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TED Impact Series 2
2013. 11. 18. 14:06
지난 번 마이클 포터 vs. 마이클 샌델: 경영 전략과 정치 철학의 대표적 석학이 벌이는 디스전에서 소개드린 TED 강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댓글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남겨 주셨습니다. 이후로 TED 에서 Impact Business 에 관심있는 분들께 영감을 줄 수 있는 강연을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할까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강연은 댄 팰로타의 우리가 자선에 대하여 생각하는 방식은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The way we think about charity is dead wrong)입니다. 그는 비영리 섹터 전문가이자 활동가로 비영리와 영리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고 비영리 섹터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이중 잣대를 그의 책 Charity Case, Uncharitable 에서 꾸준히 비판해 왔습니다.
비영리 섹터에 대한 고정관념
여러분은 혹시 처음만난 분이 스스로를 "사회복지사입니다",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힐 때 '좋은 일 하는 사람이구나, 착한 사람이겠네'라는 생각 해 보지 않으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였는데 전공을 밝히면 사람들이 자동반사적으로 이렇게 반응을 보인 경험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영리 섹터에 종사하는 사람을 '착한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고 방식은 어쩌면 비영리 섹터의 잠재력을 충분히 터뜨리지 못하게 막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을 수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댄 팰로타는 TED 강연에서 전합니다.
그는 "자선은 사랑을 위한 시장이다(Philanthropy is the market for love)"라고 먼저 자선 영역을 정의합니다. 시장 활동에 접근할 수 없는 소외된 10% 중에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스스로의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교육, 주거, 의료 서비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 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비영리 섹터, 자선 활동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특이한 것은 그 역시 일반 비영리 섹터의 사람들과 같이 자신들의 활동의 동기를 '사랑(love)'에서 찾고 있지만 측은지심이나 돕고자 하는 마음과 더불어 이 영역도 '시장(market)'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방식을 그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영리 섹터, 제 점수는요?
그는 현재 비영리 단체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먼저 진단하고자 합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그가 보기에 성적은 그닥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유방암 자선단체는 아직 유방암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가야할 길이 여전히 멀고, 노숙자들은 미국의 거리에서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으며 40년 동안 미국 인구의 12%가 가난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단적인 예시들을 근거로 들면서, 비영리 단체가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죠. 그러면서 비영리 영역이 '차별'을 받고 있는 다섯 개 분야를 이야기합니다.
1. 보상(Compensation)
첫 번째는 경제적인 보상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을 만났을 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 뒤에는 그 뒤에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할 텐데도 어려운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비영리 단체의 대표가 월가의 금융 기업의 CEO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기업의 CEO가 기업의 실적에 따른 성과금을 두둑하게 챙기는 것은 기여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중에서도, 비영리 조직의 성과를 혁신적으로 높인 경우에 대표에게 성과금을 준다고 할 때 지지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댄 팰로타는 이런 사고방식이 인재들로 하여금 '나를 위해 좋은 것'과 '세계를 위해 좋은 것' 중에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연봉을 적게 받는 희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현재의 사고 방식은 유능한 인재들이 비영리 섹터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지요.
그는 재미있는 비교를 하는데요. 스탠포드 MBA 를 졸업한 38세 졸업생들이 보너스를 포함해서 1년에 거두는 평균 소득은 40만 달러인 반면, 미국에서 5백만 달러 이상 규모의 의료 자선 기관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봉은 23만 2천 달러, 기아 자선 활동 단체에서는 이 숫자가 8만 4천 달러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격한 연봉 차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비영리 영역에 들어올 용기있는 선택을 할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이들은 기업의 CEO가 되어서 세제 혜택을 받으며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고, 기부금을 낸 곳의 이사회 자리를 얻어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죠.
2. 광고와 마케팅(Advertising and Marketing)
두 번째로 비영리 단체가 광고와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면 이 역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원자들은 기부금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직접 쓰이길 원하지, 광고나 마케팅에 후원금이 쓰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광고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데 여력이 없지만, 비영리 단체가 코즈를 위한 활동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후원을 요청하는 캠페인에 큰 돈을 쓰는 것은 도대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는 되묻습니다. 자선 기부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미국 GDP 의 2%에 머물러 있는데, 시장에 진입하려는 노력 없이 어떻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그는 대중들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기부, 봉사활동, 참여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영리 역시 광고, 마케팅에 일반 기업처럼 적극적으로 열을 올려야 하죠.
3. 새로운 모금 활동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Risk-taking on new revenue generating ideas)
기업에서 신상품을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거액의 돈을 투자했다가 시장에 내놓았을 때 처참하게 실패로 끝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합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아이팟, 아이폰, 맥 등 산업을 바꾸어버린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 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패한 상품을 여러 번 내놓았습니다. 성공은 어찌 보면 실패를 통한 시행 착오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댄 팰로타는 영리 섹터에 비해서 비영리 섹터에서는 위험을 감수한 대담한 모험을 감행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해진 길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상품을 시장에 내 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업그레이드 된 버젼을 내놓거나 혹은 실패를 맛보고 아예 다른 상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하는 등의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는 기업에 비해 비영리 영역에서는 '실패'를 다음의 성공을 위한 준비로 수용해주는 사고 방식이 아직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늘 해오던 방식대로 모금을 할 수 밖에 없고, 임팩트를 스케일업할 수 있는 시도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4. 시간(Time-horizon)
아마존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지 않은 채로 초기에 6년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마존이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했고 그 때문에 인내했다고 댄은 얘기합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처방하는데에만 돈을 쓰지 않고 대상자들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한 우수한 시설을 짓는데 돈을 투자할 수도 있을텐데, 기부를 하면 즉각적으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은 장기적인 투자를 어렵게 만듭니다.
5. 이윤(Profit)
마지막으로 그는 자본 시장을 비교합니다. 영리 기업은 수익을 담보로 투자자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본을 조달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 생태계가 나름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이죠. 이는 기업의 성적을 매출, 이윤 등으로 수치화해서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영리 영역에서는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이렇게 자본을 조달받을 수 있는 길이 기부금 이외에는 막혀 있고, 이 마저도 사용도가 그리 자유롭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어디서 비롯된걸까?"
그는 비영리 영역과 영리 영역을 구분하여 위와 같이 '부당하게 차별'을 하는 사고방식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그 원인을 미국인들의 종교적 전통에서 찾습니다. 미국은 청교도들이 종교적 자유를 위해 이주하면서 세워진 국가인데, 그들은 사실 종교적 이유 뿐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찾기 위해서 미국 땅으로 건너온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초기 이주민들은 큰 부를 획득하기도 하였죠. 하지만 그들의 종교적 가르침에 따르면 사리사욕은 천국을 가는 길을 막는 '죄'에 해당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해 수입의 일정 부분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였고, 이렇게 미국의 비영리, 자선 단체는 역설적으로 영리, 시장 영역과 함께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가치를 생산하는 경제 활동의 급부로 생겨난 자선 섹터에서는 '돈을 버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죠. 이러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내 기부금 중 얼마가 간접비용이 아닌 대의를 위해 쓰여지고 있나'라는 단순한 질문으로만 감시를 받았죠. 그래서 위에 지적한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기업이 만들어내는 변화처럼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비영리의 탄생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글: 기부하시겠습니까 투자하시겠습니까? : 허물어지는 경계를 보라!)
전체 파이를 키우는 접근이 필요하다
모금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라고만 하면, 결국 모금액 역시 일정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간접비용을 5% 내로 써야 한다는 족쇄를 벗어던지고 전체 모금액을 키울 수 있는 접근법을 모색한다면 훨씬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그는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35만 달러를 유방암 연구에 직접 기부하는 것과 유방암 연구자 기금형성재단에 35만 달러 기부해서 총 194억만 달러로 불린 다음에 유방암 연구에 사용하는 것 중 과연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지 그는 묻죠. 2002년 그는 자신이 직접 운영한 모금 활동의 성공을 숫자로 요약한 후, 대중 매체에서 인재 채용, 고객 서비스 등에 총수익의 40%를 투자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은 후 유능한 직원들은 조직의 자원이 아닌 '간접 비용'이라고 딱지가 붙어 결국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었고 스폰서도 조직과 거리를 두고 성과가 예전보다 훨씬 못하지만 간접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다시 시도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비영리 섹터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들
댄 팰로타의 주장은 꽤나 과격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TED 발표 이후에 비영리 섹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반대 의견을 쏟아내기도 하였습니다. Phil Buchanan은 허핑턴 포스트의 "Getting the facts straight about the nonprofit sector"라는 글에서 댄 팰로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먼저 비영리 섹터의 성과가 저조하다는 진단 부터 동의하지 않는데요. 그는 빈곤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비영리 섹터에서만 찾는 것은 부당하며, 유아사망율을 현저하게 낮추거나 미국에서 동성애자 권리가 높아진 성과는 과연 누구의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결국 사회 문제가 산재해 있는 것이 비영리 섹터의 실패 증거라고 볼 수 없으며, 비영리 섹터의 활동이 없었더라면 현재 상황은 얼마나 더 심각했을지를 보고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언급합니다.
그리고 댄 팰로타는 영리 기업의 CEO 보상 체계를 이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CEO의 성과금, 연봉이 기업의 성과와 무관하게 나가는 경우도 많으며 돈이 동기 부여와 업무 성과의 주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연구(드라이브: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도 예시로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댄 팰로타가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은 내용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타당한 비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영리 역시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성과에 합당한 보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난 받는 대기업들의 성과급 잔치를 비영리 조직이 따라하자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비영리 사람들은 '돈'이 아닌 '내재적인 만족감과 보람'에 따라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의견이 실제로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공론화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보상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에 관계없이 타인을 돕는 보람 만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실제로 경제적 보상 수준이 어떠한 임계치를 넘어서면, 돈은 더이상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며 '일의 의미', '재미' '도전정신' 같은 요인들이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비영리 단체는 '휴먼서비스(human service)'를 제공하기에 내부 직원들의 역량과 서비스의 질이 아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낮은 보상 체계는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다분히 앉고 있기에, 이들이 소진(burn-out)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올바른 보상 체계를 디자인하고 직원들에게 투자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댄 팰로타가 비영리의 광고, 마케팅 활동이 부진해서 모금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가 GDP의 2%가 적은 수치인 것인지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 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는데요. 미국의 국내총생산 중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대인 반면, 영국은 그 수치가 0.7%, 한국은 0.5% 입니다(2008년 기준). 즉 미국의 비영리 단체에서 마케팅을 잘 한 덕분에 지금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간접비만을 기준으로 비영리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현재의 관행은 문제가 있지만 비영리 조직이 간접비 사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규제를 풀자는 댄 팰로타의 주장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댄 팰로타는 Charity Case 에서 다섯 가지 단계를 제안합니다(npENGAGE, "Book Review: Charity Case"참조).
1) 비영리 조직에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여론에 맞설 수 있는 '차별 반대 기구' 활동을 벌일 것
2) 광고와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의 의식을 바꿀 것
3) 자선단체와 사회적 기업을 위한 시민 운동을 디자인할 수 있는 최고의 지성들을 모을 것
4) 비영리 섹터를 제한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되는 조항들을 개정할 것
5) 우리들 자신, 친구들, 직장 동료들을 조직할 것
결국 그는 비영리 섹터가 기업처럼(business-like)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의견이 비영리 섹터가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기업을 쫓아가자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에 비영리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상을 진단하는 부분에서는 주관적인 판단의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편이 옳다고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그의 주장을 '비영리는 안 돼! 영리를 따라가야 해!'라고 단순화시켜서는 그의 논리들을 오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댄 팰로타는 '비영리는 시장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영역(market for love)'이지만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변화를 어떻게 비영리 조직이 더 큰 규모로 효과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조직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논리에 대한 비판 역시 '시장의 논리를 비영리에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 '가치를 훼손시킬 위험이 있다' 는 두루뭉실한 거부감 보다는 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제기되어야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보상 체계에 대한 문제 인식을 나누고, 비영리 단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더 나은 보상 방식은 무엇일지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간접비용에 대한 감시가 실제로 비영리 단체가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더 큰 파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도를 억누르고 있다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간접비용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논의해볼 수 있겠죠.
그리고 위의 논의가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면, 한국의 비영리 섹터에서 받아들일 때 적용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은 무엇일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과도 의견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작성자 : ISQ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