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중심에 내가 아닌 그들을 - 참여형 사정, 모니터링 및 평가(PAME)알아보기

2014. 4. 30. 15:09

지난 변화이론(Theory of Change)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이번 글에서는 변화의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할 ‘자유로서의 개발’이라는 인간중심적 개념과, 지역사회 주민들을 주체로 하여 변화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의 달성을 평가하는 ‘참여형 사정, 모니터링 및 평가(Participatory Assessment, Monitoring, and Evaluation, PAME)’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서의 개발

‘개발’이란, 또 ‘삶의 질’의 향상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국제개발 현장이나 사회복지 현장에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개발이나 삶의 질 향상의 기준을 ‘경제발전’에만 두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타야 센이 제시한 ‘자유로서의 개발(development as freedom)’에 그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개발을 정의할 때, 소득이라는 경제학적인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능동적 주체로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택할 수 있는 역량/자유’라는 보다 인간중심적인 기준을 사용합니다.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면서도 경제적인 기준으로 개발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1990년부터  UNDP에서 발행되기 시작한 <인간개발보고서>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역시 GDP를 제외한 다른 사회적 요소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진보’, ‘개발’, ‘삶의 질 향상’ 등으로 불리는 긍정적인 ‘변화’의 중심에 우리, 바로 ‘인간’을 두고 있습니다. UN 기구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2015년 이후의 개발패러다임으로 ‘자유로서의 개발’을 설정하기도 할 정도로, 계속해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개념입니다.

 

변화의 중심에 내가 아닌 그들을

비교적 딱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와 같은 가치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지난 번에도 언급되었듯이,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유로서의 개발이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인간’의 범위를 흔히 개발, 원조 또는 사회복지의 ‘대상(Beneficiary)’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좁혀서 생각해볼 때, 그들에게 투입되는 또는 그들이 참여하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사업(이하 프로젝트)이 과연 내가 아닌 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각종 프로젝트를 통한 개발이나 삶의 질 향상의 과정이, ‘능동적 주체로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택할 수 있는 역량/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진행되는지, 아니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관 또는 개인들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때 동부 아프리카 지역의 가난한 유목민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었던 유목민들은 주로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유목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의 목표를 ‘관개 및 정착’으로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겠다는 생각만으로 각종 변화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지켜져 왔던 땅에 대한 권리가 무너졌고, 그로 인해 유목민들보다 더 많은 재원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농장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를 통해 도움을 주고자 했던 가난한 유목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욱 어려워지고 말았습니다. ‘관개 및 정착’이라는 프로젝트의 목표는 달성했습니다만, 그 변화 목표가 ‘나’ 중심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유목민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온 가축업을 포기해야만 했고, 그 결과 쌀을 재배하거나 면화를 수확하는 등 과거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면서도 결국 그 수확의 상당 부분을 지주에게 착취당함으로써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더욱 어려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Conrad Phillip Kottak의「Culture and ‘Economic Development’」참고).

이와 같이 변화의 중심에 그들이 아닌 나 자신을 둘 경우,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보이는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냉철하게 따져보았을 때 그 결과가 그들의 행복이 아니라 나와 내가 속한 기관, 또 그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한 사람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 될 위험이 큽니다. 설령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킨다 할지라도, 그 변화를 지속시켜 나가야 할 주체들인 그들과의 합의와 협력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그 변화를 지속시키기 어렵습니다. 즉,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할 이들이 배제된 채 추진되는 개발 사업 및 프로그램들은, 비록 많은 돈을 들일지라도, 그 효과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국제 사회 내에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일방적인 개발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방식이 채택됩니다. 바로 2010년 이스탄불에서, 82개국 170개의 CSO(시민사회단체, Civil Society Organization)들이 결의한 ‘개발 효과성을 위한 원칙’이 그것입니다.

그림1. 개발 효과성을 위한 이스탄불 8대 원칙(출처 : http://cso-effectiveness.org/grouped-icons,238)

총 8개의 원칙 중 특히 ‘3. 시민 권리 증진, 민주적 주인의식 고취 및 참여 유도’, ‘6. 공정한 파트너십 및 연대 추구’, ‘7. 지식 창출 및 공유와 상호학습 추구’가 위에서 논의된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 조항 모두 개발의 주체를 개발이 이루어지는 지역의 주민으로 여기면서, 개발 조직과 주민 간의 투명하고 평등한 관계를 통해 서로 배우고 협력하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긍정적인 변화의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변화의 주체를 지역사회의 주민들로 세울 수 있어야 하며, 그들과 함께 목표를 수립하며 달성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주민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음으로 인해 계획했던 프로젝트를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더라도, 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내’가 아닌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닌 그들을 중심에 두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사회복지에서 인간의 ‘욕구’는 사회복지라는 제도 또는 학문적 접근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그리고 문제의 해결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욕구’를 정의하고 측정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책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국제개발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의식주를 비롯한 위생, 교육 등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곧 개발 현장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며,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각종 프로젝트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욕구를 ‘발견’하고 ‘측정’하며 욕구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이, 정책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소위 전문가, 프로젝트를 맡은 실무자, 또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해주는 자금 제공자들(funder) 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정작, 해결되어야 할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 즉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놓치게 됩니다. 그 한계를 보완하고자, 통계 자료나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통계나 이론적 자료는 일반적인 특성이나 환경을 파악하는데는 유용하지만, 특정 지역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가진 특수성을 프로젝트에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파악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목표 설정 및 달성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개발, 원조 또는 사회복지의 효과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요소이기에, 프로젝트에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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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그들을 세우는 방법 : 참여형 사정, 모니터링 및 평가

(Paricipatory Assessment, Monitoring and Evaluation, PAME)

그 노력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구현된 것이 바로 참여형 사정,  모니터링 및 평가(Participatory Assessment, Monitoring and Evaluation, 이하 PAME)로, 현재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은행(World Bank)을 위시한 국제기구 및 국제 NGO에서 전문적인 평가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PAME은 ‘지역사회’가 프로젝트의 성공 또는 실패를 판단하는 ‘최종적인 평가자’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지속성은,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분석하고 판단하며, 더 나아가 그 분석 내용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가진 욕구 및 문제에 대하여 그들 스스로 묻고 답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대상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증진시켜, 평가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그들이 직접 정책 결정자, 자금 제공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 스스로를 옹호할 수 있게 합니다. 이와 같은 PAME의 개념을 도식화 한 것이 아래의 그림입니다.

(*PAME에 대한 설명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은행(World Bank)King Baudouin Foundation&viWTA(the Flemish Institute for Science and Technology Assessment)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림 2. PAME의 개념을 나타낸 그림 (출처 : http://www.fao.org/docrep/006/t7838e/t7838e02.htm)

그림은 PAME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정, 모니터링 및 평가의 과정이 프로젝트의 목표 및 활동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작용 하게 되는지를 도식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프로젝트의 목표 및 활동들을 결정할 때, 각 과정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화살표는 서로 다른 과정에서 주고 받는 피드백을 의미합니다. 아래 상자에 나와 있는 ◎, X, ■, ▲, ● 모양은 PAME의 각 과정에서 사용되는 방법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PAME은 지역주민들이 그들 스스로 프로젝트의 내용을 사정하고 모니터링하며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 방식, 전문적 기술 및 실행 도구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주요 특성(시각적, 음성적, 서면적 형태)과 주요 목적(CPA, PB, PMoe, EE)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23가지의 실행 도구들의 목록을 정리해 놓기도 하였습니다. 실행 도구들에는 그룹 미팅(Group Meeting), 플란넬보드(Flannel Boards), 인형극(Puppet Theatre) 등이 있으며, 다양하고 능동적이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변화에 동참하려면

지금까지 ‘내가 아닌 그들을 변화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습니다만, 이는 기존의 ‘내’가 중심이 되는 사업 및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및 그 구체적인 방법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지, 변화의 과정에 나, 그리고 우리가 완전히 배제되어야 함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하며, 이를 지역주민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PAME이라는 방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지역사회 주민들(Insiders)이 가진 지식과 지혜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외부인들(Outsiders)의 전문적인 기술 및 지식과 어우러지면서,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배움 및 변화의 경험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 스스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과 외부인들 각각이 가진 강점 및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프로젝트를 기획, 수행, 평가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가진 서로 다른 관점이나 능력들이 한데 어우러졌을 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으며,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의 표는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출처 : Agroforestry Monitoring and Evaluation Workshop, Kenya)

이 때, 한 가지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강점과 약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두 집단을 적절하게 어우르기 위해서는 권위적인(Authoritarian) 리더십 보다 참여형(Participative)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권위적인 리더십은 모든 결정을 자신이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구성원들을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참여형 리더십은 책임 있는 태도로 임하되 구성원들과의 정보 공유, 구성원들의 조언 및 비판의 수용, 구성원들의 참여 및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등을 바탕으로 공동의 행복을 만들어갑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이러한 리더십이 존중되고 지지 받을 수 있을 때, PAME이 그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예시를 통해 적용해보기

지금까지 변화의 중심에 ‘인간’,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개발, 원조 및 사회복지의 ‘대상(Beneficiary)’이라고 불리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세워야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인 참여형 사정, 모니터링 및 평가(Participatory Assessment, Monitoring and Evaluation, PAME)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더불어, 나와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이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참여형 리더십을 통해 PAME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사례를 통해 지금까지 논의한 것들을 적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체임업(Community Foresty) 프로젝트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실시한 공동체임업(Community Forestry)은 지역주민들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내의 삼림이나 토지의 보호 및 적절한 활용을 도모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이름에서부터 이미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가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FAO에 따르면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이 아닌 프로젝트 담당자와 같은 외부인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문제를 도출하고, 그에 맞는 가장 적합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의 모니터링 및 평가 역시 외부인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제시한 해결방안이 성공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계를 느끼면서, 다음에는 프로젝트 수행에 앞서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동원,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지역주민들의 소극적인 참여만 허용해주었을 뿐, 모니터링 및 평가는 주로 외부인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공동체임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게 반영되며, 그들의 지식과 지혜가 외부인들의 전문적 기술과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그들이 직접 그들의 욕구를 사정하고,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며, 더 나아가 그 결과를 지역사회 내/외부에 알리기도 합니다. 그 역동적인 과정을 나타낸 것이 아래의 그림입니다.

그림 3. Community Foresty에 적용된 PANE 과정 (출처 : http://www.fao.org/docrep/006/t7838e/T7838E00.HTM#TopOfPage)

1번 그림은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공동체임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환기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공동체 임업이 작게는 토지 보호라는 의견에서 크게는 지역 사회 내의 식료창고의 역할이라든지 소득 창출원이 될 수도 있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2번 그림은 본격적으로 문제를 사정하는 단계로써, 앞서 설명드린 지역사회문제분석(CPA) 과정입니다. 주민들이 지역사회 내의 삼림 및 토양과 관련된 문제들을 발견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입니다. 먼저 간단한 그림을 통해 주민들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표현해보고,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에 대해 정의하며, 그 원인을 탐색해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원인은 곧 해결되어야 할 구체적인 문제들을 의미하며, 지역사회가 이끌어내야 할 ‘변화 목표’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현재 지역사회 내의 목재 연료가 부족한 상황임을 파악하고, 이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의 확대 및 강풍으로 인한 토양 침식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변화 목표는 삼림과 토양의 회복을 통한 목재 연료 확보이며, 장기적인 변화 목표는 안정적인 목재 연료 확보를 통한 주민들의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이 됩니다.

3번 그림은 참여형 베이스라인 설정(PB) 단계로 문제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본 그림에서는, 삼림에서 추출한 목재를 통해 고품질의 에보니(흑단) 마스크를 제작하는 장인들이 상품에 대해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해, 현재 생산자에서 유통자 그리고 최종 상품 구매자에 이르기까지 수입의 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인들이 원하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익은 얼마인지, 균형점 찾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논의합니다.    

4번 그림은 참여형 모니터링과 평가의 진행(PMoe) 결과를 토대로, 참여형 평가 행사(EE)를 진행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는 지역사회주민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 정책결정자들, 또 프로젝트의 자금제공자들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며, 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프로젝트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조정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정리합니다. 평가의 방법 및 내용은 다양한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23가지 실행도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5번, 6번 그림은 그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의 평가 결과를 정리하고, 이를 지역사회 내/외부에 알리는 과정으로, 이 역시도 지역주민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5번 그림에 나와 있는 Summary Sheet의 경우, 각각의 평가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단하면서도 보기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리된 내용을 다시 한 번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6번 그림과 같은 신문기사 뿐만 아니라 그림, 그래프, 포스터 등과 같은 형태로, 평가 결과 및 그 의의를 알릴 수 있습니다. 공동체임업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같은 지역 내의 주민들과 프로젝트 담당자, 자금제공자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 공동체임업 전국본부(National Headquarters), 국내 삼림 직종 종사자들, 국내외 개발 기관들, 연구 기관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그 결과를 알렸습니다.


2. Developing Education(DevEd)의 'Empowering Communities through relevant education’

다음은 Developing Education(DevEd)에서 수행한 ‘Empowering Communities through relevant education’이라는 사업으로, 지역사회와 관련성이 높은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본 사업의 핵심 내용입니다.

DevEd - Empowering Communities through relevant education

영상을 보면, 예전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에 대한 교육이 그들이 아닌 나에 의해, 즉, 그들의 문화, 역사, 환경, 그리고 그들이 가진 욕구에 대한 고려 없이 서구의 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DevEd는 기존의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교육 과정들을 구성하고 실제 진행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 교육들은 듣기, 외우기, 반복하기 등과 같은 기존의 교육 방식과는 전혀 다른, 해보기(doing), 되기(being),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interacting with ohters) 등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교육의 영역은 지역사회의 환경, 기후, 문화와 직결되는 열대병의 예방 및 치료, 농사, 축산,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간편한 집짓기, 벽돌쌓기,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으로 구성하여,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영상의 끝에서, DevEd는 이와 같은 교육 과정을 구성하고 실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이 사업을 진행할 때부터 지역주민들과의 협력이 잘 이루어졌으며, 사업을 진행하는 내내 그 협력의 자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지역주민들과의 긍정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주민들의 문화, 가치를 존중함과 동시에 그들이 그들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지지하며, 사업이 그들의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자세가 사업의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욕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부터, 교육 과정을 구상하고,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것까지 지역주민들과 함께하였기에, 이 프로젝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해결함으로써 지역사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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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실제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할 때, PAME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포함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지역주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지역주민들을 변화의 중심에 세우려는 소중한 가치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입의 효과성 및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어려운 과정이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혼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것보다 빠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답답함을 감수하더라도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많은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실제로 반영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을 단순히 프로젝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적극적인 참여자’로 존중하며, 가장 근본적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결국은 ‘멀리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여러분이 꿈꾸고 있거나, 실제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갈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혹시 혼자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용기를 내어 그들의 손을 잡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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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SQ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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