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필요한 기술은 가까이에 있다, 적정기술! : 적정기술을 활용한 사회적기업 소개
2012. 6. 7. 14:17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에서 지속가능 개발 프로젝트를 만나다
2009년 가을학기, 필자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스웨덴 행 비행기에 올랐었다. 웁살라라는 생소한 이름의 지역과 학교로 떠나기를 결심했던 배경에는 국제개발학에 대한 오랜 관심과 흥미가 있었는데, 사실 스웨덴은 국제개발학 연구 및 실행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며 특히 웁살라 대학교는 학생들이 동 분야에 대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CEMUS라는 웁살라 대학교 산하 지속가능 개발 연구기관에서 주관하는 지속가능 개발 프로젝트 코스(Sustainable Development Project Course)에 참여했다. 이 코스는 참가한 학생들과 함께 팀을 구성하여 국내(스웨덴)든 해외든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주제 중 자유롭게 하나를 선택하여 프로젝트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른 일반 교과 수업과 똑같은 학점을 받지만 이 코스는 프로젝트를 실제로 기획하고, 기획한 결과물로 평가를 받는다.
앞서 밝혔듯 국제개발,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개발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탄자니아에서 온 학생, 스웨덴 학생과 함께 총 세 명의 팀을 구성하였다. 모국이 안고 있는 농촌 빈곤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문제의식을 품고 있던 탄자니아 학생은 우리에게 탄자니아의 생생한 현실을 전해주었고, 그 문제에 깊이 공감한 팀원들은 탄자니아 농촌에 태양광 펌프를 설치하는 것으로 우리 프로젝트 주제를 결정하였다.
농업 중심 국가 탄자니아의 열악한 관개시설
탄자니아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국민의 79%가 농업에 종사하며, GDP의 43%를 농업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의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소규모 영세 농민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낙후된 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다수의 국민 즉 농민들은 정체된 농업 생산성과 농가 소득이라는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개 시설 및 방식이 낙후되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무엇보다도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탄자니아의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우기 때는 비교적 문제가 없지만 건기만 되면 농민들은 관개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만성적인 물부족에 시달린다. 불안정한 농업 용수의 공급으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며, 따라서 제대로된 소득을 올리기가 힘든 것은 물론 먹고 살 농산물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된 에너지원을 갖추고 있지 않은 탄자니아의 인프라 실정을 고려했을 때, 농촌에 적합한 관개 설비를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팀은 탄자니아 농촌에 태양광 펌프를 활용한 관개 설비를 도입한다는 프로젝트의 목적을 도출할 수 있었다. 사전 조사를 통해 태양광 펌프와 관개 설비에 대한 지식을 쌓고, 프로젝트 예산 조달과 수행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책상에서 앉아서 조사한 내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현지의 경제적,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알고 파악해야 일회성 지원이 아닌 농촌 마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우선은 탄자니아 출신 팀원의 현지 이야기를 통해 현지의 실상을 듣고, 이떠한 기술이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현지 조달이 얼마나 가능한지, 사용하기 쉬운지, 유지보수가 용이한지 등에 대해 체크했다.
계획서를 꼼꼼하게 완성한 뒤, 2010년 1월 우리는 2주 간의 일정으로 탄자니아를 방문하여 현지 답사를 진행했다. 마을 단위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중국제 태양열 펌프 제품을 찾아냈고, 이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 및 도매 업체와 연락해서 구매 및 유통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그리고 유지보수를 대행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을 방문하여 인허가에 대한 절차를 확인하고, 탄자니아 최고 농업대학교인 소코이네 대학교를 방문하여 전문가들과 면담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파악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지하수 펌프를 시범적으로 한 농촌 마을에 설치하여 건기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관개 시설을 만드는 프로젝트 모델을 수립했다. 스웨덴으로 돌아와 프로젝트 기획서를 완성하고, 코스를 마무리했다. 기획서를 들고 여러 펀딩 기관을 노크했지만 결국 펀딩이 용이하지 않아 안타깝게도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하지 못하고, 필자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진짜 도움이 되는 기술은 무엇일까?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자본, 최첨단의 기술로 무장한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솔루션의 기술적 단순함, 그리고 그것을 쉽고 낮은 비용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는 용이성이 프로젝트의 성과와 지속가능한 임팩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은 선진국의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분명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기술은 반드시 현지의 수혜자나 최종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지보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만약 이 점을 간과한다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현지 조사를 통해 만난 전문가들 역시 항상 이 두 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소코이네 대학교의 학장은 필요 이상의 복잡한 기술 제품을 도입한다면 잦은 고장과 부품 절도의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으며, 탄자니아 현지에서 만난 KOICA 봉사단원은 현지에서 부품을 구할 수 없거나 수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 때 현지 주민들은 도입된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즉, 현지의 경제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적정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정기술 깊이 들여다보기
근래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용어인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이렇듯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 동시에 현지에서 차후 유지 보수가 가능한 기술을 뜻한다. 적정기술에 대한 정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는 영국의 경제학자인 E. F. 슈마허가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에서 언급한 것으로, 그는 이 책에서 적정기술이란 현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지 자원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주장했다.
슈마허가 적정기술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후 약 40년 동안 적정기술은 국제개발 및 원조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발전과 쇠퇴를 거듭해왔다. 적정기술은 사실 90년대 이전까지 주로 국제기구 및 선진국 정부 국제원조 프로그램 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진 독립적인 분야로 다뤄졌으나 80년대 후반 지속가능한 발전 등과 같은 보다 상위의 개념이 화두로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그 비중이 들어들기 시작하였다. 즉, 사회와 환경 등과 같은 보다 거시적인 테마들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적정기술이라는 서브테마가 자연스럽게 더 큰 주제들에 대한 담론에 편입되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와 함께 적정기술의 하락을 가져왔던 두 번째 원인은 적정기술 관련 제품과 솔루션을 현지 수혜자 또는 최종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모델을 시도하는 기업가정신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적정기술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IDE(International Development Enterprise)의 창업자 폴 폴락(Paul Polak)은 2010년 그의 블로그에 <적정기술의 종말, 원제: The death of appropriate technology> 라는 글을 통해 적정기술의 몰락은 주류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90%를 위한 시장적 접근이 부족하여 초래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가정신의 만남
하지만 윗 글의 후반부에서 폴 폴락은 다음과 같이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빈곤층을 위한 기술의 디자인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은 빈곤 종식을 목적으로 가지고, 임팩트와 규모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마켓 파워를 가진 도구와 전략을 만들어내고 있다.
(But new movements for the design of technology for the poor are emerging from the ashes. A new generation of designers is creating tools and strategies that release market forces to achieve impact and scale in initiatives to end poverty.)
그의 주장 대로 최근에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빈곤층을 고객으로 삼아 이들을 위한 기술을 디자인하고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조직과 기업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존의 적정기술에 시장적 요소를 고려한 킥스타트(Kick Start)와 같은 사회적 기업 모델은 빈곤퇴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적정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기업의 존재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셈이다.
적정기술은 빈곤퇴치와 빈민층의 소득증대라는 사회적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인 만큼 적정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시장 중심적인 관심에서 기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분석하고, 가격 책정, 유통 경로, 유지보수 등의 이슈에 대한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제품 및 솔루션을 제작하거나 필요한 곳으로 이식시킬 수 있도록 공급과 유통 모델을 수립하여 사회적 가치제안이 가능한 사회적기업을 통해서 적정기술이 갖는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폴 폴락이 지적한 문제점 및 아쉬움 또한 시장 중심적인 관점에 기반하여 적정기술을 활용하는 사회적기업가정신 및 사회적기업의 시도들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기업가정신에 대해 보다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은 임팩트스퀘어의 블로그를 통해 이전에 소개되었던 <사회적기업가정신,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 포스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적정기술을 활용하여 실제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그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었을까?
사례 1. 코페르니크, 적정기술 개발자-지역사회-기부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다
코페르니크의 사업 모델 (출처 : 데일리임팩트)
코페르니크는 2009년 일본인 Toshi Nakamura와 폴란드인 Ewa Wojkowska가 공동으로 창업한 온라인 적정기술 거래 플랫폼이다. 기본적으로 코페르니크는 자선 목적을 가진 기관으로서 미국 세법에 따라 과세를 면제 받는 501(c)(3)이라는 형태로 등록된 비영리 단체이다. 코페르니크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기술 개발자, 기술이 필요한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 그리고 이 기술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개인 및 단체를 이어주는 온라인 거래소의 구축을 목표로 세워졌다.
코페르니크라는 이름은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의 폴란드식 표기라고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15-16세기, 당시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천동설을 부인하며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폴란드의 과학자이다. 그의 업적은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혁신적으로 바꾸며 근대 자연과학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 이러한 과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정신을 이어 받아, 코페르니크 역시 사람들이 국제 개발에 접근하는 방법과 세계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들이 그 방법으로 적정기술을 택한 이유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 기술이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개인, 기업 또는 국가, 그리고 실제 기술이 필요한 수혜자들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며 코페르니크는 이 원인을 물리적 거리, 정보의 불균형, 둘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중간 조직의 부족 등에 있다는 판단하에 온라인 거래소를 구축한 것이다. 코페르니크를 통해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의 지역에서 활동 중인 NGO가 기술적 필요 사항을 온라인으로 올리면, 기술을 가진 쪽에서는 기술이나 제품 제공을 약속하고,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기부자들의 참여로 충당된다. 특히 이 과정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적정기술 지원 프로젝트에 대중의 참여를 극대화시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코페르니트 창업자인 토시 나카무라의 TEDx Tokyo 스피치: 창의력에 불을 지펴라 (동영상 출처: 유튜브 )
코페르니크를 통해 지금까지 수행된 프로젝트 규모는 총 41개로서 11개국 63,000 여 명의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특히 Q-drum이나 D-light 같은 대표적인 적정기술 상품은 코페르니크의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혜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밖에도 휴대가능 정수기인 Lifestraw를 동티모르 Oecusse 지역에 전달하는 프로젝트, 태양광등 제품을 나이지리아 Igbotako 지역에 전달하는 프로젝트, 태양광등 케냐 Kakamega District에 전달하는 프로젝트 등을 통해, 코페르니크는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창업자들의 믿음을 꾸준히 현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사례 2. 킥스타트, 적정기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킥스타트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마틴 피셔와 닉 문이 아프로텍(ApproTEC)이란 이름으로 1991년에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구조가 소규모 농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현실을 발견하고, 농업 생산량을 높인다면 식량 자급과 소득 증대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풍부한 땅과 충분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방법은 결국 주어진 기존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린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선진국의 최신 농업기술을 도입하기보다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적절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관개용 펌프를 10달러 대의 가격에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기점으로 아프리카의 빈곤퇴치에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
킥스타트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빠르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빈곤에서 탈출시키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빈곤퇴치에 대한 목적을 가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방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들은 적정기술 상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기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빈곤 퇴치를 위한 기부금을 모금한다. 무엇보다도 기부금을 모금할 때 1달러의 후원이 15달러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사회적 성과를 수치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사회적기업으로서 그들의 접근방식을 사람들에게 잘 알리면서 추구하고 있다.
킥스타트의 제품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다.
1) MoneyMaker Hip Pump
이미지 출처: 킥스타트 홈페이지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다른 연료나 동력 없이 사람이 발로 밟아서 수 있도록 설계된 관개용 펌프이다. 구입비나 운영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하루를 1달러에 살아가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빈곤탈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Super MoneyMaker
이미지 출처: 킥스타트 홈페이지
좀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더 많은 물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관개용 펌프로 일반 MoneyMaker 보다 약 2배 넓은 영역의 농작물에 관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스프링쿨러의 압력도 더 높일 수 있다.
3) Stabilized Soil Block Press
이미지 출처: 킥스타트 홈페이지
거의 대부분의 모래의 종류를 사용하여 벽돌을 찍어낼 수 있는 기계이다. 특히 한 봉지의 시멘트로도 100개 이상의 벽돌을 만들 수 있다. 찍어낸 벽돌은 팔리기도 하고 건축에 직접 사용되기도 한다.
4) Cooking Oil Press
이미지 출처: 킥스타트 홈페이지
해바라기나 참깨 등의 농작물에서 기름을 짜낼 수 있는 기계이다. 기본적으로 나오는 기름은 식용과 판매용에 적합하고, 나아가 부산물로 생기는 찌꺼기는 가축의 사료로 적합하다. 사료 역시 판매가 가능한 수준이다.
킥스타트는 자신들이 창출한 임팩트를 지속적으로 추적하여 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머니메이커 펌프의 판매량은 동아프리카의 케냐, 탄자니아와 서아프리카의 말리에 걸쳐 약 20만 대를 기록했다. 킥스타트의 기계를 사용하여 창업을 한 소기업 개수는 13만여 개에 달하며, 이로 인해 빈곤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수는 64만 명이나 된다.
사회적기업, 적정기술의 신형 엔진이 되다.
지금까지 적정기술이 사회 문제, 특히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를 미션으로 삼는 사회적기업과 만나 그 임팩트를 최대한 발휘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적정기술이라는 사회적 함의를 갖춘 솔루션이 수혜자와 해당 지역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진정한 임팩트가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비즈니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잘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기존의 대형 국제기구 및 정부가 주도했던 단순 지원, 퍼주기 식의 국제 원조 및 개발 사업들이 기대했던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즉 특정 컨텍스트에 놓인 수혜자와 사용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또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다시 말해 시장의 수요와 상황의 명확한 분석이라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출발해야 적정기술에 기반한 솔루션이 가장 효과적, 효율적으로 그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먼 곳의 식수원에서 보다 손쉽게 물을 길어올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이제 학교에 나갈 수 있고, 펌프를 통해 농작물을 더 생산하게 된 농민은 미래를 위해 증대된 소득을 저축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엔진과 적정기술이라는 가치있는 방법이 결합했을 때, 세상은 보다 나은 곳으로 달려나갈 수 있는 또다른 동력의 멋진 수레바퀴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작성자 : ISQ 심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