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성시대!: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서 떠오르고 있는 여성 리더십 집중 조명

2012. 6. 22. 16:07

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

유리 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천장이면 천장이지, 왜 하필 유리로 된 천장일까. 천장 밑에 있는 사람은 유리 위쪽의 사람들을 훤히 볼 수 있지만, 그 유리가 가로막고 있기에 결코 그 위에 닿을 수 없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 혹시 위로 올라가기 위해 천장을 뚫는다면, 아마도 산산조각 난 유리에 다칠 것이다. 이처럼 유리 천장은 아래 쪽에 위치한 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면서도 함부로 깨고 올라서기에는 조심스러운 대상이다.

글을 열며 비유적으로 설명해보았지만, 사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듯 유리 천장이라는 표현은 여성, 인종, 성 정체성 등의 여러 사회적 불평등 요인들로 인해 한 조직 내 개인의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이다. 서구에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경제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6-70년대 이후, 조직 내 여성들의 지위가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승진 등에 있어 차별을 받는 사례들이 눈에 띄면서 이 개념이 종종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논의되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아예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노동부 내 유리천장위원회(The Federal Glass Ceiling Commision)라는 별도 조직을 설치하여, 기업 내 여성 인력의 차별 현실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옛날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현재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4월 총선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선거전을 주도한 주요 정당들의 리더가 모두 여성이었고,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정당의 리더는 현재 12월 대선에 나설 후보들 중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침체된 경제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가 대내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도는 어느 때보다도 높아 2016년 대선에 나서자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눈에 띄고 있다. 이뿐만인가. 코스피 지수를 매일 널뛰게 하는 유럽의 재정위기 덕분에, 전세계 리더들은 유로존의 유일한 희망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수상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 되면 유리 천장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닐까?

(좌)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백악관 집무실의 풍경. 맨 앞쪽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대통령과 부통령, 주요 참모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위치하고 있다. (우) 올 초 유로존 서밋에 참석한 메르켈 수상의 모습. 각국 정상들 가운데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goo.gl/vRM0L, http://goo.gl/L8872)

남성 같은 여성만이 성공하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전세계적인 영향력과 유명세를 갖춘 이러한 여성 리더들은 과연 어떻게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그들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리더십을 잘 수행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지점이다. 우리가 흔히  리더십의 특성으로 거론하는 냉철함, 결단력, 담대함, 저돌성과 같은 점들은 생각해보면 사실 여성보다는 남성과 더 관계가 깊은 자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을 떠올려 보자. 전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던 구국의 성웅들은 감정과 직관보다는 논리와 원칙에 충실한 냉철함, 한 번 정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결단력을 갖춘 남성들이었고, 간간이 눈에 띄던 소수의 여성들은 신사임당 같은 현모양처, 전쟁에서 부상 당한 군인을 헌신적으로 치료하던 나이팅게일, 혹은 남성보다 뛰어난 용기를 갖춘 유관순이었다. 오늘날 많은 부분에서 남녀 간 불평등이 해소된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아직도 사회에는 성 역할의 구분이 뚜렷하고 이에 따른 한계 역시 존재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여성 리더들은 여성에게 으레 기대되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충실할 것을 거부하고 오히려 남성적인 면모를 부각함으로써 한계를 뛰어넘고 오늘날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참여와 권리 신장은 사실 20세기 들어 여성들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지고 나서야 시작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경제사적 관점에서는 세계 대전과 이후의 급속한 경제적, 물질적 발전이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가속화했다고 볼 수 있다. 남성들이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떠나자 여성들이 그간 노동인구의 절대 다수를 구성하던 남성들을 대체하기 위해 경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무렵 여성들의 경제 참여를 독려하던 홍보물 중 다수의 이미지에서 여성들은 작업복을 입고 기계를 고치거나 농기구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남성들이 수행하던 역할을 여성들이 대리로 맡을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50년대 들어 세탁기, 전자레인지와 같은 가전 제품들이 개발되며 때마침 전세계적인 경제 호황으로 구매력이 한층 높아진 사람들은 이러한 가전 제품을 적극 소비할 수 있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사 노동에 대한 여성들의 의무와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여성들은 남성들과 점차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또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세계대전 당시 여성의 경제 참여를 독려하는 미국 노동부의 홍보 포스터. “그”가 남겨두고 간 일의 완수를 여성들에게 맡긴다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이미지 출처: http://goo.gl/6BnX1)

오늘날 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 정치인들과 운동가들은 바로 이러한 사회의 변화와 역사적인 흐름이 있었기에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여성 리더들은 아직도 정치와 기업 활동같은 전통적인 남성들의 영역에서는, 특히 최상위 레벨로 올라갈 수록, 아직도 소수자이며 앞에서도 강조 했듯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과 경쟁을 이겨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4월, 맥킨지에서는 여성 경제인구의 잠재력을 진단코자 “Unlocking the full potential of women at work”라는 보고서를 펴냈는데, 이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임원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4%이며, 최고 경영자 레벨로 올라가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고 한다. 신입 직원일 때는 비슷한 남녀의 성비가, 중간 관리자 이상이 되면 본격적으로 승진률이 달라지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차이가 점점 심화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조직의 모든 직급에 여성의 수가 항상 남성의 수와 동등할 수는 없으며, 억지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내부 자원의 다양성이 조직의 발전과 성과에 분명히 기여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구조적인 장애물이나 편견에 의해 여성과 같은 소수자가 불필요한 차별을 겪는다면 이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인 개선 작업과는 별개로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과연 어디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남자들과 더불어 소매를 걷어붙이고 더 경쟁적으로, 더 치열하게 일하는 것만이 과연 그 방법일까?

2010년 갓난아이를 안고 EU 의회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던 이탈리아의 Ronzulli 의원 (이미지 출처: http://goo.gl/ki14C)

트러블 메이커는 가라, 이제 여성 해결사들이 나선다

20세기는 많은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만큼의 병폐도 낳았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 불균형 발전, 빈부와 의료 격차로 인한 불평등과 같이 전지구적인 사회 문제는 점차 더 심화되고 있으며, 지나친 경쟁으로 비뚤게 발전한 자본주의는 오늘날 수십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경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남성들이 주도하던 사회가 여지껏 앞만 보고 달리느라 간과한 문제들이 이제는 너무나 산적하여 21세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과 해결과제에 답하기 위한 대안과 노력들이 오늘날 지속가능성, 사회공헌과 사회책임, 임팩트 비즈니스, 사회적기업 등의 키워드로 논의되는 소셜 비즈니스 섹터의 혁신일 것이고, 이러한 시도들의 최전선에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 그 어느 분야보다 적극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에 대한 일례로 작년 말에 미국의 포브스 지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가장 선도적인 사회적기업가를 선정한, 일명 Impact 30인의 리스트를 들 수 있겠다. 이는 포브스의 94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리스트라고 하는데, 이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팩트 비즈니스가 단순 유행이 아닌 새로운 흐름이자 동력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리스트에서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정의되었는데, 포브스와 많은 매체들은 이 30명 중에 9명의 여성 리더들이 뽑힌 점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단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앞서 언급한 전세계 주요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14%이며 그보다 높은 레벨의 여성 리더 비율은 더더욱 작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30명 중 9명, 즉 30%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여성들이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서 그들만의 리더십을 통해 누구보다도 사회에 많은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주목할 지점이 있다.  

보다 많은 수면을 취함으로써 오늘날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인 잘못된 결정들을 예방할 수 있다는 아리아나 허핑턴의 유머러스한 강의가 TED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 TED 동영상의 연사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은 뉴미디어 매체로서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있는 사례로 평가받는 허핑턴포스트 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으로, Impact 30인 뿐만 아니라 미국 미디어 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도 종종 꼽히는 세계적인 여성 리더이다. 이 강연에서 잘 드러나듯 그녀는 유머가 넘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화법을 구사하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강연 제목은 “잠을 더 자고 성공하는 법"이라고 달렸지만, 그녀는 잠도 못 자며 일 하느라 늘 바쁘다는 푸념같은 자랑을 늘어놓는 주변의 남성들에게 그들이 잠을 더 잤더라면 오늘날 사회가 그들이 잘못 내린 결정들로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녀의 이 짧은 강연에서 21세기는 남성들이 보지 못했던 “타이타닉을 가라앉게 한 빙산"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여성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함의를 읽어내는 건 지나친 억측일까?

아리아나 허핑턴 뿐만 아니라, 이어 소개할 여러 분야의 여성 리더들, 그리고 리더십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와 조직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곳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밑바닥부터 기반을 다지고 있는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힘은 현재 소셜 비즈니스 섹터를 보다 발전시키고 있는 중요한 동력이다. 그간 타이타닉처럼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을 움직이던 남성들이 미처 감지 하지 못했거나 혹은 내버려 두었던 위험요소들과 문제들을 이제는 여성들이 그들만의 특별함을 발휘하여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분야보다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남녀 간의 특성 차이가 존재하는 가운데 여성들에게 더 뚜렷하게 발현되는 특정 자질들이 사회 문제의 해결과 임팩트의 창출에 있어 보다 창조적인 대안을 내는 데 적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녀의 성향 차이가 생득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 성장 과정에서 강요되는 성역할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여기에선 성향 차이를 부정하기 보다는 이러한 차이가 소셜 비즈니스 섹터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재미있는 예를 한번 들어보자. 성격 유형 검사로 잘 알려진 MBTI는 네 가지 영역을 통해 피검자의 성향을 분류하는데, 이 네 가지 영역 중 남녀 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사고형/감정형(Thinking/Feeling)의 영역이라고 한다. 많은 남성이 사고형을 보이는 가운데, 여성은 감정형에 보다 집중되는 것이다. 사고형의 사람은 객관화와 논리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비해, 감정형의 사람은 보다 직관적이며 올바르게 느껴지는 것에 중요성을 둔다고 한다. 이는 같은 상황과 동일한 데이터를 바라보는 데 남성과 여성의 해석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렇기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과 가능성들이 도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다양성과 일반적으로 이야기 되는 여성들의 다른 특징, 즉 협력에 대한 열린 태도라든지, 보다 많은 배려심과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같은 특성들이 조화롭게 결합되었을 때, 그간 우리가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를 발견한 여성들은 이제 그들만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여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임팩트를 만드는 멋진 여성리더들, 도대체 누구? 

그렇다면 현재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서 떠오르고 있는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이들은 과연 어떤 여성들인지 만나보도록 하자. 이제껏 다소 길고 거창하게 설명한 여성 리더십의 등장 배경에, 약간은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있었다면 실제로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이해를 돕는 가장 빠른 방법이겠다. 사회적기업, 비영리 단체, 임팩트 투자 기관을 직접 설립하고 대표의 위치에 있는 high-level의 여성 리더들과,  아프리카, 인도, 중국 서부, 남미로 대표되는 BOP(Base of Pyramid)시장에서 큰 조직 보다는 가정 혹은 커뮤니티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low-level 의 여성 리더십으로 나눈 사례들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재클린 노보그라츠: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의 힘, 경청에서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위대한 여성 리더, 그 주인공은 바로 아큐먼 펀드의 설립자이자 CEO 인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이다. 아큐먼 펀드는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션을 아래,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가진 사업에 투자하는 비영리 벤처 펀드이다.

Forbes 표지를 장식한 재클린 노보그라츠. "혁신이 세상을 구한다"는 카피가 그녀에게는 어색하지 않다. (이미지 출처: http://goo.gl/LDWYF)

재클린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를 구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월스트리트를 떠나 아프리카 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녀는 수많은 해외의  원조 및 자선 기관이 퍼붓고 있는 기부금, 지원금이 아프리카 현지인들을 더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만들었을 뿐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실패한 것을 목격하며,  선한 의도가 곧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다. 전통적인 기부 방식으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확신한 그녀는 시장의 힘을 활용하는 것만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라 판단하고, 자선과 투자를 결합한 사업 모델을 고안해낸다. 개인, 재단, 기업들로부터 받은 자선적인 투자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아프리카의 현지인들에게 현금 및 현물로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교육, 건강, 주거,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사업에 투자” 함으로써 이들이 사업의 수익을 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동기를 부여받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모델을 통해 저소득층 주민들은 일자리를 제공 받으며, 그 사업의 고객들은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을 아큐먼 펀드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인내 자본은 일반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과 달리 가난한 이들이 존엄성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 수익보다 사회적 파급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투자된다.그리고 그녀는 인내 자본의 기본이 바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에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투자와 경청, 도대체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그녀의 TED 강연에서 그 상관관계를 이렇게 밝힌다.

 인내자본주의에 대해 TED에서 강연하는 노보그라츠의 말 중에서

저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인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자선단체에 의해 살아가고 일평생을 의존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배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점을 물어보지 않고 혹여 누군가가 물어본다 하더라도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난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wealth) 보다 자존감(dignity)이 사실 더 중요한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해해야 하고, 이것은 단순히 귀를 기울이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어떻게 그들에게 먼저 질문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배우는 과정도 포함하는 것이죠. 

그렇다. 재클린은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돈 몇 푼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인간적인 존엄성이었음을 깨달았으며, 그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 첫 발걸음이라는 값진 교훈을 얻은 것이다. 그녀는 빈곤 해결을 위한 투자의 첫 시작은 따라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아닌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웬디 콥: “가난하다고 교육 마저 받지 못해서는 안되죠”

다음으로 소개할 인물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티치포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의 설립자 웬디 콥(Wendy Copp)이다. 임팩트스퀘어 포스트 <청소년들에게 날개를 달아 드립니다: 캠프파이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를 통해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티치포아메리카는 교육 분야의 사회적 기업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 되어 버렸다.

웬디 콥은 1989년 프린스턴 대학 졸업반 시절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돈만 벌고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과 함께 미국에서 만연해 있는 지역별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꿈을 안고 현재 티치포아메리카에 대한 청사진을 그린다. 저소득 지역에는 교사가 부족하여 학생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는 기업, 재단, 정부기관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돌아다니며 우수한 교사의 부족으로 교육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지 못한 아이들의 실상을 알리고 미국의 명문 대학생들을 뽑아 2년 동안 교사가 부족한 지역으로 파견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녀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이 시기는 그녀에게 결코 녹록치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녀의 끈질긴 설득과 인내심, 그리고 열정으로 중요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약속받고 티치포아메리카는 출발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의 명문대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비영리단체 중 하나로 성장한 티치포아메리카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5주 동안 집중 트레이닝을 실시한 후 이들을 2년 동안 교육 현장에 파견한다. 일반적으로 우수한 교육 환경에서 혜택을 받으며 공부해 온 명문대 졸업생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과 너무나 다른  열악한 교육 환경을 목격하면서 누구나 자신과 같이 교육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티치포아메리카는 미국 공교육 영역에 어떤 바람을 불어 왔을까? 교사로서의 정규 교육을 하나도 받지 않은 이들이 교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견의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기준) TFA 교사와 함께 일했던 학교 교장들 중 94%가 TFA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그 중 91%는 TFA 교사들이 기존의 타 교사들 만큼 전문성이 높다고 답했다.  

제인 첸: “저개발국가의 영아 사망, 더이상 두고볼 수 없죠”

다음으로는 소개할 여성 리더는 Embrace의 설립자 제인 첸(Jane Chen)이다.  비영리 기관에서 개발도상국의 헬스케어 이슈에 관한 경험을 쌓고 모니터 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비즈니스 감각 또한 갖춘 그녀는 2007년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Entrepreneurial 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 라는 수업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저체중으로 태어난 신생아들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워머를 개발한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저체온증에 의해 한 달 만에 목숨을 잃는 신생아들이 매년 400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사망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의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 가동시킬 만한 전기조차 공급되지 않으며, 설령 인큐베이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2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이가 저체온증을 겪을 때면 부모들은 손 쓸 방도가 없어, 집안의 뜨거운 물병이나 불의 열기로 목숨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도 기울이지만 그러한 임시방편은 생명을 구하는데 역부족이다.

 Embrace의 제품을 설명하는 동영상(출처:  유튜브)

제인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그녀의 팀이 개발한 워머는 히터, 파우치, 침낭 이렇게 3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기 대신 물을 끓여 데운 히터로 20분 가량만 충전하면 침낭 안에서 4-6시간 동안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아기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놀라운 성능을 보인다. 더욱 놀라운 점은 Embrace 제품은 기존 인큐베이터 가격의 1%도 채 안되는 25$에 제공되고 있다 사실. Embrace 는 이미 제품의 혁신성과 제품이 가진 사회적 임팩트를 인정 받아, 세계적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그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최소한 인도의 280만명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135,000명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이 주최한 강연에서 그녀는 Solving Infant Mortality with Social Entrepreneurship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Embrace 를 통해 배운 교훈을 소개하는데 그 중 다음 내용은 특히 여성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제가 Embrace를 처음에 시작할 때 생각한 리더의 모습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권위를 통해 조직을 이끄는 모습이었죠.  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 아닌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우려를 했답니다. 하지만 실제로 리더십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리더십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잠재력을 끝까지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자, 협력을 통해 이끄는 것이고, 자신의 자아는 잠시 옆으로 제쳐두고 조직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더라구요 (......) 또한 저는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어요. 보통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감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인걸요. 그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 거죠. 감정이야 말로 열정의 뿌리가 되는 것이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열정은 반드시 필요한 거잖아요.

그녀는 이 강연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감정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감정이 동요하는 사회적 코즈에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여성들의 역할이 커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이제는 접시를 새로 만든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성 리더들이 주로 조직을 설립하여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개인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빈곤층, 취약계층의 여성들 간의 연대와 집합적인 힘에 기반하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라민 은행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여성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빈곤층에게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해 소규모 자본을 대출하여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데 놀라운 기여를 한 조직으로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조직이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의 성공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라민 은행의 성공 뒤에는 바로 숨은 일등 공신은 바로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이었음에 주목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월드뱅크와 Bangladesh Institute of Deelopment Studies 가 발표한 그라민 은행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라민 은행은 남성보다 여성을 주 타겟 대상으로 함으로써, 자본을 바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가족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라민 은행 이용객 중 94%가 여성. 그간의 그라민 은행의 사업 결과를 통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비율은 96%인데 반해 남성은 89% (1992년) 이고 중도 탈락 비율도 여성은 15%, 남성은 25%로 차이가 났다. 그라민 은행 뿐만 아니라 수많은 원조 기관, 사회적 목적을 가진 투자 기관, 재단 등의 조직들 역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저개발국가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투자하는 것이 남성을 대상으로 했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인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학습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며 이번에는 미국으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캘버트 재단,'똑똑한' 투자는 여성들에게 투자하는 것 

경제적 수익 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서 투자를 하는 임팩트 투자 분야의 대표적인 조직 캘버트 재단은 Women INvesting in Women INitiative, 일명 WIN-WIN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WIN-WIN 프로젝트는 차일드 케어, 교육, 헬스 케어, 주거, 리더십,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통해 여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하기 위해 특별히 발족한 프로그램이다. 참여하고자 하는 개인들은 투자, 즉 재무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활동에 참여하거나 단순 기부를 통해 참여할 수도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질문 한 가지. 왜 하필 "여성"일까? 캘버트 재단의 회장이자 CEO인 리사 홀(Lisa Hall)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왜 여성에게 투자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캘버트 재단 회장/CEO 리사 홀(동영상 출처: 캘버트 재단 홈페이지)

... 증거는 명백해요. 여성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똑똑한 경제(smart economics)에요. 데이터를 보면 여자 아이들이 취학하는 비울이 10% 높아지면 그 국가의 GDP 는 3%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와요. 농업 쪽에서도, 여성들이 남성과 정확히 똑같은 넓이의 땅을 소유하고 있을 때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10% 높은 수확량을 거둔다는 결과가 나왔죠. 그러니까 우리는 여성들에게 투자하는 것이죠. WINWIN 프로젝트는 75%를 미국에, 25%를  미국 외 지역에 투자해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투자하여 더 많은 여성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거에요. 여성들을 경제 활동에 이끌어 들이는 건 그 여성에게만 혜택이 돌아감을 의미하는게 결코 아니에요. 여성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고, 그녀의 가족이 혜택을 입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 세계로까지 파급력이 번져가는 거죠. 저는 그것이 바로 여성들이 달성할 모습이라고 믿고 있어요.  

다시 한번 질문해 보자.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이전만큼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아직까지 성 평등을 강조하는 선진국에서조차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양육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생물학적으로도 태아가 여성의 몸에서 10개월 동안 머무르며 태어난다는 점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이 양육에 더 큰 책임을 갖게 된다는 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인 차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환경이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들보다 돌봄, 공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끼는 정서를 갖도록 하는게 아닐까. 그리고 소셜 비즈니스 섹터는 이러한 여성 고유의 자질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함으로써, 가족, 지역사회, 국가,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여성에게 투자하고 이들의 리더십을 보다 길러주고 강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성 리더십, 남녀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

혹시 이 글이 남성보다 여성이 우월하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성성과 여성성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박혀 있는 절대적인 특성인 것처럼 가정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독자가 없기를 바란다. 대신 커뮤니케이션, 소통, 타인의 입장에 공감하는 능력,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책임감 등 남성에 비해 여성이 두드러지게 강점을 보이는 영역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러한 특징이 오늘날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서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이 글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또한 여기서 이야기하는 여성 리더십은, 국가 주요 고시에서 여성들이 수석 자리를 휩쓸고 있다거나 소위 알파걸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에서 흔히 보도되는 "여풍"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음 역시 다시 강조하고 싶다. 그러한 여성 파워는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기존의 사회 체제 내에서 남성들과의 경쟁을 통해 획득하는 파워이며 소셜 섹터에서 주목하고 있는 여성 파워와는 성격이 다름을 기억하자. 

지금까지 문화적 관습, 종교적 억압, 경제적 제약 등으로 여성의 잠재력을 등한시 하였다면, 이제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에  주목할 시기이다. 여성적 강점들은 소셜 비즈니스 섹터를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비영리 기관, 임팩트 투자 기관등을 이끄는데 핵심적인 원동력이 될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 가정의 엄마로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국가와 세계의 한 구성원으로서도 큰 잠재력을 내포하는 것이다. 앞으로 여성들이 그들만의 리더십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떠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 않을까. 

작성자 : ISQ 박혜린 · 이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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