다.
헨리 에반스 테드 강연 영상 (출처: Ted.com)
인류을 위한 로봇(Robots for Humanity) 프로젝트
헨리 에반스는 조지아 공대 의료용 로봇 연구소 Charlie Kemp 교수와 로봇 회사 Willow Garage Steve Cousins와 함께 ‘인류를 위한 로봇 프로젝트(Robots or Humanity)’를 진행했다. 2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헨리 에반스가 일상에서 신체를 대용해 PR2 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헨리 에반스는 PR2의 도움으로 10년만에 드디어 그의 가려움증을 스스로 해결하고, 면도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PR2외에도 여러 기술들이 헨리 에반스의 일상 생활을 도왔다. 헨리 에반스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머리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통하여 마우스 커서를 움직임으로써 컴퓨터를 이용하여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고, 카메라가 달린 드론(Drone: 무인항공기)을 조정하여 전신 마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 지붕 위를 둘러보거나, 대학교 교정을 거닐 수 있게 되었다.
PR2를 이용해 얼굴을 긁고 있는 헨리 에반스 (출처: Technology and Science)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상 생활이나 사회 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로봇과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신체의 장애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헨리 에반스와 비슷한 사례들이 몇 안되지만 국내에도 있다. 불의의 사고로 목 아래가 마비되었지만 기술의 도움으로 학교에 복귀하여 활동 중이신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님, 비슷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에서 재활 로봇을 연구 중이신 김종배 박사님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떠한 로봇들이 신체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 아바타 로봇 PR2
2006년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Willow Garage는 개인용 로봇에 사용 가능한 하드웨어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로봇 회사다. 2007년 이 회사에서 개발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묶음 Robot Operating System(ROS)은 빠르고 폭 넓게 로봇 산업의 일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PR2는 2010년 Willow Garage에서 출시한 사람 크기의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기본적으로 분석, 시각화, 디버깅 도구와 함께 기본적인 계획, 지각,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오픈 소스를 이용하여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동시 위치 측정 및 지도 작성, 시뮬레이션 등 추가적인 기능들을 실행 할 수 있다. PR2는 프로그래밍 하기에 따라 스스로 빨래를 접기도 하고, 냉장고에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찾아오기도 하며, 초콜렛 쿠키를 만들기도 한다.
냉장고에서 맥주 가져오는 PR2 (출처:techeblog)
여기에 에워싸는 듯한 가상 현실(Immersive virtual reality) 기술의 도움을 조금 받는다면, PR2를 시뮬레이션 게임 속 아바타처럼 활용 할 수 있다. 당신은 PR2의 몸을 통하여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PR2의 눈을 통하여 그 곳을 살펴보면서 PR2를 당신의 분신으로 활용하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설령 당신이 신체를 움직이는데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거나 침대에 누워만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작은 힘과 움직임을 이용하여 PR2를 조종함으로써 원하는 일상 생활을 영위 할 수 있다.
PR2 아바타로 활용하기 (출처:YouTube-ROS)
상체를 사용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 로봇 팔, JACO
2006년에 설립된 Kinova는 휠체어에 활용 가능한 로봇 팔을 개발하는 캐나다 회사이다. 이 회사의 CEO인 Charles Deguire는 어렸을 때 근이영양증(근육이 점저 약해져 가는 병)을 가지고 있는 3명의 삼촌들을 도왔다. 이 삼촌들 중 한 명인 Jacques Forest는 왼손 엄지손가락 밖에 움질 일 수 없었지만, 모든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임시적인 로봇 팔을 발명했다. 삼촌의 발명에 영감을 받은 Charles 는 이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켜 Kinova를 설립하고, 2009년 삼촌의 이름을 따서 JACO라는 로봇 팔을 출시하였다. JACO는 6개의 축을 가지고 있으며, 전동 휠체어에 장착하여 이용할 수 있다. 현재 150명이 넘는 근이영양증, 루게릭병, 척수외상, 다발성 경화증, 또는 신경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JACO를 조정함으로써 이전에는 스스로 할 수 없었던 물을 마시고, 식탁으로 음식을 날라 식사를 즐기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Asimo로봇 기술을 활용한 보행 보조 장치, Stride Management Assist
일본의 자동차 회사 Honda는 이동성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면서 1999년부터 걷는 장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일본의 국가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ASIMO를 개발하면서 진행된 사람의 보행에 대한 연구가 걸음 보조 장치(Stride Management Assist)의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걸을 수는 있지만 약한 다리 근육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걸음 보조 장치는 그들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을 도와 줌으로써 좀 더 빠른 속도로 좀 더 먼 거리를 걸을 수 있도록 만든다. Honda는 작년 11월 걸음 보조 장치가 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RIC)에서 임상연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참고 : Honda) RIC는 1991년 이래로 U.S News & World Report의 미국 재활 분야 순위에서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병원이다. 뇌졸중은 성인들에게 장애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로, 매년 미국에서만 80만명이 뇌졸중을 겪는다. 뇌졸중 생존자들의 80% 가까이는 저하된 걸음 속도와 비대칭적인 걸음 양식을 포함한 상당한 보행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혼다의 걸음 보조 장치는 그들의 재활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혼다의 보행 보조 장치, Stride Management Assist
(출처: Honda 홈페이지)
근육의 전기를 이용한 능동적인 의수, i-limb
해리포터에서 피터 페티그루는 볼드모트를 환생시키기 위하여 그의 오른손을 제물로 바치고, 환생한 볼드모트에게서 그의 진짜 손 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은으로 된 손을 선물 받는다. 그런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Touch Bionics는 팔에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근육의 전기를 이용한 의수(myoelectric prosthetic hand)와 실제 같은 실리콘 피부 등을 개발하는 스코틀랜드 회사이다. 좀 더 자연스러운 외형에 집중하는 수동적인 의수와 달리 능동적인 의수는 손의 기능적인 면에 주목하여 잡고, 조작하는 활동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i-limb ultra는 각각의 손가락이 자연스러운 관절에서 굽혀지기 때문에 손가락을 물건의 외형에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타이핑을 하고, 작은 물건을 두 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으며, 힘을 주어 신발끈을 묶거나 가방을 들 수도 있다. 이 능동적인 의수는 손 절단 수술을 받았거나 선천적으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독립성을 찾아 주고 있다.
i-limb사용자인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Bertolt Meyer 교수 (출처: touchbionics 홈페이지)
인간과 로봇의 애매한 경계, 바이오닉 맨
위 사진의 주인공인 Bertolt Meyer는 작년 초에 방영되었던 영국 방송 ‘채널4’의 다큐멘터리 ‘바이오닉 맨은 어떻게 만드는가(How to build a bionic man)’를 진행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다큐멘터리는 전세계의 최첨단 생체공학기술들을 모아 뇌와 소화기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신체가 인공 장기로 이루어진 바이오닉 맨 Rex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인조인간의 얼굴은 Bertolt 의 얼굴 형상을 본 뜬 피부로 만들어져 다행히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공 안구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인공 귀는 호주 맥쿼리 대학에서, 인공 심장은 미국 애리조나 신카디아에서, 인공 혈액은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인공 팔은 앞서 소개했던 스코틀랜드 터치 바이오닉스에서, 인공 다리는 MIT 미디어랩에서 공수해왔다. 아직은 이러한 연구들이 인체의 기능에 미치지 못치지만 먼 미래에는 인체를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 더 뛰어난 기능을 가진 인공 장기, 의수족 등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신체의 장애와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신체를 아이언맨처럼 더 강하게 만드려는 인간의 욕구에 대한 윤리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 참조)
어마무시한 로봇의 가격과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
사실 로봇이라는 게 그렇다. 프로그래밍 하기 나름이다. 공학자들은 특별한 목적을 두고 로봇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인간처럼, 혹은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판단하고 움직이고 교감할 수 있는 로봇이라면, 그 쓰임은 무궁무진하기 마련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PR2만 하더라도 프로그래밍 하기에 따라 일터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시킬 수도 있고, 집안일을 시킬 수도 있으며, 또는 헨리 에반스 같은 누군가를 돕는 용도로 사용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로봇의 가격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이다. PR2의 가격은 무려 28만달러(3억원). (세금과 배송료는 별도이다.) 도쿄에 소재한 미라이칸 일본과학미래관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는 Asimo의 연봉(파견료)은 2천만엔(2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닉 맨 Rex를 만드는데는 100만달러(11억)가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의 필수품인 자동차도 대량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비싸다.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이 자동차만큼 대량 생산되는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한 명의 인건비보다 더 낮아지려면 아직 한참 멀은 것 같다.
박물관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는 Asimo (출처 : physorg)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의 발전은 우리의 삶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리라 확신한다. 특히, 신체 활동의 장애 때문에 사회 활동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조차 많은 제약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할 것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받았던 많은 사람들이 로봇의 도움으로 사랑하는 가족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직장 동료로,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성자 : ISQ 윤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