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Q] 오픈 이노베이션의 더 많은 성공 사례를 꿈꾸는 윤민정 수석매니저

임팩트스퀘어는 ‘국내 최고 수준의 오픈 이노베이션 코디네이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이는 외부의 평가인 경우도 많지만, 임팩트스퀘어 스스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다소 거창해보이는 이 수식어는 단지 꾸미는 말이 아닌 임팩트스퀘어의 지향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명칭이 아주 구체화되기 전부터 임팩트 스타트업 성장 전략 중 하나로 대기업의 기술과 자원을 연계해 온 이력과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인터뷰는 이러한 전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래 지켜보고 서포트해 온 윤민정 수석매니저의 이야기다. IBT 1월호 <오픈 이노베이션>편을 맞아 그간 임팩트스퀘어가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를 일궈올 수 있었던 중심의 이야기를 톺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임팩트스퀘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임팩트스퀘어 액셀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윤민정 매니저입니다. 임팩트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최근에는 주로 대기업 및 정부 기관들이 임팩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이 때의 각 사업은 목표가 조금 상이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대기업이 본인들의 목적과 방향성에 맞게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할 때 적확한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자원순환, IT 등의 영역과 사회문제 해결 솔루션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윤민정 수석 매니저님은 임팩트스퀘어 액셀 부문에서 가장 오래 근무하셨습니다. 그만큼 정말 다양한 사업을 직접 경험하시거나 옆에서 지켜봐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오픈 이노베이션’의 측면에서 그간 직접 경험한 변화가 있으실까요?

사실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적 정의가 떠오르기 전부터 임팩트스퀘어는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대기업과의 협력 구조를 활용해왔습니다. 특히 임팩트스퀘어가 기업 컨설팅을 주로 했을 때가 생각이 나는데요. 당시에는 사회공헌 컨설팅이나 기업의 신사업 기획의 측면에서 여러모로 함께 했었는데,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컨설팅한 내용이 실제로 시장에서 일어나려면 구체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사적 철학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저희가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통해 발굴, 육성한 임팩트 스타트업 중 대기업의 당면 과제와 유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연결해왔어요. 그것이 점차 발전하고, 또 생태계 화두가 공고해지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임팩트스퀘어가 그간 구축한 노하우나 인사이트를 더욱 폭넓게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단지 임팩트 스타트업의 성장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업무를 해왔던 것 같아요. 

담당하신 프로젝트 중, 효성화학과 잇그린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코디네이팅하신 것이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효성화학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논의하기 전에 컨설팅 과정이 먼저 있었습니다. 당시 효성화학은 친환경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친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볼 것인지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이 많으셔서 저희한테 컨설팅을 의뢰해주신 것이었는데요. 아주 구체적인 논의 사항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당시의 고민을 구체화하기 위한 인테이크 과정이 치열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유독 기억이 납니다. 

사전 인테이크는 친환경 프로젝트, ESG 경영 이행 전략을 고려하는 기업의 니즈를 명확하게 발라내기 위해 반드시 수행하는 작업인데요.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지를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거나 ESG 리포트를 아주 꼼꼼히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산업 현황들을 함께 보게되는데 그러다보면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예상되는 이슈들이 불거져나올 때가 있어요. 지금 산업 트렌드가 이렇고, 해당 기업의 밸류체인이 이러하다면 ESG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걸 말씀드리는 것이죠. 거기서 과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물론 우선순위와 더불어 전체적인 전략 차원의 계획을 짜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추진하지만 ‘진짜 니즈가 무엇이냐’를 발라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역량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외부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돼요. 그게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보면 임팩트 스타트업과의 주요 협력 부분이 되는거죠. 그럼 임팩트스퀘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나 딜소싱 리스트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중점 이슈에 딱 맞는 솔루션을 몇 가지 추려 제안을 합니다. 

앞선 과정을 통해 연결을 고려하게 된 기업이 잇그린인데요. 재생 플라스틱 관련 친환경 사업을 고려하고 있는 효성화학의 입장에서는 대량의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으면서도 높은 친환경적 구조를 지속가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컸어요. 잇그린은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 기존까지는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았어요. 환경적 가치가 높으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스테인리스를 주로 사용하던 기업이죠.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니 다회용기가 필요하지만 금속 제품은 진입이 안 되는 시장이 있었어요. 대표적인 장소가 야구장이었죠. 워낙 일회용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장소인데 금속 반입이 안 되니 잇그린 입장에서는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었는데, 오픈 이노베이션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제품 개발 및 PoC 검증을 대기업과 함께 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잇그린의 미충족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어요.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PP나 다양한 재생 플라스틱의 대량 생산, 재활용 프로세스를 진행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요. 

그 결과, 잠실구장에서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PoC를 하는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게 더욱 잘 순환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 제작이 되어야할지, 소비자 반응은 어떤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현재는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소폭 조정되고, 또 구장과의 추가 협의 과정에서 몇 가지 해결이 필요한 이슈가 생겨 잠시 중단되었지만 잇그린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되었어요. 이젠 플라스틱을 활용한 다회용기 서비스도 기초 인프라와 데이터가 생긴 것이니까요. 

효성화학 입장에서도 고순도 피드스탁 확보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직접 경험해보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주셨어요. 실제로 시범사업 이후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내부 사업부분화해서 고도화하고 있기도 하고요. 여전히 열정을 가진 담당자분들이 노력하고 계시는데, 이런 강력한 의지가 오픈 이노베이션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들으면 모든 과정이 순항했겠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사실 임팩트스퀘어에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해 컨설팅을 요청주시거나 여러모로 질문을 주시는 곳들은 여전히 많아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거듭하면서 더욱 느끼는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대기업의 니즈가 클수록, 그리고 사전 인테이크 단계에서 더욱 본질적인 목적을 잘 들려주는 곳일수록 훨씬 파워풀한 성과가 나온 다는 것이에요. 예전에 한 번은 컨설팅 요청을 받았는데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고 싶으니 이런이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소개해주세요’라고 말씀주신 곳도 있었어요. 이럴 땐 정말 어려워요. 어떤 니즈가 있고, 어떤 솔루션이 필요해서 주시는 요청인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 하면 저희도 검토 의견을 드리기가 어렵고,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게 전달된 정보는 활용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그러다보니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체화하기 전에 대기업과 임팩트 스타트업이 각각 어떤 전제와 가설이 있는지 알아야 목적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최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니즈 파악이 가능한 사전 인테이크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임팩트스퀘어가 하는 노력은 사전에 최대한 많은 니즈를 파악하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워낙에 많은 사업이 하루아침에도 생겼다 없어지는 영역이다보니 ‘우리가 이만큼 많이 알아봤고, 이런 부분을 파악했고, 이런 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라는 신뢰를 심어드리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각 주체가 ‘아, 이 정도라면 우리도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제로 만들고 이끌어가는 코디네이션의 역할이 바로 이런 지점에서 참 중요하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도 해보고 싶다’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만 가지의 니즈가 있으면 만 가지의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게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이다보니 어떤 특정한 형태를 희망하지는 않아요. 대신 계속해서, 더욱 많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많은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번 IBR 아티클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있지만, 이런 게 정말 유의미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걸 사례로서 계속 보여줘야 더 많은 협력과 혁신이 촉발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또한 임팩트스퀘어가 대기업과 임팩트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작업에 역량이 있다고 자주 말씀드리고 있는데, 그걸 생생한 사례로 보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관련해서 프로젝트 루프 사례가 생각이 나는데요. 처음 시범사업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이 알려질 지 몰랐는데 지금은 자원순환 영역에서 꽤 인지도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꼽히고 있거든요. 그걸 보고 다른 기업에서 ‘우리도 프로젝트 루프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하고 싶다’고 노크해주시는 기업도 정말 많고요. 그러다보니 이런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역량있는 임팩트 스타트업이 더욱 많은 기회를 찾고, 또 대기업 입장에서도 가진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유의미하게 사용하면서 새로운 사업 부문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4년에도 새로운 오픈 이노베이션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며, 대기업 관계자 혹은 임팩트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먼저 대기업 측면에 말씀을 드리자면,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도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임팩트 스타트업만큼 적합한 파트너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그 문제 해결에 인생을 건 분들이거든요. 그만큼 잘 알고 있고 또 그만큼 큰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시장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할 준비가 된 플레이어들이니 더욱 관심갖고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임팩트스퀘어도 역량있는 기업을 더욱 많이 소개하고,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할 예정이지만 ‘사회적기업이 이 정도 수준의 협력이 가능한가?’싶은 우려가 있으시다면 당장은 규모가 작더라도 적절한 인프라, 산업 내 파트너십이 구축될 경우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 목표와 니즈만 구체적으로 맞출 수 있다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들께는 이번 IBR 아티클도, 인터뷰도 비슷한 말씀을 드리고 있지만 대표님들이 가진 니즈가 명확할 수록, 그리고 협력하고자 하는 기업의 니즈를 명확하 파악할 수록 더욱 단단한 협력이 가능한 만큼 이런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구체적인 플랜을 짜고 전략을 구축하는 것은 저희도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으니 대표님들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바를 잘 정리하시는 연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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