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Q] 인구문제, 창업의 언어로 다시 풀다 — 2025 대한민국 인구포럼 3부 리뷰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인구포럼은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사회와 산업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CBS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산업계, 학계, 정부 관계자 등 약 230명이 참석해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총 4개 세션의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1부에서는 오사 한슨 스웨덴 출산율국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스웨덴의 출산율 회복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2부에서는 크래프톤의 출산 지원 복지 모델이 발표되었는데요.
특히 3부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 세션은 인구 문제를 청년과 창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기존 제도 중심 논의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2025년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2025 대한민국 인구포럼 3부가 진행되고 있다.ⓒ임팩트스퀘어
스타트업은 어떻게 인구 위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자리에서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여는 인구 위기 극복: 청년 창업이 만드는 선순환’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도 대표는 인구 문제를 정책 중심의 과제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 해결자’인 스타트업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 대표는 인구 문제를 “청년 세대가 짊어진 구조적 부담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혁신의 기회”라고 정의하며, 오늘날 Z·알파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비용(Cost)으로 인식하게 된 사회적·경제적 맥락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단순히 정책 실패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청년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창업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가 ‘스타트업으로 여는 인구 위기 극복: 청년 창업이 만드는 선순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임팩트스퀘어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세 가지 해법
도현명 대표는 인구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접근 방향을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습니다.
① 삶의 다양성 제공과 사회 안전망 확장
첫 번째는 획일적인 성장 경로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의 옵션을 확장하는 접근입니다.
블랭크(Blank): 지방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캠핑하우스·여행 크리에이터 거주 공간으로 전환하며, 청년이 ‘지방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기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바바그라운드(Baba Ground): AI 기반 지역 콘텐츠 재구성을 통해 사람들이 지역을 방문할 이유를 설계하는 서비스로, 지역 소멸 문제 대응 사례로 제시되었습니다.
도 대표는 삶의 선택지 확장뿐 아니라, 청년·자녀 세대의 불안정을 완화하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아래 기업들을 소개했습니다.
포페런츠(Forparents): 노년층 여행 및 돌봄 복지 컨시어지 서비스로, 시니어 세대의 소비력을 촉발한 사례입니다.
나눔비타민(Nanum Vitamin): 아동 결식 예방 플랫폼 ‘나비얌’을 통해 정부 시스템과 연계된 식사 바우처·기부 모델을 운영하며 실질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② 인구의 외부 유입과 노년층의 재참여 확대
두 번째는 이민 및 고령층 재참여 전략입니다.
비테스키(bTaskee, 베트남): 가사·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숙련 인력을 장기 이민 후보로 육성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끼리공장: 노인 인력을 고용해 장난감을 수리·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으로, 환경 문제와 고령층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습니다.
도 대표는 “단기 노동력 수입이 아니라 교육·정착을 포함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고령 세대 역시 사회의 주체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③ 위기를 솔루션으로 전환하기
세 번째 해법은 한국의 인구 위기를 글로벌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전략입니다.
도 대표는 “한국은 인구 축소를 먼저 겪는 국가로서, 이 과정에서 개발한 해법은 다른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창의성과 속도가 한국을 ‘위기를 겪는 국가’에서 ‘해법을 수출하는 국가’로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과 시장이 만날 때, 해법이 완성된다
“정부 정책은 때때로 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가 존재할 때 정책은 더 나은 해법을 찾습니다. 청년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시도하는 구조가 미래 인구 전략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도현명 대표는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탑다운)과 현장 중심 해법(바텀업)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같은 세션에서 발표한 서울대 고우림 연구부교수 또한 인구 문제를 ‘정책’이 아닌 ‘전략’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고 교수는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인구 변동 속도는 빠르지만 정책 대응은 필연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Z·알파세대로 구성된 ‘잘파 세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구 집단이며, 문화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
청년의 글로벌 확장성과 지역의 다양성은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
즉, 인구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구조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두 연사의 공통된 의견은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구 문제는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개인·기업의 역동성이 지역·조직·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한국의 인구 위기는 글로벌 솔루션으로 확장할 기회다.
먼저 위기를 겪는 국가로서 한국의 해법은 다른 나라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패널 토론: 정책·시장·세대가 함께 푸는 인구 전략
(왼쪽부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신인철 교수가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패널로 서울대 인구정책센터 고우림 연구부교수,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가 토의에 참여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생각을 공유했다.ⓒ임팩트스퀘어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지역 균형을 위한 모빌리티 개선 △주 4일제·4.5일제에 대한 인구 지속가능성 관점 재검토 △돌봄 산업 전면 혁신 △이민 정책 재설계 등 다양한 해법이 논의되었습니다.
두 연사 모두 청년의 다양성, 스타트업의 창의성, 정부의 유연성이 결합될 때 인구 문제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 교수는 “서울 중심 모빌리티 구조를 바꿔야 지역의 삶·돌봄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했고, 도 대표는 “한국 청년들은 ‘서울에 갇혀 사업한다’고 생각하지만, 유럽 청년들은 유럽 전체를 사업 대상으로 본다”며 선택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도 대표는 “인구 문제를 다루는 별도 부처 또는 최소한의 전담 조직이 신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미 움직이고 있는 청년 세대의 역동성을 국가가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포럼 3부는 인구 문제를 기존의 ‘정책 대상’에서 벗어나 ‘창업 기회’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 세션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인구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도전을 이미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흐름을 정책이 신속하게 뒷받침하고, 시장에서 나온 해법이 더 큰 규모로 확장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