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 찾아온 수상한 액셀러레이터

이번 IBR 2025 2분기호의 주제 ‘새로운 일을 벌이는 방법’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했을 때, 번뜩 떠오른 심상 중 하나는 경북 영주에 홀연히 자리잡았던 STAXX의 모습이었다. 이전엔 없던 사람들이 새롭게 유입되고, 새로운 화두를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는 낯선 장소. 이번 아티클은 영주를 기점으로 지난 2021년부터 무려 5년 간 새로운 일을 벌여온 로컬 부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딘지 수상해보이는 액셀러레이터, STAXX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글>

STAXX, 그 오묘함에 대하여

임팩트스퀘어의 뉴스레터나 IBR 콘텐츠를 즐겨보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STAXX’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래서 STAXX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곳이에요?’라는 질문을 가진 분들이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STAXX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기에 정체성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예를 들어 STAXX 앞마당뿐만 아니라 조금 더 넓은 마당을 누비며 플리마켓을 열기도 하고, 반려견과 즐기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하고, 할로윈에는 지하실에 잭오랜턴을 숨기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책모임을 가장한 구연동화 모임과 국가대표 경기 관람 모임도 있었다. 물론 STAXX는 지역의 창업가를 돕는 액셀러레이터로서 로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광 스타트업 실증사업 및 브랜딩 역량강화 교육 등도 부단히 기획/운영해오고 있다. 이렇게 영역을 넘나들며 일을 하다보니, 언젠가 STAXX를 방문했던 누군가로부터 “액셀러레이터가 그런 일도 해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STAXX는 문화기획팀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럴 때의 우리는 대답한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아마 앞선 질문들에는 “그럼, 왜?”라는 의구심이 숨어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액셀러레이터에게는 낯선 일들을 STAXX는 지난 3년 간 꾸준히도 벌여왔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SNS와 뉴스레터를 비롯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STAXX라는 액셀러레이터가 벌이는 ‘수상한 일’들에 대한 의미와 이유를 돌아보며, 로컬에서 필요한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액셀러레이터가 그런 일도 해요? 왜요?

왜 STAXX는 이런 ‘수상한 일’들을 계속 해 왔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로컬에서 액셀러레이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액셀러레이터 뿐만 아니라, 특히 ‘로컬’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비즈니스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의 성장이 가속화 될 수 있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연결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가가 동료를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 모임을 만들고, 플리마켓을 열어 지역 주민과 함께 즐길 수 있게 한다. 같이 모여 책을 읽고 축구를 보는 일들이 엉뚱하고 수상하게 보여도 이런 시도는 결국 비즈니스가 사람과 함께 지속되기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생태계를 만드는 그 현장에서 STAXX가 얻게 된 레슨은, 관계는 단순한 인간관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신뢰라는 든든한 자원이 된다는 것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신뢰를 만들기 위한 STAXX의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었을까? 한 번 살펴보자.

관계를 만드는 시장, 마당장

STAXX는 지난 해, 2차례에 걸쳐 마당장이라는 이름의 로컬브랜드마켓(플리마켓)을 운영했다. 보통 플리마켓이라고 하면 얼핏 어느 하루 스쳐가는 이벤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목표와 목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첫 마당장을 운영하던 날,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이름의 플리마켓이 동시에 열렸다. 우리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마켓을 열어야 할까를 고민한 끝에 마당장에 참여하는 브랜드(셀러)들에게 참여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이나 프로모션 같은 이벤트를 적극 권장했다. 마켓을 통해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판매하는 제품은 어떤 점이 좋은지를 소개하고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처음엔 그냥 제품을 가져와 판매하겠다고 말했던 브랜드(셀러)들은 우리의 제안을 듣고 농구공을 가져와 이벤트를 하거나, 화분을 가져오면 분갈이를 도와주기도 했다. STAXX도 안 쓰는 에코백을 모아 장바구니로 나눠주거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임 이벤트도 열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산책을 하던 사람들도,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고 온 사람들도 STAXX, 그리고 다양한 브랜드들과 연결되는 시간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지역에도 다양한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지만 마당장은 ‘관계’를 통해 이벤트의 기능을 넘어서고자 했다. 창업가에게는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시장의 역할을, 브랜드(셀러)에게는 어떤 고객과 만나고 싶은지, ‘이건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마당장에 참여한 셀러(브랜드)들은 시제품을 가지고 와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 듣는다든지, 처음 해 보는 프로모션을 새롭게 시도해보며 서비스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셀러들은 자신감도, 시장성도 무럭무럭 키워나갈 수 있었다.

“여러 플리마켓을 경험했지만, 셀러가 이렇게 즐거운 플리마켓은 처음이었어요.”

마당장 운영을 마치고 장소를 정리하던 중 참여했던 한 브랜드(셀러)의 피드백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수상한 브랜드마켓에 참여한 사람이 이토록 즐거웠다니. 앞으로도 이 수상한 일들을 계속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신뢰로 연결되는 사람들

좋은 커뮤니티는 관계에서 시작하고, 좋은 관계의 반복은 ‘신뢰’라는 자산으로 축적이 된다. 좋은 평판이 중요하다는 것은 지역에서만 통하는 문장은 아니겠지만, 지역에서는 좋은 관계/평판이 아주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일들로 인해 우리를 경험한 사람들이 만든 커뮤니티, 인적 네트워크는 ‘액셀러레이터’라는 생소한 역할을 지지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최근 진행되었던 창업가 커뮤니티 ‘상부상조 소사이어티’에는 의성에서 그릭요거트를 만들고 있는 창업가가 호스트로 참가했다. 어떤 경로로 STAXX를 알게 되고, 또 호스트로 참가하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답변은 꽤나 놀라웠다. 작년 여름 의성에서 열린 상부상조 소사이어티 게더링에 참여한 창업가 2명이 모임 후기를 전했고, 그들의 소개를 받아 호스트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기차를 타고서 한 시간이 넘도록 이동을 해야하는 모임에 호스트로 지원하겠다 마음 먹은 계기가 작은 모임의 후기였다고 생각하니 그저 놀라웠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말해도 괜찮은 커뮤니티’라는 신뢰가 STAXX를 중심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가고 있었음을 짐작케했다.

낯설고 새로운 일을 할 때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험자’의 한마디는 큰 설득력을 가진다. 다소 근거없는 믿음처럼 보일 수 있지만, “STAXX가 한다고 하니까”라는 마음 하나로 STAXX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로컬에 뿌리내린지 5년차, 이 믿음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이제는 분명히 안다. 이 자산이 새로운 시도의 뿌리를 틔우고,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STAXX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공간과 조직에 대한 장벽을 낮춰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고, 이 커뮤니티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원 연결과 협력이 이루어지게 만들고자 한다. 이렇게 관계에서 비롯된 신뢰는 생태계의 기반이자, 액셀러레이터의 든든한 자산이 되어 실행력을 높이고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마저도 ‘액셀러레이터다운’ 일

그렇게 우리는 낯선 일들을 반복하며,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신뢰가 결국 비즈니스의 성장을 돕고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는 이런 성과의 축적이 눈에 보이지 않아 확신이 없었을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모든 시도들은 생태계를 느리지만 단단하게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매우 뜬금없지만 지나칠 수 없는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가 해온 일들은 정말로 새로운 일이었을까?”

이 낯선 일들은 전통적인 액셀러레이터의 역할과는 다르게 보였을 수 있지만 결국 비즈니스의 성장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벌인 일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질문과 방법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 온 일들은 낯설어 보였지만 사실은 지역이라는 상황과 맥락에서 가장 ‘액셀러레이터다운’ 일이었던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로서, 비즈니스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역할 외에도 기반을 ‘넓히고’, 자원을 ‘연결’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익숙한 일들을 STAXX만의 방식으로 낯설게 풀며 여러 갈래의 실행 전략을 실험해왔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상황과 맥락에 맞는 방식으로 질문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것이다. 조금은 수상해 보이겠지만, 그것이 로컬 액셀러레이터, STAXX가 가장 탁월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이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우아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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