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이제는 똑똑하게 입자 : 패션의 라이프사이클별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 알아보기

2012. 4. 30. 16:10

윤리적 패션, 들어보셨나요?

윤리적 패션, 이제 많은 분들에게 친숙하게 들리는 단어가 된 것 같은데요.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수를 던지는 ‘Fast fashion’ 신드롬이 불어닥친 요즘 패션계에서 윤리적 패션이라는 화두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패션 산업이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같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어느새부턴가 급속도로 패션상품의 유행의 주기가 단축됨과 동시에 소비자들은 ‘빨리 입고 빨리 버리는’ Fast fashion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즉 소비자입장에선 여러차례 착용함으로 인해 닳아버린 옷을 수선해서 입는 비용보다 적당한 가격의 새로운 옷 한벌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해진 시대가 오게 된 것이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옷을 구매함과 동시에 많은 양의 옷이 버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일례로 영국인들의 경우에 1인당 연간 의복 폐기량이 30kg에 달한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수치지요.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의류들이 값싼 비용으로 생산되는 반면 환경에 대한 임팩트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덜 사는것, 더욱 똑똑하게 소비하는것은 지속가능한 패션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똑똑한 소비를 윤리적 소비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윤리적 패션을 정리하자면 패션상품을 소비할 때 자신의 효용 뿐만이 아니라 소비활동이 미치는 사회적 환경젹 영향까지 고려하는 행위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면서 환경적,사회적 임팩트를 고려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과학적인 접근법을 차용하여 패션상품의 전체적 생산주기(섬유에서부터 폐기물이 되기까지)를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이러한 패션상품의 생산주기를 따라가며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 담긴 임팩트 비즈니스의 기회들을 찾아보는 여행을 어서 시작해 볼까요.



패션상품의 라이프사이클, 도대체 어디까지니?

[패션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출처 : thinklifecycle

상단의 그림이 바로 패션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간략하게 나타내고 있는 그림입니다. 좌측의 CRADLE/Fibre에서부터 Landfill/Grave로 가는 파란선으로 표시된 루트가 가장 일반적인 패션상품의 생산주기라고 볼 수 있죠. 패션상품이 만들어지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는 단계인 CRADLE/Fibre는 옷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섬유’를 채취하는 단계입니다. 그런 다음 채취한 섬유를 이용하여 ‘직물’을 생산해냅니다. ‘직물’은 ‘디자인’의 단계를 거쳐 ‘생산’과정에 투입됩니다. ‘생산’된 옷은 ‘물류’시스템을 통해 ‘소매’, 즉 판매의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소비자를 통해 판매된 상품은 비로소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며 ‘사용’됨으로써 생명주기상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소비자에 의해 간택되고 ‘사용’되어 황금기를 거친 상품들은 추후 폐기되는 Landfill/GRAVE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패션상품의 생명주기상의 각 단계에서 우리는 각 단계별로 상응하는 환경적 혹은 사회적 이슈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CRADEL/Fibre 단계에서 우리는 “섬유가공공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적 영향은 어떤것인가?” 혹은 “섬유가 폐기된 후 발생되는 환경적 영향은 어떤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구요, Design 단계에서는 “zero-waste(폐기물이 전혀 발생되지 않는 상태)를 염두에 두어 디자인할 수 있는가?”, Manufacturing 단계에서는 “어떤 생산환경에서 누가 제품을 생산하는가 ?”, Use Phase 단계에서는 “사용 단계가 지난 제품을 재사용할 수 있는가?”, “최종 종착지인 Landfill/Grave 단계에서 제품을 폐기하기 위한 효율적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등등의 수 많은 이슈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으니 이제 한 발 앞서 이러한 단계별 이슈들을 발견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비즈니스에 반영하여 윤리적 패션의 선두에 있는 사례들을 만나보도록 해요.

섬유채취에서 제작단계까지, 그 속에 숨어있는 피해자는?

[우즈베키스탄 내 면화생산 공정에서 불법적인 어린이 노동력 착취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제작된 영상]

출처: anti-slavery

 위의 영상을 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아마 다들 적잖이 당황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처음 영상을 접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느꼈습니다. 패션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상 섬유의 채취 단계(CRADLE/Fibre)에서부터 생산(Manufacturing)단계까지 이러한 인권에 관련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싼 옷을 만들기 위해서 그에 상응하는 싼 노동력을 통해 이윤을 남기려는 의류회사들이 비일비재함에 따라 많은 제 3세계 의류생산 노동자들이 마치 노예와 같이 노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1분도 채 되지 않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전달해주는 본 영상의 제작사인 anti-slavery는 영국에 기반한 단체로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힘써오고 있습니다. 1893년 설립되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anti-slavery가 표명한 바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2700 만명 가량의 노예들이 현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과거 역사속의 노예들 처럼 여전히 통제받고 착취받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의복 생산공정에서는 가난한 빈곤계층, 여성, 어린이 등이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등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우즈베키스탄 면(코튼) 재배과정에서 아동의 노동력 착취 행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져 많은 선진국의 기업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된 면화 수입을 일체 중단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의 노동으로 이뤄진 목화 수확에 따른 회사 이미지의 타격을 우려한 것이죠. 지금까지는 핀란드의 대표 섬유회사인 마리멕코와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영국의 테스코, 막스앤스펜서, 타겟, 갭 등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된 면화나 그 면화로 만든 직물 거래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웹진인 '페르가나'는 우즈베키스탄 어린이들이 매일 채취하는 평균적인 목화의 양이 자그마치 20kg에 달하는 것을 지적하며 "우즈베키스탄의 헌법이 표면적으로는 어린이의 노동을 금하고 있지만 매년 9월이 되면 거의 모든 학교가 잠정적으로 두어달 간 폐교를 하고 정부의 지도하에 목화를 따게 된다"고 폭로해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또 “아동은 하루 8시간 주말에도 쉬지 않고 노동을 해야 하며 살충제와 고엽제, 기타 화학물질에 절어있는 목화 먼지를 들이마시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의류생산공정 내에 내재되어있는 비인륜적 사실을 감안한다면, 특히나 무더운 여름철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으로 몇 만원 혹은 심지어 몇 천원에 구입할 수 있는 면티셔츠의 가격에 마냥 기쁠수 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 모두 상품에 대해 적정수준의 가격을 지불하고 이를 통하여 제 3세계 어린이 혹은 여성들이 자신이 수행한 노동시간과 강도에 비례하는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한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Fairwear formuala] 출처: Fair Wear Foundation

동일한 맥락으로 위 영상 역시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있는 의류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정의류재단(Fair Wear Foundation)에서 제작되었습니다. 공정의류재단(Fair Wear Foundation)은 강제노동, 차별, 아동의 노동, 과도한 초과 근무를 근절함과 동시에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권리, 단체교섭의 권리, 법적으로 공신력 있는 계약 체계,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 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위트있는 그래픽을 이용하여 의류생산공정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제작한 점이 이채롭습니다.

 

유통단계에서 소비자에게로, 그 속에서 가치창출하기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한벌의 옷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생산 과정에 어린아이가 포함되었든 노쇠한 노인이 포함되었든 간에 말이죠. 소비자는 눈으로 그들의 노고를 직접적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 '덜어'줄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라민유니클로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노고(열악한 생산환경,터무니 없이 적은 임금 등)'를 전면적으로 덜어줌과 동시에 현지의 소비자들까지 생각하는 아름다운 가치창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라민 유니클로를 소개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T셔츠 1장의 시장 가격은 50엔 정도. 가능한 한 좋은 품질의 옷을 사람들이 구입가능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하여 현지에서 마케팅을 거듭하며 상품 기획을 추진합니다. 그런 다음 방글라데시의 직물공장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값싸고 좋은 품질의 소재를 조달합니다. 또한 가격을 낮추더라도 품질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셜 비즈니스의 이념과 유니클로의 품질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한 독자적인 기준과 소셜 비즈니스의 이념에 찬성하고 동의하는 현지의 공장에서 생산을 개시합니다.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사람은 그라민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그것을 바탕으로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그라민 레이디’들. 자신들도 가난한 농촌 출신인 그녀들은 농촌의 집들을 돌거나, 자신의 집을 매장으로 활용하며, 상품의 특징을 하나 하나 설명하면서 정성껏 판매합니다. 상품은 위탁판매방식으로 판매되며 판매대금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적인 T셔츠에 비해 20〜30%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고객들은 그 이상으로 품질이 좋고 튼튼하다는 것을 납득하신 후에 구매합니다. 상품을 오랫동안 소중하게 입음으로써, 고객들은 품질의 차이를 실감할 것입니다. 의류매출 수익을 소셜 비즈니스에 재투자합니다. 첫해에는 10만장, 3년 후에는 100만장을 생산・판매를 목표로 설정. 현지인들 자신이 비즈니스를 발전시킴으로써 고용과 생활 개선, 자립을 향한 의지를 낳게 합니다.

글/그림 출처: 그라민 유니클로

 

그라민 유니클로는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정말로 좋은 옷을 만들어 빈곤층 사람들이 구입가능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거기에서 생기는 이익은 모두 소셜 비즈니스에 재투자 됩니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의류 제조 판매를 통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한다는 목적을 표방하며, 현지 사람들 자신들의 힘으로 비즈니스 사이클을 회전시킴으로써 생활 개선과 자립을 도모하는 사업구조입니다. 이처럼 의류의 생산공정 전반을 구조적으로 사회적 임팩트 창출을 위해 조직함으로서 옷을 통해 사회를 구하는 정의로운 사업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산된 후 유통 단계와 소매의 단계로 넘어가 옷과 소비자가 닿는 접점에서 우리 손으로 사회적,환경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두가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공정무역제품을 구매하는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제품 가격의 일부가 사회나 환경에 재투자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측면에서 그라민유니클로는 제품 생산과정인 CRADLE/Fibre단계에서부터 제품이 구매되는 시점인 Retail(소매)단계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사회적, 환경적인 가치창출에 기여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니클로와 협업을 한 그라민은행의 설립자 무하마드 유누스에 관해서는 얼마전 임팩트스퀘어가 포스팅했던 <사회적기업가정신,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용단계에서 옷 무덤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똑똑한 방법들

1.리사이클링(Recycling/Reuse)

앞서 살펴본 패션상품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 상품은 '사용'됨으로써 상품주기상의 황금기를 맞이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제품의 'Use Phase(사용)'단계에서의 도출가능 이슈인 “사용 단계가 지난 제품이 재사용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합당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재사용이라함은 다른 소비자와의 물물교환, 기부, 중고품으로 판매하는 등의 방법을 거쳐 다른사람이 옷 혹은 상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으나 버려질 위기에 처해 있던 상품을 다른사람이 필요에 의해 다시 한번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상품의 생명주기를 이전 보다 연장시킬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Buffalo Exchange 매장내부] 출처: nycgo(좌) / BIBAVIMH(우)

그렇다면 먼저 재사용(Reuse)을 통해 의류폐기물 최소화에 일조하고 있는 사례를 만나봅시다. 일상에서 흔히 ‘빈티지숍’이라고 불리우는 중고물품 전용 매장에서 옷이나 신발 등을 구매해본 경험들은 다들 있으실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본인이 사용한 제품을 일정 가격을 지불받으며 팔아본 경험은 흔치 않으실 거라 사료됩니다. 미국의 ‘Buffalo Exchange’라는 빈티지숍은 중고 물품의 구매와 판매가 모두 활성화 되어있는 좋은 예입니다. 1974년의 첫 오픈 이래로 현재 미국 전역에 널리 퍼져있는 Buffalo exchange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사용한 물품을 가져와 일정 퍼센테이지의 수수료를 현금 혹은 매장의 적립금 형태로 얻을 수 있는 운영방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련된 매장 구성과 외관으로 여타 브랜드 매장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Buffalo Exchange만의 독창적인 면모를 뽐내고 있네요.

 

2. 리폼(Reform),리디자인(Redesign)

상품이 ‘Use Phase(사용)’ 단계를 지나 'landfill/GRAVE'(폐기)되는 과정에서 폐기물을 최소화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혹시 최근 코오롱 FnC 부문에서 런칭한 재활용 브랜드 RE;CODE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는 전형적인 리폼(Reform),리디자인(Redesign)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재활용(Recycling),재사용(Reuse)사례는 기존에 다른 이가 사용했던 중고제품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디자인의 변형이 이뤄지지 않는 단순한 '교환'과정이었던 반면 리폼과 리디자인은 기존 디자인을 변형하고 해체하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일컫습니다. 종종 재활용,재사용,리폼,리디자인이 큰 범주내에서 비슷하게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들 간에 미묘한 차이점이 있음을 알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코오롱fnc는 기존 패션업계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명목으로 재고품을 소각하거나 폐기했던 반면 재고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자 RE;CODE를 런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존에 재고품으로 버려졌던 제품의 비용이 연간 대략 40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재활용브랜드의 런칭은 윤리적 소비를 위해 기업측면에서 행할 수 있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코오롱의 아웃도어 재킷과 트위드 재킷을 해체하고 조합하여 탄생한 제품] 출처: 네이버 블로그

RE;CODE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독립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제작은 전문 봉제사의 수작업을 통해 공방에서 완성됩니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RE;CODE의 경우 기존 재고품을 재활용 하는 과정에서 재고품의 해체작업이 필요하겠죠? 재고품의 해체와 조합의 과정에서 RE;CODE만의 유니크한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중요한 해체 과정에 RE;CODE는 지적 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를 참여시켜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 외에도 미혼모, 새터민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 인력들을 고용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디자인 뿐 아니라 마음씀씀이도 무척이나 훈훈합니다. 허나 일정 수준의 수작업이 소요되는 만큼 소량으로 생산되며 가격대가 다소 비싼편이라고 하네요.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는 셔츠, 스포츠웨어, 수트에서부터 텐트에 이르기까지 코오롱사의 재고품들과 소품들이 활발하게 사용되었으며 2012년 4월 팝업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삼청동 인근에서 정식 매장을 개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FnC가 RE;CODE를 통해 추후 패션업계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해외 브랜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스위스의 유명 재활용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입니다. 프라이탁 역시 상품이 ‘Use Phase(사용)’단계를 지나 'landfill/GRAVE'(폐기)되는 과정에서 이를 폐기시키지 않고 다시 'Retail(소매)'단계와 'Use phase(사용)'단계로 역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겠네요.


프라이탁은 버려진 방수 천, 폐 튜브, 버려진 안전벨트, 자동차 에어백의 잔해 등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가방입니다. 이는 1990년대부터 유럽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특히 디자인이나 건축을 전공하는 이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왔다고 하네요. 또한 RE;CODE와 마찬가지로 제품 생산 공정의 일부는 취리히의 장애인 공방에서 이루어져 사회적 도덕성 역시 함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제품의 질 역시 견고해야 하며 형태나 실용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재활용 재료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제품이 유니카트(동일하지 않고 전부 다르게 제작되는 제품)로 제작되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역시 프라이탁 매니아들로 부터 인기를 얻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환경에 대해 깊이 의식함과 동시에 엣지있는 디자인의 가방을 원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프라이탁이 거둔 성과는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폐비닐을 사용하여 프라이탁 가방을 만드는 제작 과정] 출처: 프라이탁 공식 홈페이지

개인을 위한 액션플랜은 없나요?

1.기존 제품 돌려입기

 앞서 살펴보았던 사례들이 모두 기업측면에서 행하는 가치창출 행위였던것과 달리 이번에는 개인측면에서 행할 수 있는 액션플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가장 근본적으로 개인이 의복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은 '덜 사는 것' 혹은 '사지 않는 것'이겠죠. 많은 이들이 옷이 빽빽히 걸려있는 자신의 옷장 앞에 서서 입을 옷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맘에 드는 옷을 사도사도 막상 몇 번 입고 나면 싫증이 나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적이 참 많았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하신적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옷을 덜 사거나 사지 않는 대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을 활용하여 질리지 않게, 마치 새 옷을 입은 것 처럼 신선하게 코디네이션 할 수 있는 방법. Uniform project를 소개합니다.

[Uniform project picture book] 출처: Uniform project

 2009년 5월 처음 시작된 Uniform project는 뉴욕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인 Sheena Matheiken이 '지속가능한 패션'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프로젝트 입니다. 같은 디자인의 원피스 7벌을 활용해서 1년 365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착용하는 것이 해당 프로젝트의 도전 과제인데요, 검은색의 평범한 원피스를 Sheena만의 패션센스로 직접 만든 소품이나 빈티지 액세서리 등을 믹스매치하여 매일매일 마치 다른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 자신의 코디를 블로그에 업로드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을 인도에서 보낸 Sheena는 교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센스있게 교복을 입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왔었고, 막연한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졸업 후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Uniform Project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Uniform project 블로그에 업로드된 사진] 출처: secondhandchallenge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가 비단 '지속가능한 패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년 내내 같은 옷을 입는 도전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여 Sheena의 출신지인 인도의 빈곤층 아동들을 도우려는 취지가 바로 또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그녀가 원피스를 입고 포스팅을 할 때 마다 1$가 기부되었으며 그녀 자신 뿐 아니라 그녀의 코디네이션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블로거들 역시 사이트를 통해서 그녀가 입은 원피스를 구매하면, 가격의 10%는 인도의 슬램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지원단체인 Akanksha에 기부되어 간접적으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인도에서는 아이 한 명의 1년 평균 학비가 한화로 약 42만원 정도인데요, 대략 700만명의 아이들이 학비가 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2009년 5월 이후 1년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103,378$가 모금되어 기부되었고 287명의 어린이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수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입었네요. Uniform Project의 공식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현재는 그녀가 잠정적으로 휴식기를 갖고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또 어떤 참신한 코디네이션으로 우리를 기쁘게 해줄지 그녀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2.세탁 횟수 줄이기

[Nudie jean은 곧 '환경을 위한 선택'이라는 모토로 제품을 알리고 있습니다.] 출처: 누디진 공식홈페이지

Sheena를 따라 덜 사고,안 사는 법을 배웠다면 이번에는 소개해 드릴 사례는 바로 '내손으로 직접만드는 워싱' Nudie jean입니다. 세탁횟수를 줄이는 것 역시 개인 차원에서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죠. 가정폐수로 인한 물오염이 전체 물 오염 비중의 70%를 차지한다고 하니 실생활에서 세탁 횟수를 줄이고, 세제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많이 활성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농약과 화학약품으로 '워싱 범벅'을 한 뒤에야 멋진 청바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환경 속에서 Nudie jean은 얼마전 한국에서 런칭 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뿐만 아니라 북미, 일본, 호주 등 세계 전역에 걸쳐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먼저 Nudie jean은 청바지 워싱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 약품들을 100% 배제한 오가닉(Organic) 원단과 재활용 원단으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 들이 앞다투어 오가닉 제품을 출시하는 와중에도 Nudie jean은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심어주고 있는데요. 바로 입는 사람에 따라서 청바지의 워싱이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누가 더 오래, 누가 더 예쁘게 입었는지 경쟁하는 tear& wear competition 소개 영상] 출처: 유튜브

Nudie jean 측에서는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데님을 빨지 않고 입은 후 6개월 후에 세탁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생지상태의 바지를 6개월 후에 빨면 자신의 생활습관에 맞춰서 독특한 워싱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죠. 생지 데님이란 워싱을 거치기 전의 청바지를 일컫는 용어인데요, 일부러 뻣뻣하고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데님을 상품으로 내놓고 청바지를 입고 바닷물에 들어가거나, 몇 달간 한번도 벗지 않는 등의 노하우(?)를 통해 자신만의 워싱을 만들고 가장 예쁜 워싱을 선별하는 컴페티션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하니 개성있는 패션피플들이 열광할 만한 이유가 있는 듯 합니다. 청바지를 빨지 않고 입는 과정에서 예쁜 워싱을 만들기 위해 병뚜껑을 넣고 다니거나, 휴대폰을 넣고 다니는 등 소비자들의 노력도 가지각색이라고 하네요. 사실 워싱을 하는 과정 자체가 지독하게 반환경적이라는 사실을 많은 소비자들이 간과하고 있습니다. 청바지를 이루는 면의 생산, 즉 목화의 재배과정에서 면 1kg을 만드는데 대략 7000~ 29000kg 정도의 물이 소요되며, 목화밭에서 사용되는 살충제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살충제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Nudie jean이 택한 오가닉 데님은 유기농 목화로 제작된 원단에 감자나 당근 등의 친환경 재료로 이뤄진 염료로 염색하여 제품생산 공정 일체에 화학 약품을 쓰지 않도록 한 것이죠.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인 청바지로 환경적인 임팩트를 창출하고자 노력하는 Nudie jean이 앞으로 또 어떤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해 봅시다.

 

생산과정까지 따지는 진정한 패셔니스타가 되자  

마지막으로 환경경영의 정도(正道)를 보여주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Patagonia의 CEO 이본 취나드의 환경친화적 비지니스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고 이번 포스트를 마치고자 합니다. 아래는 2012년 5월 Fast Company에 실린 이본취나드의 인터뷰 기사 중 일부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정부는 우리를 '소비자'로 규정하며 국가의 경제활동은 우리가 소비하고 소비한 소비재를 버리는 과정으로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경제활동이 지구를 망쳐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소비생활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지속가능성지표(Sustainability index)'라는 것을 도입하고 40개의 의류 회사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그들 역시 '지속가능성지표'를 도입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월마트도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은 그들의 아이폰을 휙휙 넘겨가며 어떻게 옷이 만들어졌는지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지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 별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손쉽게 정보의 바다로 항해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예로 들면 몇몇 청바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 점수 10점을 얻는 반면 또 다른 몇몇 브랜드들은 겨우 2점만을 받게 될지도 모르지요. 결론적으로, 저는 단순한 재미만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이 환경에 대해 뚜렷한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의류업계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컨셉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이본 취나드의 철학에 동의하시나요?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옷, 그만큼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상품이죠. 이러한 옷을 구매할 때 여러분은 가격, 디자인, 브랜드 이외에 어떤 다른 요소를 고려하시나요? 어떤 기업의 제품이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생산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접하고 난 후, 그 브랜드를 구매하기 약간 망설여지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고안되었다는 브랜드에 시선을 오래 두신 적이 있으신가요? 옷을 얼마나 자주 구매하시며 또 얼마나 버리시는지, 개인의 소비 패턴을 한번 체크해 보는건 또 어떨까요? 본문의 내용에 공감하시는 부분도 있으셨겠지만 의아한 부분도 있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독자분들께서는 덧글 남겨주시면 함께 의견을 교환해볼 수 있겠네요. 

작성자 : ISQ 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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