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미,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들의 뜨거웠던 사회적기업가정신 도전기
2012. 4. 23. 18:38
사회적기업가정신 복습해봅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졸업한 후 많은 친구들이 대기업, 컨설팅 기업, 공기업, 투자 은행, 혹은 각종 고시로 진로를 결정할 때 ‘임팩트 비즈니스’를 하겠다며 임팩트스퀘어라는 벤처를 창업한 저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 중 하나가 ‘너가 하는 회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니?’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네이버 포스트 <호모 임팩타쿠스들의 광장을 꿈꾼다. 임팩트스퀘어>를 통해 비즈니스(Business)와 사회(Society)가 만나는 교차점에 세워진 임팩트스퀘어의 활동을 짧게나마 소개하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영리와 비영리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서 혁신을 통한 임팩트를 창출한다는 저희의 모토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임팩트스퀘어에서 네이버 테마캐스트를 통해 지난 주에 발행한 <사회적기업가정신,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 포스트를 통해 저희가 지향하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을 명쾌하게 정의한 좋은 아티클을 소개하여 많은 분들에게 사회적기업가정신, 그리고 저희가 하고자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고자 하였습니다.
꽤나 긴 포스트의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1) 안정적이지만 개선이 필요한 불공평한 현재 상태, 특히 특정 사회 계층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기존상태의 균형점으로 인식하는 것, 2) 불공평한 균형점에서 가치 제안의 기회를 발견해내고 영감∙창의성∙직접 행동∙용기∙끈기를 쏟으며 안정 상태를 깨트리고 개선시키는 것, 3) 기존의 균형상태에서 소외되던 사회적 그룹의 잠재성을 이끌어내고 고통을 덜어주며 추종 혹은 유사 기업의 모방 및 경쟁을 통해 보다 개선된,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독자들 중 몇몇 분들께서 "윗 글들부터 찾아 읽기에는 시간이 없다!", "다 읽었는데도 길고 어려워서 영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있는거냐!"라는 질문들을 품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는 어려운 이야기는 조금 뒤로 하고! 임팩트스퀘어에서 세 명의 멤버가 2011년 뜨거운 여름, 반값 문제집으로 대한민국의 사교육계에 한 획을 긋겠다고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이야기를 한번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희가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어쩌면 무모하게 벌인 일을 감히 사회적기업가정신의 사례로 드는 것이 지나친 자뻑(!)이라고 비난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기업가정신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저희의 경험을 통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기 위함이니 혹시 마음 불편하신 분 계시다면,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높은 문제집 가격에 뿔난 20대 청년 셋,
창업을 결심하다
2011년 봄 어느 날, 당시 임팩트스퀘어의 창업 멤버 9명은 사무실에 모여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인 사교육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멤버들 모두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수험 생활을 해 보았기에 선배 입장으로서 오늘날 중고등학생들이 겪고 있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 뿐만 아니라 수험생 입장에서 기존 문제집에 대해 느낄 법한 불편함, 아쉬움 등을 공유하고 있었죠. 문제집 가격이 그렇게 비쌀 필요가 있을까? 한번 풀고 버리는 문제집인데 불필요하게 형형색색 칼라 인쇄로 책을 만들어서 괜히 가격만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부해야 하는 과목도 많은데 문제집을 책가방에 넣어 학교, 집, 독서실을 이동하기에 지금 문제집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을까? 수능을 코앞에 둔 학생들이 반드시 풀어봐야 하는 알짜배기 문제집은 없을까? 제본된 책 형식 말고 다른 형태의 문제집은 없을까?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보니, 평소에 저희가 그렇듯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생각들이 오고가다가 누군가가 툭 던진 “우리가 이 문제집 사업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 라는 제안에 모두가 “엇! 바로 그거다!”라고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바로 그렇게 해서 임팩트스퀘어의 멤버 3명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사업이 바로 스터디라이크미(studylike.me, 이하 스라미)입니다. (참고로 회사의 이름은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멤버가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영감을 얻어서 지었다는...) 반값 문제집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때부터 서점과 학교를 찾아 다니며 시장 조사를 하고, 사업 파트너를 모색하고, 투자자를 찾고, 디자인 및 유통 업체를 알아보러 다니며 2011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저희의 스라미 사업. 주요 언론 매체에서 취재 요청이 (약간의 과장을 섞어) 쇄도하고 9시 뉴스와 라디오에서도 소개할 정도로 유통업계와 문제집 출판 시장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반값 문제집 사업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제부터 거침없고 가감없이 펼쳐지는 스라미의 8단계(+보너스 1!) 스토리는 앞에서 언급한 저희의 지난번 테마캐스트 <사회적기업가정신,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 와 동일한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사회적기업가정신에 대한 임팩트스퀘어의 "개념편"를 참고하시면 이번 "사례편"을 더욱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1_안정된 균형에서 불편함을 느끼다: 저출산과 교육비의 상관 관계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녀 양육비에 대한 지나친 부담이지요. 그리고 교육비가 그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실제로 강남 한복판 대치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다녔던 저에게 사교육의 폐해는 정말 와 닿는 문제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학교 시절 사회적기업 동아리 WISH(What Is Strategy for Humanity?)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던 때 우연한 기회에 공신으로 유명한 강성태 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공신 멘토 한 명씩을 만들어 준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공신닷컴을 사회적기업화하는데 경영적인 자문을 담당하게 되었죠. 당시 이 공부의신 프로젝트를 2008년 여름부터 약 1년반 정도 진행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실제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문제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었으며, 과중한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라이크미 멤버들이 가진 의문은 ‘다들 사교육비가 높다고 하고, 그 중에서도 문제집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는데 왜 현재 문제집 시장의 가격은 이처럼 높을까? 어떤 배경으로 현재 문제집 가격이 결정되는걸까? 더 싼 문제집을 만들수는 없을까?’ 였습니다.
2_가치제안의 기회를 포착하다: 치킨도 통크게 반값인데, 문제집은 왜 안될까?
저는 대치동에서 쭉 학교를 다녔지만 학원이나 과외 등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의 효과를 거의 보지 않았을 뿐더러,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에서 이름을 날리던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고3 즈음하여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되어 좋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과정을 겪으며 제가 느끼게 된 점 중 하나가 바로 ‘사교육이 학생들을 지나치게 공부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육에 적절한 경쟁의 도입은 학생들의 동기와 의지를 이끌어냅니다. 그렇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사교육은 단순히 교육비, 돈의 측면을 넘어 과도하게 사회와 개인의 에너지를 낭비시키고 있습니다. 적정 수준의 혹은 일부 알맞은 종류의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완하고 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지만, 상당수의 사교육은 학생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시간, 열정, 그리고 꿈을 소모하고 오히려 제약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으로 인해 공교육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되고, 이에 따라 학생이 속한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나 지역에 따라서 접근 가능한 교육 서비스의 질적인 격차가 발생함으로써 결국은 교육 불평등의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고3 시절에 노력으로 성적을 크게 올릴 수 있었던 것처럼, 소위 ‘공신’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가 터득한 공부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의 활용에서 새로운 ‘개선’과 ‘혁신’의 가치제안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지요.
3_바꾸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다: 과도한 교육열, 해법이 필요해!
사교육의 늪에서 과도하게 소모되고 있는 이 에너지를 다른 곳에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좀 더 가벼운 가방을 메고, 허리와 어깨를 쭉 편 건강한 학생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무겁고 비싼 문제집들과 씨름하는 대신, 알찬 문제집으로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친구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신나게 공도 차고, 떡볶이를 사먹고, 책을 읽고, 봉사활동에 나서고, 그래서 학생들이 보다 멀리 보고 큰 꿈을 꿀 수 있다면 좀더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후배들은 저보다 더 나은 교육과 공부 도구에 접근할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나은 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함으로써 스스로의 꿈을 이루기를 기대했습니다. 스라미의 창업 멤버들 모두 수험생들에게 최소한 그러한 도전이 가능하다고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4_창조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다: 바인더와 문제집의 역사적인 만남
저희가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 내놓은 첫 번째 솔루션은 ‘반값문제집’의 출시였습니다. 학원이나 과외 이전의 학습단계에서 비용을 따지자면 교재값만큼 부담되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이후 수능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내신 공부를 할 때보다 2~3배는 교재가 많이 필요했던 경험을 떠올렸을 때 교재비의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왔지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4가지의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1) 제작비를 낮추고 (2) 유통비를 낮추고 (3) 홍보비를 낮추었으며, 장기적으로는 (4) 광고 등의 추가 수익모델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방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아이디어로 바인더 방식의 문제집을 만들자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문제집은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반복해서 보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몇 문제 때문에 전체 문제집을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줄이고, 추후에는 내지만 사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나, 오답노트 등을 끼워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된 아이디어였지요. 분명히 단점도 존재하고, 이 외에 미흡한 점도 많지만 바인더 형식이라는 이 아이디어는 저희가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던 부분입니다.
[스터디라이크미에서 출시한 바인더형 반값 문제집] 출처: 스터디라이크미 페이스북 사진첩
그리고 스라미에서 내건 중요한 솔루션은 바로 적정교육인데요. 스라미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내용을 빌려와서 반값 문제집을 통해 스라미는 어떤 교육을 꿈꿨는지 잠시 살펴볼까요.
[스터디라이크미의 적정교육 솔루션]
적정교육은 적정기술과 같은 맥락의 ‘적정(Appropriate)’이라는 개념을 교육에 도입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적정이라는 것은 ‘알맞고 바른 정도’를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가장 유명한 강사, 가장 많이 팔린 문제집, 가장 오래된 학습법이 정답이 아니라 해당 개인과 조직에게 알맞고 바른 정도의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반성입니다. 나아가서는 가장 오래 공부하는 것, 가장 많은 문제를 푸는 것, 가장 비싼 학원을 다니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성취와 행복을 담보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입니다.
점수가 낮은 학생에게는 첫 계단부터 밟아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동기부여와 친절함이 필요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좀 더 저렴한 문제집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눈이 피로하지 않을 수 있는 낮은 도수의 인쇄와 빛나지 않는 종이가 필요합니다. 매일 같이 먼 길을 이동하는 학생에게는 가방에 가볍게 들어갈 크기의 문제집이 필요합니다.
파티에서나 입는 화려하고 유명해서 비싼 드레스 같은 교육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위해서 입는 면바지에 티셔츠 같이 교육의 본래 목적에 적합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너무 지나친 욕심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도리어 왜곡된 교육의 현장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그러한 학습은 결국 제대로 된 열매를 얻기에도 실패하기 쉽습니다.
스라미는 이처럼 적정교육(Appropriate Education)을 그 바탕 철학으로 하며 이를 위하여 수능 기출문제집인 ‘공신의 선택-수1′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꼭 필요한 공부를 알맞은 방법으로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배움은 본래 인간의 본연적인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그 배움의 즐거움이 회복되는 그 날을 진심으로 손 꼽아 기대해 봅니다.
자, 이렇게 스터디라이크미에서 솔루션을 개발하고 적정교육을 우리 사업의 핵심 가치로 세운 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발로 뛰는 것! 즉 행동을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5_즉각적인 행동을 취하다: “미친 것 같았던” 우리들의 뜨거웠던 여름
먼저 관련된 가치에 공감하는 ‘공부의신’과 함께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대략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부의신’ 강성태 대표와 논의한 것이 4월이라면, 5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6월에 2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7월에 책을 제작해서 8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초기에 기획을 진행할 때 의견을 여쭈었던 모든 업계 분들은 저희의 시도나 촉박한 일정에 난색을 표하셨고 심지어 몇몇 분들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비웃기까지 하셨습니다. 물론 그분들 말씀대로 참 어렵고 힘이 많이 들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단계별로 해야 할 행동들을 정리해서 즉각적으로 취해야 하는 행동들을 곧바로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서울역에서 밤을 새며 문제집의 오탈자를 교정하다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본 하루를 비롯해, 좁고 습기찬 사무실에서 지리한 장마빗소리를 들으며 문제집과 사업계획서를 붙들고 종종 밤샘 씨름하던 그 긴 여름을 저희는 이제 ‘미친 것 같았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임팩트스퀘어와 공부의신이 함께 조인트벤처로 설립한 스라미.
경영 및 운영은 임팩트스퀘어가 담당하고, 공신의 브랜드와 문제집 컨텐츠를 활용했으며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 반값문제집이라는 비즈니스 솔루션에 적정교육이라는 사회적 가치제안을 더했다.]
6_용기로 위험을 감수하다: 위험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
저희를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임팩트스퀘어는 당시 창업한지 5개월 밖에 안된, 막 태어난 신생아와 다를 바 없는 벤처기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일을 저지르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으며, 이는 경제적인 상황도 상황이지만 창업 극초기에 매우 중요한 창업 멤버 3명이 이 일에 최소 반년간은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계획시점부터 알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또 시작을 결심하는 일 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과감한 결정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처음 출간하는 문제집의 초판을 2만 권 인쇄한다던가, 첫 책을 낸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두번째 책을 낸다거나, 대형 서점들과의 계약을 미루고 대신 중소서점과 직거래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 말입니다. 위험은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내면 불가능이 아니라 도전할만한 목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이 과정이었습니다.
7_성과를 통해 증명하다: 시장과 매스컴의 관심을 한몸에. 하 지 만...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작은 벤처기업에겐 다가가기도 부담스러운 대형유통사들과의 협상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성취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으로 인터파크, 롯데마트와 독점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수많은 다른 제안들은 오히려 거절하게 되었습니다. KBS, MBC,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2달 남짓한 기간 동안 수십건 이상이 보도 되었습니다. 이런 상품을 내주어서 고맙다는 편지와 전화가 거의 매일 여러번씩 왔고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격려도 받았습니다. 아마도 저희가 제시한 ‘기존 균형에 대한 불만’은 사회 전반과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11. 9. 27. KBS 9시 뉴스 의 집중진단 코너에 소개된 스라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하다] 출처: 스터디라이크미 홈페이지 (2011년 9월 27일 KBS 뉴스 캡처
[인터파크도서에서 고등문제집 부문 5위의 기록을 달성했던 순간! (1위를 한 적도 있었어요^^)] 출처: 스터디라이크미 페이스북 사진첩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라미는 언론으로부터, 그리고 출판업계와 이러한 사교육비 문제에 공감하고 계시고 있는 분들로부터는 뜨거운 주목을 받고 격려도 많이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제품의 고객군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집을 판매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스라미 "교육시장 거품 뺀다">라는 기사 제목으로 초기에 저희 사업을 소개도 했던 한 언론에서는 얼마 전 저희의 실패 사례를 담고 싶다며 저희의 이야기를 <반값 참고서의 실패…"현실의 벽 실감"> 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좋은 취지로 출발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성과, 즉 저희의 경우 문제집 판매 부수로 성공을 증명해 보이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냉정하게 판단해서 실패한 것이죠. 언론에서 얼마나 주목을 했든, 출판업계 및 교육업계에서 얼마나 긴장을 했든간에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상품을 얼마나 많이 구매했는가여야 하는 것이죠. 실제로 바인더형 반값 문제집을 본 고등학생들은 저희의 제품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는데도, 결국 저희의 사업이 실패로 끝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저희의 실패 원인을 다뤄준 기사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도현명 스터디라이크미 대표(사진)는 "출판업이 총판사와 대형서점 위주로 고착화돼 있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시장에 대한 분석력이 부족했던 셈"이라고 토로했다. 스터디라이크미는 △총판을 통하지 않고 서점에 직접 공급 △온라인 서점인 인터파크를 통한 공급 △대형 마트인 롯데마트를 통한 공급 등 3가지 통로를 이용했다.
도 대표는 "이중 인터파크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서점의 경우 총판을 끼지 않아 마진율을 높일 수는 있었지만 마케팅이 문제였다. 제품 포스터나 달력, 광고지, 미끼상품이 전무하다 보니 인지도가 너무 낮았다. 수 만권의 책을 보유한 서점주인 입장에서도 제품을 판매할 만한 동기가 없었다. 도 대표는 "생각보다 총판의 마케팅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스터디라이크미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대형마트였다. 반값 열풍을 주도한 롯데마트의 마케팅 반향에 반값 참고서가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마트의 반응도 적극적이었다. 납품 경력도 없는 스터디라이크미의 제품을 수 만권씩 받아줬다. 목 좋은 자리에 제품도 진열해줬다.
도 대표는 "롯데마트에서 많은 도움을 줬지만 판매량은 서점 한 곳보다도 못 했다"며 "대형마트의 학습지 판매 노하우가 부족했고 소비자들도 아직은 대형마트에서 학습지를 사겠다는 인식이 잡혀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리의 판매대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도 대표는 국내 교육업계의 현실상 벤처업체가 자리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EBS의 파워가 워낙 막강해 중형 교육업체들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게 현실"이라며 "수학 기출문제가 주력인 스터디라이크미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는 수학 부교재의 90% 이상을 EBS 문제집으로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서점에서 학습지 판매 순위 50위 중 40개 이상을 EBS가 휩쓸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사교육 방지를 위해 수능 문제의 70% 이상을 EBS의 방송과 교재에서 출제하고 있다.
중앙일보 2012.03.12 <반값 참고서의 실패…"현실의 벽 실감"> 기사 中
8_ 새로운 균형에서 생태계가 만들어지다: 스라미는 새로운 균형점을 만드는데에 실패
땀과 열정을 쏟아붓고, 나름의 호응도 얻어냈지만 결국 스라미는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했다는 사실이 바로 저희의 예시를 들어 사회적기업가정신이라는 주제의 글을 감히 작성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만약 스라미의 반값 문제집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어 저희의 사업을 모방한 경쟁자들이 생겨 결국 한국의 문제집 시장의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수험생을 위한 적정 교육이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결과를 저희가 달성했더라면 이런 이야기를 직접 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실패 덕분에 허심탄회하게 반성과 겸손의 마음가짐으로 사회적기업가정신에 도전한 저희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스라미 사업을 통해 꿈꾸던 목표는, 학생들의 가방이 가벼워지고 꼭 알아야 하는 핵심 문제들을 토대로 아이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또 적정 수준의 공부를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는 균형 상태의 구축이었습니다. 스라미의 성공이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는 데 기반이 되어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컨텐츠를 동시에 확보한 다양한 교재들이 출시되고, 궁극적으로 학부모들은 부담을 덜고 학생들은 좀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상태로 문제집 시장이 진화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던 새롭고 개선된 균형 상태였지만, 그러한 비전을 달성하는 것은 예상했던 것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추가단계 9_빠른 실패의 유익함: 어쩌면 실패는 진짜로 성공의 어머니
하지만 스라미의 실패를 되짚어보며, 저희는 너무나도 유익한 교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바로 빠른 실패의 장점이지요. 실패가 유익하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패는 쓰라릴 뿐만 아니라 많은 손해를 초래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기업가정신의 측면에서 보다 깊이 생각해보면 빠른 실패는 다음 기회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모든 도전이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흔히 수만 가지의 요소들이 잘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도전은 치열하게 하되 스스로 물러설 지점이 보이면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을 통해 다음 도전으로 옮겨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쉽게 포기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 뿐만 아니라 빠른 실패를 위해서도 좋은 계획과 성취에 대한 열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잘 짜여진 계획이 없다면 어느 지점에서 물러서야할지 알 수 없겠지요. 또 목표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포기를 통해 다시 얻은 빈 도화지에 새로운 도전의 그림을 그릴 수가 없습니다. 실패를 통한 학습, 그리고 이에 기반한 보다 새로운 도전은 반드시 성공의 밑거름이 됩니다.
기업가정신, 언제든지 다시 달릴 수 있는 의지
기존의 포스팅에도 언급되었듯이 기업가는 사후적인(ex-post)개념입니다. 즉 아무리 위에서 설명한 기업가정신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솔루션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본래 목표했던 비전의 새로운 균형상태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이는 그저 실패 사례일 뿐이지요. 우리가 보통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로 알고 있는 인물들인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성공을 통해 타인들로부터 훌륭한 기업가로 인정을 받는 것만큼이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연료삼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위의 8가지 단계들을 완벽하게 이뤄낼 수는 없었지만 스라미의 경험을 통해 9번째 단계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저희만의 또다른 멋진 실험을 위해 언제든지 출발점에 다시 설 수 있는 귀중한 발판이 되었음을 여러분들에게 자신있게 고백합니다.
에필로그 : 스라미에게 보내는 뜨거운 안녕,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스라미 반값 문제집을 기부받은 한 고등학교 교실] 출처: 공신닷컴 홈페이지
스라미는 11월에 교재 2종과 노트 1종의 판매실적과 각 문제점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고 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하여 추가 투자 유치가 불가능하다는데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1주일만에 모든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아쉽지만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이 철수 과정이겠죠. 이 과정에서 팔고 남은 교재들은 본래의 목적을 조금이라도 더 이루기 위해서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기부되었습니다. 저희의 뜨거웠던 도전에서 얻어진 경험들과 깨달음들은 물론, 스라미 사업의 관련 자료들은 언제라도 공유할 수 있도록 정리되었습니다. 스라미와 임팩트스퀘어의 멤버들 모두는 언젠가 이를 발판삼아 더 성숙한 도전이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보다 즐겁고 재미난 공부를 하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팜빌, 시티빌 등과 같은 게임을 내놓으며 세계 최대의 소셜 게임회사로 성장한 징가(Zynga)의 CEO 마크 핀커스(Mark Pincus)가 비즈니스위크지와 가진 인터뷰 <어떻게 실패할 것인가(원제: How to fail)>의 일부를 인용하며 스라미의 아름다웠던 도전을 소개하는 글을 마무리지을까 합니다.
"제 생각에 실패는 당신을 현실에 단단히 발붙일뿐 아니라 호기심 많고 겸손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성공은 위험한 것입니다. 당신은 종종 당신이 왜 성공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실패의 경우라면) 당신은 거의 대부분 왜 당신이 실패했는지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게 되니까요. (I think failing is the best way to keep you grounded, curious, and humble. Success is dangerous because often you don’t understand why you succeeded. You almost always know why you’ve failed. You have a lot of time to think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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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SQ 도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