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 오로지 새우 양식만을 꿈꾸며 달려온 20년, 기술만큼 중요했던 것은

IBT 10월호의 키워드가 ‘기술’로 정해졌을 때, 자칫 ‘기술만능주의’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광의를 담은 키워드인 만큼 저마다의 기준도 기대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10월호 인터뷰는 혁신적 기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동시에 기술의 의의와 한계에 관한 생생한 철학을 지닌 KOF의 김민수 대표를 모시고 기술 그리고 기술만큼이나 중요했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편집자 글>

새우 양식에 사활을 걸었던 지난 20년

보통 창업가를 만나면 꼭 묻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창업 계기다. 임팩트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는 데 이 질문만큼 직관적이고 명확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 전 가볍게 훑어본 김민수 대표의 이력에 ‘수산생명의학 전공’, ‘수산자원/해양자원 연구소 위원’ 등이 기재되어 있어 학부생 시절 어떠한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관련 경험을 하다가 창업을 하게 된 것이라 미루어 짐작했다. 하지만 돌아온 김민수 대표의 답변은 전혀 달랐다. 모든 이력은 ‘새우 양식 전문가가 되어 창업을 하겠다’라는 명확한 목표 의식이 생긴 뒤에야 정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새우 양식을 마음 먹게 된 데에는 운명적인 계기가 있었다. 어렸을 때 만난 지인 중 해외에서 새우를 수입, 유통하던 분이 있었는데 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우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과 문제, 더불어 미래산업 관점에서 수산 양식의 가치와 비전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수산 양식 전문가, 그 중에서도 새우 양식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이후 수산생명의학을 전공하고 수산자원연구소, 해양자원연구소 등에 몸 담으며 해양 환경, 수산 생물의 성장과 질병 등을 깊이 공부할 수 있었고 오래 꿈꾸었던 새우 양식 창업의 첫 걸음을 떼게 되었다”고 말했다.

KOF는 거시적 관점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양식 산업으로 인한 해양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육상 양식 기반의 스마트 새우 양식 솔루션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나아가 단백질이 풍부한 새우를 생산, 신선하게 유통하는 스마트 아쿠아팜 솔루션을 통해 수산자원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해양 오염’, ‘수산 자원 고갈’ 등의 문제를 무려 20여 년 전에 인지하고 관련 지식과 기술을 탑재해왔다는 답변을 듣자 그의 내공과 뚝심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옳다고 믿는 방향성을 지지해 준 ‘기술’

KOF의 비즈니스 경쟁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육상 양식’이다. 국내 수산 양식장의 약 85%가 해안가에 위치하는 걸 고려했을 때 확실히 차별성있는 솔루션이다. 이에 대해 김민수 대표는 “해안가의 수산 양식은 두 가지의 문제를 야기한다. 하나는 바닷물을 통해 유입되는 각종 질병, 해양오염 문제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양식에서 발생하는 오염수가 바다에 유입될 경우 해양 오염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바닷물을 활용해 새우의 생장 환경을 쉽고 빠르게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산 양식장을 해안가 주변에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수산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20대 시절부터 김민수 대표는 육상 양식에 지속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김민수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최대한 바다환경과 유사한 수질을 구현하고 새우가 잘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 육상에서도 해안가와 마찬가지의, 오히려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수질 관리, 질병 예방을 위한 기술과 동시에 친환경 첨단 순환여과 양식 시스템 등을 도입해 오염수 문제도 효과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에 더해 육상 양식은 소비자 가까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신선한 새우를, 최소한의 유통 경로로 제공할 수 있다는 가치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생산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소비자와 유통업자의 연결점을 유기적으로 고려한다는 점도 KOF의 차별점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와 유통업자의 핵심 니즈는 첫 번째, 신선한 새우입니다. 그런데 보통 양식업자는 양식만 잘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생산 이후의 단계는 모두 유통업자에게 맡기게 됩니다. 저는 새우 양식 비즈니스를 구상할 당시,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또한 유기적인 밸류체인에 포함시켜 유통 경로를 단축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뒤이어 좀 더 말씀드리겠지만 KOF가 해안가가 아닌 육상에서 양식을 하는 것도, 그것이 KOF 스마트 아쿠아팜의 핵심 기준이 된 것도 바로 소비자와 더욱 가까운 곳에서 가장 신선한 새우를 유통할 수 있는 밸류체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향성을 추구할 수 있었던 데에는 KOF만의 기술력이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양식장에 선 김민수 대표 ©KOF 제공

그럼에도,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 역시 처음 창업하고, 솔루션을 고도화하던 당시에는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점차 확장되면서 기술은 보조재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그 이유를 묻자 김민수 대표는 “KOF가 단순히 새우를 잘 키우는 기술만 가지고 있는 기업이었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러한 생각은 KOF 창업 이전, 기술 개발 및 새우 생산에만 집중했던 경험에 기반한다. 기술은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하는 과정의 수단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첨단 기술이 있더라도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쓰일지, 소비자가 어떤 방식의 접근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 한다면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두 번의 창업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 아쿠아팜으로 예를 들자면, 현재 KOF가 개발한 아쿠아팜 3.0은 자체의 하드웨어 시스템으로 동일 생산성 대비 일일근무 시간을 75% 감소 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술 발전을 통한 생산비 절감의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동일 규모의 양식장을 지었을 때, 2시간만 일해도 되는 하드웨어 구축을 위해 30억 원이 드는 반면 6시간을 일해야 하지만 하드웨어 구축에 3억 원이 드는 상황이라면 현재 기업의 상황과 BEP 등을 고려해 당장 도입해야 할 기술의 분야를 달리 판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과 자동이 섞인 아쿠아팜이 더욱 지속가능하며 수익성이 높은 솔루션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이것은 단순화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지만 비용과 별개로 궁극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개선과 수익창출의 최적 균형점을 지속적으로 고려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비즈니스에서 기술은 보조제로서 그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균형적인 시각 덕분에 KOF는 경쟁사와 견주었을 때, 두드러지는 핵심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바로 수산 양식의 전체 사이클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유기적인 밸류체인 그 자체다.

“스마트 아쿠아팜은 굉장히 다양한 섹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센싱, 데이터 관리, 모니터링, 제어, 엔지니어링, 수질정화, 질병 예방 등 수산 양식의 각 단계별로 각각의 기술력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산 양식 업계에는 각 단계별 전문 솔루션을 내세우거나 고도화하는 곳들도 있는데, KOF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원처럼, 큰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기능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성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업체,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업체, 양식을 잘 하는 업체가 개별적으로 존재했다면 KOF는 새우가 잘 크기 위한 조건을 하드웨어/소프트웨어/AI 등 핵심 기술을 유기적으로 조합하고, 환경 및 유통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육상에서 양식할 수 있는 기술로 변환시켰다는 것이 차별성입니다. “

혹시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을 희망하는 창업자가 있는데, 아직 그 방향성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민수 대표는 “목적에 걸맞는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려면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시장과 소비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며 “기술은 굉장히 중요한 도구이지만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술 그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수 대표 역시 창업 초기 기술 개발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비즈니스 전반을 살펴보지 못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나온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기술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가는 법

김민수 대표는 현재 기술자보다는 경영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반의 밸류체인을 고민하고 유기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대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를 만나 기업 혹은 기술을 설명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기술자로서의 습관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 용어를 신나게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김민수 대표는 “협력이 필요한 상대방이 나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나의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면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가령 양식 산업에서는 익숙한 ‘슬러지를 처리한다’는 말을 써야할 때에는 ‘마치 분변을 걸러주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한다든지, 생물학적으로 질소화합물을 여과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는 ‘오줌을 걸러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자 뿐만 아니라 어민 분들을 만날 때에도 핵심 고려사항이 된다. 어민들은 자신만의 양식 경험과 노하우로 충분히 퀄리티 높은 새우를 생산해내고 있는 전문가들이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식을 해 온 고령의 어민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용어 하나를 사용해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가령 스마트팜 관련해 만남을 가질 때면 양식에서는 기본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PH 농도 같은 것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민수 대표는 “그러다 보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알아듣게 설명하지 못 한다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전문 용어가 아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협력의 고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OF의 새우는 이제 시작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 만나게 될 소비자 중 ’양식보단 그래도 자연산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을 듣자마자 김민수 대표는 “아주 반가운 질문이다”라고 반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특히 수산물은 자연산과 양식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상당히 극명하다고 했다. 대체로 자연산이 품질이 좋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양식 수산물의 평가 절하도 빈번한 편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어 김민수 대표는 “사실 우리가 국내에서 소비하는 새우의 99.9%는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간혹 자연산 대하가 있지만 극히 드물고, 우리가 흔히 먹는 흰다리새우는 거의 100%에 가깝에 양식 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다”며 “하지만 유독 ‘자연산’이 각광받는 시장이다보니 양식 새우에 대한 오해와 우려를 바로잡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식보다는 자연산이 건강하고 신선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있지만, 해양 오염과 중금속 이슈가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이다보니 이 인식도 점차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자연 환경에서 자유롭게 자란 수산물이 가장 신선하게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바닷물에서 유입되는 많은 질병과 오염이 있는 상황이다보니, 거시적으로 본다면 식량 안보, 건강한 수산물 자원 확보 차원에서 신선하고 건강한 양식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예측에 발맞춰 KOF는 중금속, 방사능, 항생제 유무 등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지속적으로 받아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 덧붙였다.

“KOF 새우 자체는 아직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금 더 평가를 받아봐야겠지만, 드셔보신 분들은 대체로 일반 새우에 비해 단맛이 난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십니다. 하지만 이런 맛보다도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신선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생물 새우와 비교했을 때 신선함이 확연히 느껴진다는 평가가 있어 이 부분이 KOF 새우만의 특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육상에서 양식하는 새우는 조금 푸르스름한 빛깔을 띄는데 이것은 매우 일반적인 형태이고 취식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마음 놓고 드셔도 됩니다. 드셔보시면 분명 반하실 거예요.”

KOF의 육상 양식 새우 © KOF 제공


작성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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