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Q] 어떤 발전은 ‘고요한 딴 짓’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조용민 매니저

이번 IBT 10월호 ‘기술을 대하는 ISQ의 자세’는, 임팩트스퀘어가 기술 발전의 흐름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또 대응하고 있는지 조명해보는 IBR 아티클을 포함하고 있다. 기술의 범주는 무척이나 넓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광범위하지만 임팩트스퀘어만의 노력과 방식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회사 전반에 불어온 업무 최적화의 바람을 조용히 지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선해보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그 사례 중 한 축을 맡았던 조용민 매니저의 코멘트를 작은 인터뷰로 추가 편성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의 큰 웨이브는 그 밑에 흐르는 자잘한 물결들이 같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 임팩트스퀘어

최적의 솔루션이 없다면, 어설프더라도 직접 만들어볼까?

임팩트스퀘어는 2022년까지 ‘횡성대피소’라는 공간 사업을 운영했다. 창업가를 위한 사색의 공간을 표방하며, 숲 속의 작은 별장을 기획하고, 숙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였다. 조용민 매니저는 횡성대피소의 PM을 맡아 공간을 리뉴얼하고 브랜딩 하는 과정에 참여한 1인이다. 과정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소한 듯 골치 아픈 과제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예약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물론 공간 예약의 보편적인 결제 프로세스를 담은 웹페이지 서비스는 시중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 숙박이 아닌, 다양한 키워드를 담은 횡성대피소에 걸맞는 서비스를 찾기란 쉽지 않았고, 그저그런 서비스에 빠듯한 예산을 쓴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나 횡성대피소는 소셜벤처 대상 기본 10% 할인 혜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쿠폰 사용 시 중복 할인이 가능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이 중복할인을 적용한 예약 시스템이 가능한 형태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초기 시스템 기획은 임팩트스퀘어의 CTO인 김민수 이사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었다. 하지만 임팩트스퀘어에서 처음하는 종류의 프로젝트다 보니 초기 기획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조용민 매니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큰 틀의 설계와 구성은 완료되었는데, 전체 사업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편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계속해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사업에 꼭 맞는 예약 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시행착오”라고 답했다. 그는 “예약 페이지를 만들고 나서 꼬박 세 번을 갈아엎었다. 설계 및 구현을 마치고 실제로 활용하면서 보니 예약 단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정보들이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 항목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실제로 사이클을 돌려보니 ‘메일로만 보내면 안 보겠구나’, ‘그럼 문자를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내야겠구나’하는 것을 알아나갔다”고 했다. 즉, 고객이 홈페이지에 들어와 상품을 확인하고, 또 결제하는 프로세스 자체는 단순했지만, 관리자의 업무 흐름까지 섬세하게 고려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결제가 완료되면 모든 프로세스가 마무리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관리자가 상주하기 어려운 지역적 특성에 따른 대응 방식,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추가 프로그램, 서비스가 많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별 이슈, 프로젝트를 고도화하기 위해 반드시 수집해야 하는 데이터의 존재 등은 단순히 웹페이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 여정을 꼼꼼히 분석해 하나의 거대한 서비스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다수의 시도 끝에 깨달았어요.”

조용민 매니저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큰 기획이 완료되면 세부적인 기능들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사업을 맡아 운영해보니 과정마다 담당자의 고민과 적절한 툴에 대한 검토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원하는 형태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액셀러레이팅 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창업가를 만날 때면 이 때의 깨달음이 조언의 한 갈래가 되기도 한다. 그는 “창업 초기 기업은 홈페이지 제작 혹은 리뉴얼 계획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보편적으로 익숙한 홈페이지의 틀을 상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정보를 넣으려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특성,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려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 과하게 들어가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런 경우, 홈페이지의 외양을 크게 키우는데 시간과 비용을 쓰지 말고 결합할 수 있는 작은 툴들을 활용해 우선 최적화해보시게끔 조언을 드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 최적화를 위해서는 ‘딴 짓’ 할 시간이 필요하다

예약 페이지 기획처럼 사업과의 연결성이 명확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는 아주 사소하지만 업무에 차질을 주는 수 많은 이슈들도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가령 Yamm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게 해결되는 대량 메일발송 업무도, 그러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 하면 하나하나 메일을 보내느라 귀한 시간을 덥썩 잡아먹게 되고, 구글 시트에 일괄 취합한 참여자 번호로 대량 문자를 보내야하는데, 하이픈(-)를 생략해야만 문자 시스템에서 인식할 수 있는 경우 하이픈을 일괄 생략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업무 효율성에 큰 영향을 주는 식이다.

조용민 매니저는 이러한 사소한 이슈들이 생길 때마다 ISQ 멤버들이 한달음에 달려가 자문을 구하는 이른바 ‘ISQ IT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데, 어쩌다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예상치 못 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그냥 작은 불편함을 느껴 조용히 딴 짓하다가 발견한 것들이 다른 동료들에게도 사소한 도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동료들의 질문을 받다보니 반복되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그럴 때마다 남몰래 최적화 방안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한참 고민하다 보면 되려 ‘왜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딴 짓을 하느냐’라는 핀잔을 받을까봐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IT 툴이나 기술적 측면의 액션은 인풋 대비 아웃풋이 굉장히 미미하기 때문에 ‘고작 그런 걸 하려고 그만한 시간을 썼다고?’라는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팩트스퀘어가 재밌는 점은, 자칫 불필요한 딴 짓처럼 보일 수 있는 일에 상당히 열려있고 ‘일단 계속 해보라’고 말한다는 점이에요. 이제 햇수로 5년 차가 되었고, 그 사이 다양한 노하우가 쌓여서 이제는 IT 툴을 훨씬 더 빠르고 익숙하게 다루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거든요.가령 지금은 5분도 안 되어 뚝뚝 만들 수 있는 메일 알람 시스템을 처음 만든다고 하면 서너시간은 우습게 잡아먹어요. 대단한 기능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그 때 괜찮다고 해줘야 그 다음의 것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낮은 품질의 결과물이더라도 반복되고 누적되면 그만한 경험치가 쌓여서 진짜 필요한 것들을 필요에 맞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딴 짓’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또 그 다음 스텝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김민수 이사를 꼽았는데, 업무 효율화와 최적화를 앞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 특정 사업 외 업무 전반의 효율화를 고민할 수 있는 ‘딴 짓의 여유’가 주어진 것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임팩트스퀘어에는 저보다 더 큰 틀의 시스템 개선을 고민하는 분이 있는데요. 임팩트스퀘어의 CTO인 김민수 이사님입니다. ‘내가 IT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하는 게 맞나? 괜한 시도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일들도 앞서 고민해 본 사람이 ‘필요한 시도인 것 같다. 일단 해봐라’라고 말을 해주면 또 맘껏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ChatGPT가 붐인데, 보통의 회사에서 그걸 습득할 시간을 주지는 않잖아요. 임팩트스퀘어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양질의 세미나를 열어주고, 또 틈틈히 ‘가지고 놀’ 시간을 용인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있어야 개개인들도 기술을 익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종 산출물, 활용 데이터가 무엇인지 파악하자

본인은 큰 시스템 전체를 혼자만의 힘으로 개선해본 적이 없어 사실 대단한 성과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연신 말을 아끼던 그이지만, 그는 김민수 이사와 함께 전사 업무 시스템 최적화를 함께 고민하는 최전선의 매니저다. 따라서 업무 효율화를 위한 고민을 자주하고, 그렇게 새롭게 생긴 습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업무의 결과물을 떠올리고, 거기에 맞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결과적으로 누가 어떻게 활용한 정보일지를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이어서 그는 “처음에는 이게 잘 안 돼서 애를 많이 먹었는데, IT 솔루션을 가지고 이리저리 흐름들을 만들고, 또 데이터 관리를 해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득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물론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 완전히 터득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고 방식, 관점이 달라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로컬 부문에 속해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때, 참여하는 마을만 해도 무려 39개에 달하고 매주 업무보고를 받아 마을별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 내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발라내어 취합하거나 전달해야한다. 그는 “보고서는 마을의 전체 상황을 취합하기 위한 자료일 뿐, 이걸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정보는 구글 캘린더에 기록해야 하고, 어떤 정보는 시의 적절하게 기업 리마인드용으로 전송해줘야 하고, 또 어떤 정보는 잘 추려서 내부 관계자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품이 드는데, 데이터가 활용되는 최종 산출물 형태를 고려하니 원페이지 보고서가 아니라 타입폼으로 정보를 받고, 정보가 통합 기재된 구글 시트에서 정보를 추출해 필요한 플랫폼으로 넘기는 구성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즉, 여러 솔루션을 다방면으로 고려하다보니 솔루션과 솔루션 사이의 시너지를 알게 되고, 그 시너지에 맞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없이 많은 데이터들이 쏟아지는 업무 특성상 이것을 어떻게 핸들링하느냐가 곧 문제 해결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업무 최적화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터뷰 말미, IT 툴을 활용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해보고자 하는 실무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업무 최적화, 효율화 방법론이 있는지 물었다. 신중히 고민하던 조용민 매니저는 자신만의 세 가지 팁을 주었다. 

1. 본인이 매일 루틴하게 마주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라
사업별, 사람별 편차가 매우 크겠지만 예를 들어 메일을 확인한다든지, To-do List를 작성한다든지, 보고서를 쓴다든지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하는 업무는 누구에게나 있다. 만약 메일 확인이라고 친다면 구글 라벨링 기능을 활용해 매일 아침에 확인할 것, 최우선으로 파악할 것, 시간날 때 보는 되는 것 등을 나누어 두는 것 만으로도 효율적 업무가 가능하다. 혹은 콜드콜을 많이 받는 담당자의 경우, 가장 중요시하는 키워드가 포함된 메일만 우선 추려 알람을 받는 식으로도 효율화가 가능하다. 이처럼 매일 시간을 잡아먹는 루틴한 업무 중 우선순위와 중요도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 어플리케이션과 어플리케이션의 결합에 익숙해져라
앞서 예시로 들었던 새로운 메일이 왔을 때 슬랙으로 알람을 받는 것처럼 하나의 액션이 발생했을 때 원웨이 자동화가 필요한 경우, ‘IFTTT’라는 간단한 자동화 툴을 활용할 수 있다. 관련해 다양한 블로그글과 유튜브 영상들이 있으니 한 번 쯤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3. 자피어(Zapier)를 살펴보라
IFTTT로 앱과 앱 간의 연결이 익숙해졌다면 연결의 정수, 자피어를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자피어는 IFTTT 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도화된 체인을 연속성있게 만들 수 있는 툴이다. 원웨이가 아니라 다중의 인터랙션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 또한 상세히 설명해둔 자료들이 많으니 서치해보면 업무 최적화, 효율화를 고민하는 분들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안겨줄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럴 때면 굵직한 변화의 요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변화들은 작은 물결들이 꾸준히 모여 만들어진 것인 경우가 더욱 많다. 오랜 노력이 필요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런 물결은 언제나 반갑고 소중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개인은 모르는 사이 또 성장한다.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여전히 본인의 스페셜티를 찾아나가고 있다는 조용민 매니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은 본인이 성장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여전히 나만의 특장점을 찾기 위한 고민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단지 IT 툴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음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여러번 성장의 모멘텀을 넘었을 것이다. 그 역시 지난 시간을 처음 돌아보고, 또 정리해볼 수 있었다는 이 인터뷰가 그의 성장을 가늠하게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 사진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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