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r Economics Series #1] 빈곤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 : 「Poor Economics」

2013. 12. 6. 11:42

개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가난 혹은 빈곤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절대빈곤보다 상대적 불평등과 박탈감이 더 큰 사회문제가 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까지 절대빈곤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빈곤을 접하게 되면서 빈곤이라는 문제가 너무 거대하고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 노력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과 좌절을 경험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또는 현장에서는 빈곤문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서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셨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경우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이제는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한국의 모델을 배우려고 하고, 공적원조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장점과 단점은 있습니다만,  개발문제와 빈곤문제, 더 나아가서 전인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한국분들이 굉장이 많아지고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를 접근하기 위해서 기존의 지식을 배우고 더 나 아가서 새로운 방법들에 대해서 우리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 중 하나가 그냥 도와주면서 자신들이 책임을 다했다는 것, 즉 죄책감(Guilty)을 전가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연말에 불우이웃돕기도 비슷한 방법일 것입니다. 뭔가 착한일을 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문제는 내가 낸 돈이 과연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것인지?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경제학적으로 그리고 수혜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모두)에 대한 방법에 대해서는 시간을 드려 고민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임팩트 스퀘어에서는 앞으로 "Poor Economics"의  강의(MIT와 Havard의 학부생 강의이며 온라인으로 무료로 제공)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빈곤문제의 접근방법들(원조효과성, GDP측정방법등)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사고의 전환, 그리고 작은 범위에서부터 고민해보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본문에서 소개하고 있는 Poor Economics의 온라인 강의 사이트

먼저, 여러분은 빈곤(poverty), 가난한(poor)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십니까? 더 나아가서 아프리카(Africa), 굶주림(hunger)이라는 단어들을 접하신다면 아마 이러한 현상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빈곤문제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법이 항상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나의 예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여러분께선 아래 두 가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빈곤에 대하는 우리의 비일관성을 지적하는 두 가지 실험

미국의 University of Pennsylvania 의 실험에서 임의적으로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첫번째 집단에는 가난해보이는 여자아이 사진(로키아라는 이름의 소녀)과 “현재 이 아이는 극심한 기아 상태에 있고 학교도 갈 수 없는 상황인데, 만약 당신이 도와준다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고 학교도 갈 수 있다” 라는 문구를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집단에는 “말라위에서는 가뭄으로 3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고, 이티오피아에서는 4백만명의 사람들이 식량문제로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문구와 사진들을 보여줬습니다. 

실험에서 보여준 첫번째 집단(좌)과 두번째 집단(우)에게 각각 보여준 사진

여러분은 어느 사진에 보다 더 기부하실 건가요?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대학생들은 첫번째 사진에 평균 1인당 2.83달러를 기부하였고, 두번째 사진에는 1.16달러를 지불하였습니다. 학생들은 ‘로키아’를 돌봐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로키아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개인의 빈곤문제에 초점을 둔 빈곤퇴치 접근방법은 좀 더 우리에게 쉽고, 실현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 책의 저자들이 논의하고자 하는 바는 일반적으로 크고 복잡한 사회문제들을 접하였을 때, 사람들은 “그래, 그건 큰 문제야. 내가 해결할 수 없어.” 또는 “나의 도움은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두번째 실험은 먼저 위의 실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즉 “먼저 참여한 학생들이 ‘로키아’에게 더 많은 기부를 했어” 라고 주의를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를 접한 이후에 학생들은 로키아의 사진에 1.36달러, 즉 첫번째 실험의 절반 정도만을 기부하였습니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할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느껴지는대로 기부를 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에 이 책의 저자들은 빈곤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적어도 합리적이고 일관적인 접근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Aid or Dead-Aid?

두번째로 이야기해볼 것은 대규모 국제원조의 효과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국제개발과 관련된 일들을 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쯤은 대규모의 공적원조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을 것입니다. 국제개발분야의 슈퍼스타(rock star)인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인 ‘빈곤의 종말(End of Poverty)’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들은 가난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빈곤국가들은 더운 날씨에, 토지가 비옥하지 않으며, 말라리아가 자주 발생하고 재난에 취약한 지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지역은 경제적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의 접근성도 매우 낮다. 따라서 초기에 거대한 투자(large investment)가 있어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제프리 삭스,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 中

원조는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다(Aid) vs. 없다(Dead Aid)

그런데 이러한 지역의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어 이를 빈곤의 덫(’poverty trap‘)으로 정의합니다.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국제원조(foreign aid)가 핵심이라고 삭스 교수는 말하고 있습니다. 즉 저개발지역의 경우 교육, 보건, 경제 분야의 총체적 문제로 '빈곤의 덫'에 빠졌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걸친 전면적 지원을 통해 단기간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빅 푸쉬(Big Push Theory)’이론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 자문관이기도 한 삭스 교수는 2000년도 초반에 아프리카의 몇몇 마을을 ‘밀레니엄 빌리지(Millennium Village)’로 지정하여 이러한 이론에 따라서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MVP)’를 시행하였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사업에 대해서도 소개하겠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원조의 효과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삭스 교수의 견해를 반박하는 논의도 있습니다.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의 절반 구하기(The white man‘s burden)’에서 오늘날 서구의 국제원조 방식이 20세기 제국주의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빈곤의 덫이 실제로 검증되지 않은 신화이며, 이른바 '빅 푸시(Big push)'로 불리는 대규모 원조가 가난한 나라들을 성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는 피원조국의 정부가 아닌 자발적 개인들의 역동성과 기업가정신에 토대를 둔 개발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인정하라고 말합니다.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자는 제안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는데, 수요자(원조를 받는 사람)들이 구호단체의 공급상품(활동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와 바우처(voucher) 등을 제공하여 그 액수에 맞게 직접 구호기관 및 활동을 선택하게끔 하자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월드뱅크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모요(Moyo)‘죽은 원조(Dead Aid)’라는 책에서 지역의 자생력을 훼손하여 원조기관에 로비하고 지속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드는 원조정책은 아프리카의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Poor Economics」의 저자 Esther Duflo 교수의 TED 강의, "Social Experiments to Fight Poverty"

「Poor Economics」의 저자이자 MIT교수인 Duflo 교수는 TED 연설에서 “서구 사회가 지난 50년간 대외원조로 2조 3천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의 빈곤국가 아이들이 12센트에 불과한 말라리아 예방약과 4달러짜리 모기장을 제공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그 돈을 사용하고 싶을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할 일은 돈을 쓰는 것이고 또한 빈곤을 퇴치할 방법을 알고 있기에 단지 그 방법대로 더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원조는 사실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며 부정부패와 의존도를 높히게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둘 다 아니라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수십억 달러의 원조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Duflo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 그런지 아프리카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아프리카는 많은 원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GDP는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 원조가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상황이 더 악화됐을 수도 반대로 더 좋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해보지 않은 방법의 결과를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이렇게 여러가지 가정을 설정하고 실험을 하는 방법을 'Casual Inference and Counterfactuals' 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재하는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프리카의 국제 원조와 1인당 GDP의 상관관계

먼저, Duflo 교수는 여기서 여러분께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합니다. 면역접종(immunization)의 예입니다. 이 방법은 아이들을 살리는 데 있어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에 많은 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게이츠 재단에서는 백신개발에 많은 금액을 기부하기로 각각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개발도상국도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2500만명의 어린이들이 응당 받아야 할 백신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라스트 마일 문제(last mile problem)"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고 인프라도 갖추어졌지만,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라스트 마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분의 돈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또 다른 질문은 말라리아에 관한 것입니다. 말라리아로 매년 90만명의 사람들이 사망합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사하라사막 이남지역 사람들이며 5세 이하의 어린이들입니다. 사실 말라리아는 5세이하 사망률을 높이는 주된 원인입니다. 우리는 이미 말라리아 퇴치법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와서 이렇게 묻는다면 어떨까요? "현재 가지고 계신 수백만 달러로 모기장을 사는 건 어때요?" 모기장은 굉장히 쌉니다. 10달러면 살충제 처리가 된 모기장을 만들어 보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사용법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모기장이 있으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호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염 방지효과도 있습니다. 예컨대 한 마을에서 절반 정도가 모기장을 사용한다면 나머지 절반도 그 효과를 누립니다. 왜냐하면 질병 전염균이 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위험군 아이들 중 1/4정도만 모기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모기장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반대합니다. "모기장을 무료로 나눠주면 사람들은 그것을 가치있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모기장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모기장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어망(fishnet)정도로 사용하겠죠"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기장을 가치있게 여기도록 하기위해 사용료를 받으시겠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세번째 질문은 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도 해결책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겠죠.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록 장려할 수 있을까요? 교사들을 채용하고, 학교를 더 건축해서요?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해서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 질문을 풀어가시겠습니까? 

Duflo 교수의 해답 : 무작위 통제실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저자들은 사회적 정책의 효과성을 측정하기 위해서 무작위적이며 통제된 임상실험을 도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먼저 백신 사례로 돌아갑니다. 인도 우다이푸르라는 마을에서는 전체 어린아이들 중 1%만이 백신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백신이 없어서 그런것이 아닙니다. 백신이 있고, 무료입니다. 또한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런것도 아닙니다. 홍역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아이가 홍역에 걸리면, 아이의 부모는 수천루피를 들여서라도 고치려 할 것입니다. 왜 동네의 작은 의료센터는 텅비어있고 병원은 붐비는지 이제 이해가 되시죠. 그럼 문제가 무엇이죠? 

첫번째로, 저자들이 제시한 예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백신에 대한 모든 오해와 잘못된 통념들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단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설득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예방접종을 실천에 옮기는데 따르는 문제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려면 몇 킬로미터를 걸어 가야 합니다. 그렇게 백신을 맞히러 갔는데, 반기는 것은 이 문구 뿐이였습니다. "예방센터 문닫음".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너무나 바쁘고 해야할 일도 많습니다. 길도 좋지 않아서 비가 오면 흙길을 오랜시간 걸어가야 하고, 농사를 지을 시기면 그럴 정도의 여유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미루기 일쑤입니다. (사실 우리는 병원이 곳곳에 있는 한국에서 치과에 스케일링 받으러 가는 것도  매일 미루고 있습니다. 이건 바로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들도 이럴 것입니다. 결국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마을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주고, 사람들에게 오늘 행동해야 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예방접종률을 매우 높일 수 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저자들은 우다이푸르지역에 있는 134개 마을에서 랜덤화되고 통제된 실험을 하였습니다. 파란 점들은 임의적으로 선택한 곳들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예방접종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빨간 점들은 예방접종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뿐만 아니라 지금 행동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곳입니다. 하얀 점들은 대조군으로 어떤 변화도 주지 않은 곳입니다. 

우다이푸르지역에서 실행된 백신접종에 대한 무작위 통제실험 결과 

이 실험에서는 매월 캠프를 조직해서 아동 백신 접종을 용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용이하게 만든 후, 백신을 맞을 때마다 렌즈콩(lentil) 1kg을 얹어 줌으로써 미루지 않고 지금 접종 받도록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렌즈콩 1kg은 많은 양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하면서 그를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미루는 것이 문제라면 오늘 행동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알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험전에는 모든것이 다 똑같습니다. 실험후에는 단지 캠프를 세웠을 뿐인데 면역율, 즉 백신 접종율이 6%에서 17%로 상승하였습니다. 렌즈콩을 준  실험의 수치까지 감안하면 백신접종율은 38%에 이릅니다. 자, 이제 질문의 답이 나왔습니다. 캠프를 만들고 렌즈콩 1 kg를 주십시오. 그럼 백신접종율을 6배로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에요. 렌즈콩을 계속 나눠줄 수는 없잖아요"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논리로 생각해 본다면 렌즈콩을 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보면 돈이 더 적게 들것입니다. 아이들이 병에 걸려서 지출되는 비용이 더 막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모기장의 예입니다. 여러분께서 생각하시기에는 모기장을 무료로 나눠줘야 할까요? 유료로 나눠줘야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답은 다음 세가지 간단한 질문의 답에 달려있습니다. 첫번째 질문입니다. 만약 반드시 돈을 주고 모기장을 사야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모기장을 살까요? 두번째 질문입니다. 만약 무료로 모기장을 나눠준다면 사람들이 모기장을 사용할까요? 마지막으로 무료로 모기장을 나눠주면 사람들이 나중에 모기장을 안사게 될까요? 마지막 질문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무료 모기장에 익숙해지면 모기장 제작 및 배포와 관련된 시장이 위험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앞서 언급한 방법을 적용해서 케냐(Kenya)에서 실험을 하였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쿠폰(Voucher)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쿠폰을 가진 사람들은 동네 약국에서 모기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00% 할인을 받은 사람도 있고 20%나 50% 할인을 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구매율이 어땠을까요? 결과를 보시면 사람들이 돈을 주고 모기장을 사야했던 경우에는 구매율이 많이 하락합니다. 부분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모기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20%밖에 안되고 면역력도 떨어집니다. 모기장을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모기장 사용여부는 어떨까요?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모기장을 가지게 됐든 모기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무료로 받은 경우에도 사용을 하고 돈을 주고 구입한 경우에도 사용을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무료로 모기장을 받은 사람들이 1년 후에 모기장을 2달러에 살 수 있게 하는 할인 옵션을 주었을때 다시 모기장을 사려고 하는 비율이 모기장을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았습니다. 즉 사람들은 무료 모기장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기장 사용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즉 장기적으로 보면 모기장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어 모기장을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이들이 모기장의 혜택과 사용에 익숙해 진 후에는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모기장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법이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면역접종율을 높이는 방법과 모기장을 나눠주는 방법을 알게되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택범위입니다. 이것은 대상화(targeting)입니다. 선택 가능한 사항중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최고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시장에 바탕을 둔 분야에서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비용이 가장 저렴하게 드는 방안을 찾고 많은 실험을 한 후, 세부적으로 조정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사회정책에 있어서도 그렇게 하면 어떨까요? 사회정책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법은 의료, 교육, microfinance등의 정책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각 분야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통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빈곤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

이 글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우리는 크고 거대한 빈곤이라는 문제로 시작했고 그 문제에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작은 문제로 나누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작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왜 크고 복잡한 빈곤문제에 대답하기가 어려울까요? 첫째, 빈곤문제는 최근의 필리핀 재난처럼 눈에 띄는 문제가 아닙니다. 빈곤은 우리의 문화와 사회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금방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또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도 없습니다. 가난에 빠져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돈을 줘서 그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도 없고, 기아상태에 있는 아이들을 먹을 것이 풍부한 곳으로 다 데려올 수도 없습니다. 

저자들이 제시한 3가지 질문과 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의료, 교육같은 분야로 세분화해서 실험을 하고 접근하면 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당장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다시 한번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시작해야합니다. 지금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속도도 느리구요. 계속 실험을 해야하고, 또 가끔은 이데올로기보다 실용성이 우선시 될 수도 있습니다. 한 곳에서 효과가 있던 것이 다른 곳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더딘 과정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Duflo 교수가 제안하는 경제학은 20세기 의료혁명과 같은 논리입니다. 20세기에는 더디고 진중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기적의 치료제 같은 것은 없지만. 현대 의학은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립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저는 ‘Poor Economics’를 주제별로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Duflo 교수의 강의와 다른 참고문헌들을 덧붙여서 지식을 배우고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고민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서 우리가 모두 좀 더 합리적이면서 현장에 가깝고 실현가능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 ISQ 윤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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