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Q] 사회 혁신 프로젝트로 펀드레이징하는 시대! ‘플래닛 써밋 :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 성료
글로벌 임팩트 생태계는 이미 ‘조직’이 아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협력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지분투자 중심의 생태계 안에서 작은 조직들이 성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목표를 가진 여러 조직이 각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구조로 협력하면서 규모 있는 펀드레이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해법에 관한 논의와 구체적인 사례 소개가 5월 19일, 성수동 KT&G상상플래닛에서 열린 ‘플래닛 써밋: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이뤄졌습니다.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제로 한 논의 및 네트워킹 행사 ‘플래닛 써밋’이 5월 19일 KT&G상상플래닛에서 열렸다. 행사는 임팩트얼라이언스, KT&G 상상플래닛,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 월드비전, 앤스페이스, 코끼리공장, 피스윈즈코리아가 공동 주관했다. 이날 45개 기관 소속 85명이 참석했다.
플래닛 써밋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글로벌 아젠다를 국내 현실에 맞춰 구체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밸류체인 협력 구조를 통해 중소규모 임팩트 조직들도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기획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임팩트 조직, 자본, 문제를 새롭게 연결하는 시도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국내 임팩트 생태계에 필요한 핵심적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습니다.
1부 ‘다른 네러티브’ : “눈에 보이는 임팩트, 들리는 신뢰로 설득하라”
1부에서는 실제 프로젝트 기반으로 진행한 세 가지의 실험 사례들이 공유되었습니다. 각각의 프로젝트 사례는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과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가치사슬 기반의 협력 구조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자금 조달 전략은 향후 임팩트 생태계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습니다.
●루트임팩트 임팩트 필란트로피팀 양해진 매니저 - 필란트로피 자본이 가진 전략적 가능성
IP1 기금은 국내 비영리 조직의 장기적 자립과 임팩트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필란트로피 기금으로, 제약 없는 다년 자금을 통해 조직의 핵심역량 내재화와 건강한 성장을 돕습니다.
“비영리 조직도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 제약 없는 장기 자금을 제공하는 필란트로피 자본은, 비영리 조직이 독립성과 실행력을 가진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성과보다 신뢰를 중심에 둔 프로젝트 설계와 유연한 실행 구조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자금 흐름을 만든다.”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 -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유기견 안락사 Zero 프로젝트 소개
피스윈즈코리아는 세계 36개국에서 분쟁, 재해, 빈곤 등의 위협에 노출된 이들을 지원하는 NGO인 피스윈즈의 한국 지부입니다. 광주 동구에서 진행 중인 '유기견 안락사 제로 프로젝트'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지역 NPO와 협력, 유기견 보호 및 지역 재생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입니다. 기부자가 답례품을 선택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정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와 같은 제도도 지역 재생과 공익 프로젝트의 자금원이 될 수 있다. 지정기부 방식의 설계와 민간 플랫폼 연계를 통해, 유기견 보호 같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기부자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일본의 ‘피스완코*’ 사례처럼 지역과 문제 해결을 연결해, 기부가 사회적 변화의 동력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피스완코(Peace Wanko Japan) : 일본 진세키코겐정(인구 8천 명, 고령화 지역)을 거점으로 유기견 살처분 제로를 목표로 시작된 동물복지 및 지역재생 모델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 자사 프로젝트 'Gray for children, Green for children, Local for children' 사례
코끼리공장은 폐장난감을 수리·재사용해 국내 취약계층과 국외 난민 아동에게 전달하고, 지역 자원을 연결해 장난감 순환 경제와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장난감 수거부터 수리, 재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에 지역의 시니어, 사회복지기관, 지자체,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여, 각자의 역할과 이익을 명확히 하는 가치사슬 기반의 협력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우리동네 ESG센터'와 같은 지역 거버넌스 모델을 통해, 지역 주민의 참여와 노인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부산, 울산, 경기,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며, 지역 기반의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사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임팩트는 하나의 솔루션이 아니라, 가치사슬 전반의 문제를 함께 푸는 협력에서 시작된다.”
“이해관계자마다 얻는 이익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고 밸류체인 협업을 설계하면 지역과 공동체를 다시 연결할 수 있다.”
● ‘IMPACT for ZERO’ 위한 협력 관계는 어떻게 만들었나
1부 발표 이후에는 KT&G 상상플래닛 정보라 매니저의 진행으로, 실제 프로젝트 실행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이해관계자 협력 경험을 공유하는 패널토크가 이어졌습니다. 각자의 현장에서 ‘임팩트 포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구조를 만들고 설득의 언어를 설계해왔는지가 생생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는 “이해관계자마다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만나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고, 사업 현장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는 과정을 반복했다”며 “울산과 부산에서 장난감 순환이 실제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은 “기부자나 봉사자들이 단지 답례품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라며, “작은 돈이라도 프로젝트를 함께한 사람들에게 인력비로 보상하는 구조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루트임팩트 양해진 매니저는 IP1의 운영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 수행 조직이 필요한 연결과 성장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선발부터 긴 호흡으로 신뢰를 쌓는 방식이 루트임팩트의 접근”이라며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성과 이상의 관계성과 커뮤니티 기반의 지지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부 ‘다른 상상’ : “자금을 바꾸면 생태계가 바뀐다”
2부 세션에서는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구조와 가능성을 주제로 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임팩트의 실행을 가능케 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2부 첫 발표자로 나선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먼저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부터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Project Financing)은 특정 사업(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구조를 말합니다.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기준으로 투자·대출이 이뤄지며, 통상적으로 발전소, 고속도로, 공항, 부동산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개발에 사용됩니다.
임팩트 프로젝트 파이낸싱 (Impact Project Financing)은 전통적인 PF의 ‘성과 기반 자금 구조’를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적용한 형태로, 작은 조직도 구조화된 협업과 자금 설계만 갖추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금융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인프라 프로젝트처럼 성과 기반의 구조화 금융을 활용하되,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임팩트 달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도현명 대표는 이어,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스타트업 지분 투자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활용한 임팩트 자금이 훨씬 크며, 한국의 임팩트 생태계가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 문제 앞에서 단지 조직을 키우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빠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작은 조직이라도 명확한 목표와 설계만 갖추면 자금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협업형 자금 구조라는 점에서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자금을 단순히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서,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설계 언어이자 실행 도구로 기능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월드비전 정호윤 CFO는 “한국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협업을 구조로 만들지 못하고 백본 역할을 위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의 개념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CFO는 “기부금, 투자금, 대출, 정부 보조금 등을 섞어 프로젝트에 유입시키는 블렌디드 파이낸스 구조를 설계해야 하고, 초기 자본이 중장기 협업의 기틀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프로젝트 자금에는 인건비와 기획비 같은 실제 비용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러한 책임 있는 자금 설계가 곧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열쇠”라고 말했습니다.
앤스페이스 정수현 대표는 “지역 내 잠자고 있는 공유 자산들을 활용해, 소셜 디벨로퍼들이 도시 문제 해결과 지역 혁신의 촉진자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과 함께, ‘임팩트 백본조직’이라는 새로운 언어와 역할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백본조직은 단순한 조정자나 중간지원조직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방향과 거버넌스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주체이며, 지역의 공유 자산을 살리고 문제를 풀어내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주체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부 역시 발제가 끝난 후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의 진행으로 패널토의가 이어졌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자산 운영 권한, 촉매자본의 설계, 백본조직의 역할, 장기적 협업 구조 등 구체적이고 실행 지향적인 논의가 오갔습니다. 패널들은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금이 아니라 신뢰, 구조, 그리고 실행력 있는 공동의 아젠다”라는 데 공감했고, 이를 위해 지역 기반 실험, 공유 자산의 활용, 그리고 각자의 강점을 연결하는 생태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일회성 펀드레이징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있는 연대 방식”이라며 “국내 임팩트 생태계가 한층 더 구조화되고, 작지만 강한 조직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