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의 품격: 의미있는 직업을 찾는다!
2012. 7. 24. 12:30
이상하지만 의미있는 인재들이 몰려온다
저는 대학을 다닐 때, 작은 동아리 2개를 만들어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SNU CSR NETWORK 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주제를 다루는 동아리였고, 다른 하나는 WISH(What Is Strategy for Humanity)로, 사회적 기업 주제를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서울대학교의 대학(원)생 조직입니다. 두 가지 동아리 모두 크게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비즈니스가 변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대학생들이 가진 지식과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모임이었습니다. 물론 두 동아리 모두 졸업 이후에 닥쳐올 취업 부담을 덜어줄 금융, 경영 전략, 투자, 마케팅 등등 섹시한 주제의 동아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매 학기 동아리 신입 회원을 모집할 때마다 항상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왜 학생들이 우리 동아리에 가입할까? 동아리 활동을 할 시간에 취업 준비를 한다면 돈도 더 벌고, 남들로부터 인정 받을 만한 직업을 얻을 수 있을텐데 왜 하필 우리 동아리에서 활동을 할까 였습니다.
그리고 다니던 대학원을 그만두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전문 자문 회사서스틴베스트(SUSTINVEST)에 들어가서 작은 조직을 일구는 데에 일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회책임투자(SRI)를 수행하는 투자 회사에게, 포트폴리오 기업의 사회, 환경적인 책임이나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데이터로 분석/평가해서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투자가 더 나은 지구와 사회를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는 철학에서 시작된 비즈니스이죠. 저는 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대학 때 동아리에서 겪었던 재밌는 현상을 똑같이 겪었습니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는 취업 준비생들이 인턴이나 채용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성장한 회사지만, 당시만 해도 회사의 사업 사정이 넉넉치도 않았고, 국내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테마의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인재를 구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 환경공학, 사회학을 전공한 친구들이 구글(Google) 검색을 통해 회사를 찾아내고, 일할 자리가 있는지 물어오는 게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이런 친구들은 무슨 마음으로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지금은 이런 물음을 임팩트스퀘어라는 회사로 조금씩 풀어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임팩트스퀘어는 뭐하는 회사인지를 물어봅니다. 물론 저희 회사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여러 측면들이 있지만, 저는 자신있게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일을 통해 의미있는 직업적 삶을 살려는 인재들에게 기회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영리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비영리 조직의 사업, 사회적 기업의 일들을 엮어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라고 부르고, 임팩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조직이나 리더들에게 컨설팅이나 인큐베이팅, 지식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저희가 직접 창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기도 합니다. 저는 바로 임팩트스퀘어가 이런 일을 가능하도록 하는 모멘텀(Momentum)이 의미 있는 직업을 찾는 젊은 인재들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 사회는 좀 각박합니다. 경기 침체에 극심한 청년 실업은 그 자체만으로 참 힘겹고 머리 아픈 일입니다. 그래도 저는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의 경험과 잠시 몸 담았던 사회책임투자 전문 회사에서의 기억, 현재 임팩트스퀘어를 하면서 현장에서 얻는 느낌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인재들이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일을 원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전문 컨설팅이나 연구 조직들도 늘어나고,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조직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들도 사회공헌과 지속가능경영에 적극적입니다. 자선 재단들도 멋있는 사업들을 수행하기도 하고,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사회공헌적 테마를 가미한 코즈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들은 새로운 종류의 인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런 현상이 다수에 의해 일반화되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 경향성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 경향을 들여다 볼만한 좋은 자료가 있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이 자료는 미국 최대의 대학(원)생 및 MBA 학생 조직인 넷 임팩트(Net Impact)에서 올해 발간한 <인재 보고서 2012: 그들이 직업을 통해 원하는 것 TALENT REPORT: WHAT WORKERS WANT IN 2012>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전역의 취업 준비 대학생과 다양한 세대의 고용된 졸업생 1,726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가진 삶의 목표와 직업 만족, 나아가 사회/환경적 임팩트 창출이라는 요소가 다른 직업 조건에 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질문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다음 내용은 보고서를 한글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 물론 설문조사 대상이 미국의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한국적 맥락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직업을 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직접 사회적 임팩트를 만드는 것이, 자녀을 기르고 멋있는 커리어를 개발하고, 많은 재산을 축적하는 것, 지역사회의 리더가 되는 것보다 행복에 필수적 요인이라고 응답했습니다<도표1 참조>. 물론 급여 조건이나 결혼은 인간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사회적 임팩트는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지만요.
<도표1.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
2. 대학생들은 긍정적이고 기대를 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어렵고 취업난이 심하지만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65%)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도표2 참조>. 그리고 다른 조건이 동일하고 기대한 급여에서 15% 를 손해보아야 하더라도, 만약 조직의 가치가 자신의 개인적 가치와 조화를 이룬다면 이곳에서 일하겠다는 응답자는 58%였고, 15% 낮은 임금을 감수하는 대신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만드는 조직에서 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5%,CSR 경영을 잘 수행하는 기업에서 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5%로 나타났습니다.
<도표2. 나의 직업을 통해 직접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
3. 협상이 어려운 조건들과 차별화 조건들
<도표3>의 차트는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협상이 어려운 조건, 차별화를 만드는 조건, 회사의 명망 및 승진 등의 조건들입니다. 도표에서처럼 협상이 어려운 조건들이 이상적인 직업의 첫번째 조건들이지만, 중앙의 차별화 요소들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응답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눈여겨볼 만 한데요. 여기 조건들을 보면 직업의 가치적인 측면들과 사회에 대한 책임과 임팩트가 강조됩니다.그리고 참고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여 보면, 여성들이 더 작은 조직이나 비영리 섹터에서, 남성들은 큰 회사나 정부에서 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도표3. 나의 이상적인 직업의 필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4. 임팩트를 만드는 직업에 대한 만족 수준
다음은 임팩트를 만드는 직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문들에 대한 응답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55%의 취업자들이 자신이 세상에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직접 창출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응답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2배 높은 직업 만족도를 보임(49% : 24%)
사회 책임과 지속가능성 이슈를 우선시 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여성이 60%인데 반해, 남성은 38%임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여성의 30%와 남성의 19%가 기대하는 급여의 15% 수준이 낮아도 괜찮다고 응답
다른 근로 조건(급여, 문화, 유연성 등)과 달리 임팩트 창출과 관련된 이슈가 유일하게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이를 보임
밀레니엄 세대(2000년대)들이 X세대(80~90년대)와 베이비부머(50~70년대) 세대보다 더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24% : 14% : 18%)
밀레니엄 세대들은 주로 자신의 의사 존중과 참여와 관련된 이슈에 불만족스러워하고, X세대는 조직 문화 이슈에, 베이비부머 세대는 회사의 사회/환경적 책임에 대한 공헌 이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더 높은 세대로 갈수록 정치 참여, 봉사 및 기부, 종교 참여, 불매 운동 등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남
전 세대를 통틀어, 61~70%가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을 스스로의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응답함
품격 있는 직업, 당신의 선택은?
넷임팩트 보고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직업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까? 최근 이코노미스트 블로그에서는 동일한 보고서 결과를 언급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소셜 비즈니스 섹터의 일자리 수요에 비해 현실에서는 이러한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여건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한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제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분야이다보니 일자리의 수가 충분치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직업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취업 준비생 당사자들은 막연하게 생각만 하기 쉬우며, 대학의 경력개발센터와 같은 기관의 담당자들 역시 밀려오는 문의에 적절한 조언과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것입니다. 하지만 낙담만 하는 대신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솔루션을 제공할 만한 시도 또한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OnPoverty 같은 비디오 포털은 성공적인 사회적기업가와 이 분야의 대표 기관 리더들을 인터뷰한 동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취업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이고 핵심을 찌르는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죠. 그리고 의미있는 직업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딜레마인, 목적(purpose)와 경제적 보상(pay) 사이의 저울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도 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들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자본의 유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니까요.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과 안정은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고 필수 조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직업에 의미를 부여하게 하고, 조직과 직업에 대한 열정을 만들어내는 충분 조건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일을 사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여러분들 각자의 조건은 과연 무엇입니까?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 만드는 가능성과 기회는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옛날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을 벌 때는 어떤 천한 일이라도 해서라도 벌고,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있게 써야한다는 비유입니다. 경제적으로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게 극단적으로 분리되었던 과거에는 이해가 되는 말이었지만, 일을 하면서도 사회에 좀 더 보람된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요즘엔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정승 같이 벌면서 정승 같이 사는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작성자 : ISQ 박동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